박혜정 위원장 “PHMG・PGH도 CMIT・MIT도 모두 SK가 공급”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및 임직원 무죄판결 관련 사법부 규탄 기자회견. (개혁연대민생행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및 임직원 무죄판결 관련 사법부 규탄 기자회견. (개혁연대민생행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지난 14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한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와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 등 임직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 피해자연합, 독성가습기피해자모임,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등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과 문재환 개혁연대 민생행동 공동대표를 비롯한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가칭)공익감시 민권회의 등 시민단체가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아픈 우리 몸이 증거”라고 절규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피해자들과 함께 “제1심 판결은 재벌과 대형로펌이 야합한 결과라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서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나라 사법정의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박혜정 가습기살균제참사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 원료는 모두 악마의 물질”이라며 “옥시가 유죄를 선고받게 된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PHMG, PGH도 SK가 공급한 것이고 CMIT, MIT도 모두 SK가 공급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1991년 제정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의해 CMIT, MIT는 처음부터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했어야 마땅했던 유해화학물질이었고 2003년부터 2004년에 환경부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시행령 규칙대로 안전성 시험을 했어야만 했지만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들 원료물질이 1994년 안전성 입증도 받지 못한 채 최초로 세상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오늘날의 가습기살균제 대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판부가 SK케미칼에 면죄부를 준 것에 대해서는 “30여 년간 정부가 SK를 일방적으로 계속 비호해왔다”면서 “무죄 선고를 위해 처음부터 인과관계 입증이 되지 않는 잘못 설정한 쥐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2019년 기준 6300명 피해자 중에 5400여명이 천식 질환을 앓고 있으므로 최초 피해자로부터 인과관계를 추정했더라면 가해기업은 확실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가습기살균제가 사건으로 1609명이 사망했는데 원료를 공급한 SK가 무죄라면 사망한 1609명의 피해자는 가해자 없이 자연사했다는 소리인가?”라며 1심 판결을 항고심 재판부가 바로잡아주길 호소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모임 단체 회원으로서 성명을 밝히지 않은 피해자는 “전신질환과 죽음 등 피해자 몸과 생명에 나타난 증거는 차고 넘치는데 무죄를 선고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에 있느냐”며 “지난 10여 년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할 정부와 지난 3년간 1000억여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특조위가 인과관계 하나 밝히지 못해 무죄판결이 난 것에 책임을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송운학 개혁연대 민생행동 상임대표는 “원료를 공급받아 판매한 옥시는 유죄인데 원료를 공급한 SK가 무죄라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하다”면서 “상식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판사 자신도 계면쩍었던지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 것은 희대의 궤변이자 악어의 눈물”이라고 분노했다. 

이어서 송 대표는 폐질환을 유발하는 가습기살균제 원료와 전신질환을 야기하는 가습기살균제 원료가 서로 다른 구조와 성질을 갖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재판부는 전신질환을 야기하는 CMIT와 MIT를 폐질환과 연결해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피해자들이 그토록 요구했던 전신질환에 주목했다면 전혀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었다”고 성토했다.

한편 글로벌 에코넷 김선홍 상임회장은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한국전쟁 이후 제일 큰 참사인 1609명이 사망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별 해괴망측한 판결”이라면서 “이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회적 참사로 인정하고 정부가 먼저 배·보상을 실시한 후 가해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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