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배출한 만큼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 ‘제로’
정부, 탄소중립 추진전략 이행과제 추진일정 발표
사회 전 분야 걸친 탄소 행보, 범부처 일제히 추진 중
기후변화 대응 추세에 글로벌 경제질서도 변한다
그린피스 “탄소국경세 시행으로 1.9조 가량 추가 지불” 예상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2020년 신년사에서 “그동안 경제 성장의 부산물로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환경을 기본에 두고 성장을 도모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고 얼마 전 새로운 신년사가 나왔죠. 경제와 환경을 함께 실현하자는 저 다짐은 잘 지켜졌을까요?

기후변화와 팬데믹이 인류를 위협하는 시대입니다. 그 위협은 날씨나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에서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환경과 경제, 경제와 환경이 이제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죠. 두 단어를 엮어 ‘환경제’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환경과 경제 문제를 함께 다루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2021년 새롭게 주목해야 할 ‘환경+경제’ 키워드 5가지를 골라 짚어봅니다. 두 번째 순서는 정부와 기업들이 앞다퉈 언급하는 ‘탄소중립’입니다. 미래 시대에는 인류가 더 이상 탄소를 배출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일까요? 이런 경향이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편집자 주]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관련 합동브리핑 모습. 사진 속 인물은 왼쪽부터 최기영 과기부장관, 성윤모 산업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조명래 환경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기획재정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가 오는 6월 말까지 구체적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관련 합동브리핑 모습. 사진 속 인물은 왼쪽부터 최기영 과기부장관, 성윤모 산업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조명래 환경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기획재정부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정부가 오는 6월 말까지 구체적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월 13일 제 1차 범부처 TF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관계 부처 간 추진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회의는 환경부와 산업부는 물론이고 기재부와 교육부, 과기부, 외교부, 농식품부, 국토부, 고용부, 복지부, 문체부, 해수부, 중기부 등이 두루 참여했다. 금융위원회와 산림청 등도 참석했다. 이날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조속히 수립하고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부문별 감축계획을 포함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6월 말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제도적 기반강화 등 시나리오와 상관없이 추진 가능한 이행과제는 상반기 내에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국무조정실은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칭) 및 사무처 조기출범(1분기)을 목표로 별도의 준비단을 구성해 관련 법령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탄소중립’이 도대체 뭘까?

◇ 탄소중립? 배출한 만큼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 ‘제로’

환경부 사이트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탄소 제로라고도 부른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한 후, 배출량 만큼을 상쇄하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석탄·석유 발전소를 대체할 에너지 시설에 투자하거나 자발적 감축실적을 구매해 상쇄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탄소를 내뿜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개념이다. 위 정의에 따르면, 2050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아지게 만들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탄소 배출이 화두가 된 건 기후변화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은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배달 일회용품의 사용량은 전년대비 78% 증가했으며, 일회용품과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탄소 때문에 기후 위기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 이런 기후변화는 미세먼지, 자연재해 등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CDP(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 CEO 폴 심슨은 지난 해 “지구평균온도 상승폭을 1.5°C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면서 “올해(2020년)가 기후행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십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한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이 저탄소 사회에서 필요한 영역에 투자할 있도록 확신과 자신감을 주어야 하며, 조속히 보다 진전된 목표를 발표해 먼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정부, 탄소중립 추진전략 이행과제 추진일정 발표

실제로 탄소중립은 글로벌 이슈다. 파리협정과 UN 기후정상회의 이후 121개 국가가 기후목표 상향동맹에 가입했다. 이 동맹은 지난 2019년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의장국인 칠레 주도로 설립됐ㅇ며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

우리 정부도 최근 탄소중립을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중립선언’ 생방송을 통해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주공급원을 전환하고 에너지 신사업을 육성하겠다고도 밝혔다.

당시 대통령은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면서 “저탄소 신사업 유망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기술 발전을 통해 에너지 전환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정부는 13일 앞서 언급한 범부처 TF회의 종료 후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이행과제 추진일정을 발표했다. 경제구조의 저탄소화와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강화 등의 방향성 아래 중점 과제 별 정책 일정을 대략적으로 공개한 것.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기후변화와 전염병은 3가지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 관계를 끊기 위해 인류는 어떤 활동을 줄여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탄소 제로라고도 부른다. 쉽게 말하면, 탄소를 내뿜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개념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사회 전 분야 걸친 행보, 범부처 일제히 추진 중

주요 내용을 보자. 정부는 올해 4분기까지 산업부 주관으로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을 마련하고 ‘탄소중립 산업 대전환 추진전략(제조업 르네상스 2.0)’을 마련한다. 미래 모빌리티 측면에서 수송부문 미래차 전환전략도 마련한다.

환경부는 4분기까지 ‘자연·생태기반 온실가스 감축·적응전략’을 내놓고 ‘K-순환경제 혁신 로드맵’을 수립한다. 3분기까지 ‘녹색 유망기술 상용화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더불어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 전략을 마련하고 지역사회 탄소중립 이행 및 지원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위도 나선다. 금융위는 녹색금융과 관련, ‘기후리스크 관리·감독 추진계획’을 세우고 ‘금융권 녹색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기후환경 정보공시 확대방안을 함께 마련한다.

연구개발을 위해 과기부에서도 힘을 보탠다. 1분기내 탄소중립 R&D 전략을 마련하고 R&D 투자전략을 수립하며 2분기내 CCU로드맵과 2050 탄소중립 10대 R&D프로젝트(가칭)도 기획한다. 이 밖에 국토부와 해수부, 농식품부 등도 부처별 탄소중립 로드맵이나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중기부는 그린분야 혁신 벤처·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 기후변화 대응 추세에 글로벌 경제질서도 변한다

탄소중립 추세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앞서 정부는 지난해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규제 강화 및 경영 활동 변화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제질서가 변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당시 정부는 관계부처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EU와 미국의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EU의 자동차 배출규제 상향, 플라스틱세 신설 등 환경규제도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약한 국가의 상품을 규제가 강한 국가로 수출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IMF와 BIS 등 주요 국제기구도 탄소세 인상, 기후변화위험 금융감독 관리체계 구축 등 선제적 대응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민간부문에서도 글로벌 기업이나 금융사의 RE100 참여, ESG 투자 확대, 환경 비친화적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등 환경을 고려한 경영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친환경 시장이 성장하면서 주요국들이 관련 투자를 늘리는 경향도 관찰된다. 실제로 탄소중립 선언 전후 주요국들이 대규모 그린투자를 발표했다. EU는 10년간 1조 유로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고 미국 대통령 당선자 바이든은 10년간 약 1.7조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그린피스 “탄소국경세 시행으로 1.9조 가량 추가 지불” 예상

기후변화 관련 규제 움직임이 일면서 수출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이 환경단체를 통해서도 나오기도 했다. 그린피스서울사무소는 지난 13일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 전략 중 하나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탄소국경세 시행 원년으로 예상되는 2023년 즈음에는 한국 주요 수출 업종에서 3개국과의 교역을 위해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금액이 6,100억 원에 달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2030년에는 그 금액이 훌쩍 뛰어 1조 8,700억 원을 추가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업종인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계의 긴밀한 준비가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2018년 12월 그린딜을 통해 탄소국경세 관련 법안 근거을 마련하고 2019년 7~10월 역내외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수렴했고 오는 2021년 7월 국경세 법안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3년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한 바 있다. 탄소 저감 움직임이 사회적으로, 그리로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린피스는 이날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인류 생존을 위한 지구 생태계 보존에 필요하기 때문만은 아니며, 이러한 전지구적 목표와 더불어 적극적 대응과 준비가 앞으로의 무역환경에서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거세지고, 그에 따라 산업 및 사회구조에서의 변화도 관찰된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지구적인 움직임은 앞으로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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