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위생 위해 어쩔 수 없지만...문제는 늘어나는 양
소비자 “환경적인 포장 찾아내는 게 기업 몫”
“재활용 잘 되는 재질로 통일하거나 직접 수거해야”
용기와 포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들...해결 방법 있나?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번째 시리즈는 인류가 사용하는 수많은 제품을 둘러싼 포장재입니다. [편집자 주]

포장은 제품의 품질과 신선도 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다. 사진처럼 포장 없이 제품만 유통해 판매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포장은 어떻게, 얼마나 줄여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포장은 제품의 품질과 신선도 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다. 사진처럼 포장 없이 제품만 유통해 판매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포장은 어떻게, 얼마나 줄여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업이 제품을 포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제품을 보호하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또 하나는 많이 팔기 위해서다. 포장은 제품이 파손되는 걸 막거나 깨끗하고 신선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제품의 이름이나 기능을 소비자에게 알리거나 디자인적인 요소를 앞세워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역할도 한다.

포장은 꼭 필요하다. 물건을 직접 들고 다니며 꺼내놓고 팔던 옛날 ‘보따리상’이 아닌 다음에야 어떤 제품이든 마찬가지다. 대량 생산해 유통하고 매장에 진열하려면 어딘가에 잘 담겨 있어야 한다.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소비자는 포장재를 보고 그 제품이 뭐고 어디서 제조해 판매하는지 확인한다.

문제는 두 가지다. 포장재가 너무 많이 사용된다는 점, 그리고 한번 쓰면 대부분 바로 버려진다는 점이다.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수원시, 유통·물류 기업과 함께 1회용 종이상자 대신 다회용 수송 포장재를 시범 적용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9월에는 6천개 업체를 대상으로 2만 7000여건의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7월에는 LG전자 등과 함께 제품 운송시 다회용 포장재를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 소비자 “환경적인 포장 찾아내는 게 기업의 몫”

제품들은 환경적으로 잘 포장되어 있을까? 물론 그런 제품도 많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 역시 많다’고 말한다. 분리배출과 자원순환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꼼꼼하게 나눠 버리려고 해도 제품 자체가 환경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까닭일까.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재부터 살펴보자. 소비자가 라면 하나를 끓여 먹으면 기본적으로 쓰레기가 2개 나온다. 라면 봉지와 스프 봉지다. 스프가 하나일 경우에는 그렇다. 만일 스프가 분말과 건더기 등 2가지 종류라면 쓰레기는 3개 나온다. 소비자가 5개들이 묶음 제품을 샀고 그 제품이 비닐로 이중포장돼 있었다면 쓰레기는 더 늘어난다. 컵라면은 어떨까. 라면 하나당 비닐과 용기, 뚜껑과 스프봉투가 역시 기본적으로 버려진다. 줄일 수 있을까?

서울 송파구에 사는 소비자 양모씨(40)는 생활 속에서 자주 맞닥뜨리는 라면 쓰레기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양씨는 “해외 컵라면은 스프가 비닐에 따로 담기지 않고 고체 형태로 되어 있거나 애초에 컵라면 용기 안쪽에 뿌려진 채로 나오는 제품도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제품이 적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씨는 “일본 제품 중에는 컵라면 속 건면에 스프 성분이 포함돼 있어 (별도 스프 없이) 면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국물이 우러나는 제품도 있다”면서 “기업이 제품과 용기를 개발하는 단계부터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환경적인 포장 방법을 찾아야지, 소비자에게만 '잘 버리라'면서 실천을 강조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역시 송파구에 사는 또 다른 소비자 이모씨(44)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씨는 “포장을 줄이고 품질과 가격 역시 유지하는 게 바로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소비자가) 제대로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처음부터 버려도 되는 물건을 만들거나 버려지는 게 적은 제품을 만들면 된다”라고 말했다.

◇ 품질·위생 위해 어쩔 수 없지만...문제는 늘어나는 양

지난해 6월, 그린포스트는 국내 라면 업계에 ‘라면 포장이 왜 꼭 비닐이어야 하는지’ ‘다른 친환경 소재로 대체할 수는 없는지’ 물어보았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내용물의 보존성이나 외관, 인쇄성 등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현재의 비닐 포장재를 완벽히 대체할 소재를 찾기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당시 업계의 반론은 이랬다. 비닐은 내용물의 오염이나 이염을 막는 효과가 뛰어나고,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열을 활용해 붙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가격도 저렴해 소비자에게 효율적인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종이는 비닐과 비교하면 내구성이 떨어지며 다양한 방법으로 대체 포장재 개발에 힘쓰고 있으나 비닐을 대체할 소재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실제로 비닐은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수분 침투 등을 막는 효과가 있다. 라면 뿐만 아니라 식재료 포장에 비닐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습기를 차단해 눅눅해지는 걸 막고 햇빛 등 열을 받아 제품의 품질이 나빠지는 것도 막아준다. 포장을 줄이겠다고 제품들을 전부 낱개로 들고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마냥 비닐 탓만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양이다. 라면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은 1인당 연간 75개 이상의 라면을 소비한다. 한 사람이 매년 200개 이상의 (라면 관련) 비닐 쓰레기가 나온다는 얘기다. 게다가 비닐 포장이 라면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1회용 포장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보증금제도 도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은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47~60%를 차지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쓰레기가 늘어난 것도 문제다. 2020년에는 2019년에 비해 재활용 폐기물이 11.2% 플라스틱이 15.6% 늘었다. 김경민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조사관은 해당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포장재 폐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위생을 위한 행동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러니다.

◇ “재활용 잘 되는 재질로 통일하거나 기업이 직접 수거해야”

제품의 품질과 위생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제품이 환경에 미칠 영향도 역시 중요한 문제다. 이를 두고 포장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제도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분리배출과 재활용 실천을 소비자 개개인만 노력하는 게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소비자 유모씨(42)는 제품을 사면 포장재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용기 등을 버려야 하는데 그 과정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유씨는 “재활용품 버릴 때 깨끗이 헹궈 재질별로 나눠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기업이 내용물 보관이 잘 되면서 분리배출 하기 쉬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 문제를 거론하며 분리배출을 독려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왜 이렇게 소비자들한테만 책임을 전가하지?’싶어서 화가 난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소비자 정모씨(37)는 화장품을 사거나 버릴 때마다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다. 그는 플라스틱 포장재와 여러 가지 용기를 기업이 수거하거나 재활용 쉬운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품마다 용기가 제각각이고 여러 가지 재질이 섞인 경우도 많아 버리기 복잡하다는 의견이다.

정씨는 “알루미늄 커피 캡슐을 방문 수거하는 커피 브랜드처럼, 화장품도 용기를 기업이 수거하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 “몸체와 뚜껑 소재가 서로 다르거나, 펌핑 용기의 스프링 등을 소비자가 일일이 분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재활용이 잘 되는 재질로 통일해서 만들거나 기업이 용기를 수거해 환경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용기와 포장에 대한 불만들...해결하는 방법은?

용기나 포장 대해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가진 소비자들은 이 밖에도 많았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소비자 김모씨(38)는 지난 12월 본지에 전화를 걸어 유리병 분리배출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한 바 있다. 김씨 부부는 국내 유명 식품브랜드 참기름 제품을 모두 사용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제품 마개가 강력하게 고정돼있어 떼어지지 않아 고생을 했다고 했다. 이 내용은 당시 본지에서도 기사로 다룬 바 있다.

당시 이들 부부는 기자에게 “내용물 비우고 깨끗이 씻어 재질별로 구분해 버려야 하는데. 뚜껑이 제거되지 않아 병을 헹굴 수도 없고 고무와 유리를 따로 버리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용물 보관이 잘 되면서 나중에 버리기도 쉬운 마개를 기업이 먼저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버려진 이후의 과정도 기업이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또 다른 브랜드의 음료수 병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주스병 입구 부분이 플라스틱이어서 PET병 몸체와 소재가 달라 재활용이 어려울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뚜껑이 아니라 입 닿는 부분이 플라스틱이라고 했다. 기자가 확인해보니 정말 그랬다.

본지 기사에서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는데, 환경부는 PET병에 대해 “부착상표와 부속품 등 본체와 다른 재질은 제거해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하지만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 ‘비중 차이’로 쉽게 분리 가능하므로, 라벨지만 제거하고 압착해 뚜껑을 닫아 같이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비중 차이로 인한 분리는 페트병을 잘게 부순 다음 액체에 담가 뜨는 것과 가라앉는 것으로 분리한다는 의미다. 부숴진 조각을 액체에 두면 뚜껑 재질은 뜨고 페트는 가라앉는다. 하지만 재활용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로 최선이 아니라 차선책”이라고 지적한다. 병 본체와 입구가 서로 다른 재질이라는 점은 이런 면에서 아쉽다.

포장은 품질과 위생, 그리고 제품의 기본적인 정보 표기 등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면 제품의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환경적으로 포장하는 방법은 없을까? ‘줄여야 산다’ 시리즈 3편에서는 포장을 줄이려는 여러가지 노력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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