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ㆍ애경산업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검찰 “항소 제기해 법적 책임 물을 것”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의 무죄 판결에 가습기살균제 피해단체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는 무관.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의 무죄 판결에 가습기살균제 피해단체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내용과는 무관.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의 무죄 판결에 가습기살균제 피해단체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는 12일 오후 2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해 1심 무죄 선고를 했다.

이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판결은 사법부의 기만”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넷은 입장문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제품을 만들어 판 혐의에 그 어떤 형사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재판부의 1심 판결로 가해기업들이 면죄부를 받았다”며 날 선 비판을 했다. 

가습기넷은 CMIT・MIT의 인체 유해성을 피해자들의 피해를 통해 의학적으로 검증하는 대신 동물실험으로 검증됐는지를 따지는 재판부의 기준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가습기넷은 “가습기살균제는 이미 제품에 노출된 피해자가 있으니 피해가 분명하고 동물실험은 건강피해를 유발하는 기전을 확인하는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동물실험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니 인체에 대한 노출피해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비상식적 판결을 했다”며 사법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특성조차 이해하지 못했음을 비판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소비자가 건강 피해를 호소함에도 제조판매사는 어떤 조사조차 하지 않고 무려 17년 동안 제품을 판매하다 정부역학조사로 2011년에야 원인 모를 죽음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드러난 사건임을 강조했다. 

가습기넷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처음에 진행된 엉터리 독성조사 결과마저도 은폐하는 등 자신들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면서 “지난해 4월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사건에서 보듯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가해기업들의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10월 말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만들어 판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피해 신고자는 모두 835명이다. 이마트와 애경이 함께 판매한 제품 사용 피해자 등을 더하면 애경 제품을 쓴 피해 신고자는 1077명에 이른다. 

가습기넷은 “2019년 7월 발표한 검찰의 수사 결과만 보더라도 가습기메이트로 인한 피해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는 모두 97명이며 이 가운데 세상을 떠난 사람만 12명”이라며 “기체 상태로 흡입하면 안 되는 물질을 가습기살균제로 만들어 팔면서 흡입독성조차 검증하지 않은 가해기업들의 ‘업무상 과실’조차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사법부의 존재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되물으며 울분을 토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사건 1심 선고와 관련해 검찰은 항소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1심 판결 이후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습기메이트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아무런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명백히 확인되었음에도 1심 법원은 동물 실험 결과와 인체 피해의 차이점을 간과하고 전문가들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심사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판정 결과를 부정함으로써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기업 책임자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검찰은 1심 법원 판결들에 대해 모두 항소를 제기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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