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얼마나 많길래...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서른 네번째 사진은 한글만 안다면 부끄러워해야 할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지하철 8호선 한 역사 화장실에 붙은 안내문. 종량제봉투 살 돈이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걸까? (이한 기자 2020.1.3)/그린포스트코리아
지하철 8호선 한 역사 화장실 입구에 붙은 안내문. 종량제봉투 살 돈이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걸까? (이한 기자 2020.1.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하철역 화장실을 청소하시는 분과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 그분은 일하는 과정에서 힘든 여러 가지 상황을 얘기했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바닥이 미끄럽고 더러워지거나. 다 먹지 않은 음료잔을 아무데나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 청소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던 말이 있다. “화장실 쓰레기통에 정말 벼라별 것들을 다 버린다”는 얘기였다.

밖에서 쓰레기를 버려야 할 상황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갑자기 뭐가 묻었거나 버려야 할게 생길 수 있다. 말하자면,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다. 공공장소에 놓인 쓰레기통은 그런 사람을 위해 만들어 둔 것이다. 그런데 자기 집에 버려야 할 쓰레기를 굳이 들고 나와 공공장소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런걸까. 종량제봉투값이 없어서 그랬을까?

한글만 제대로 읽을 줄 안다면, 집에서 버려야 할 쓰레기를 여기다 버리면 안된다는 걸 안다. 쓰레기통을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방법이 있으니 그걸 잘 지키라는 의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것들을 잔뜩 버렸으면 화장실에 굳이 저런 안내문이 붙었을까. 아무데나 양심을 버리지 말자. 물론, 양심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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