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채권 발행하고 중소기업 친환경 전환 유도 앞장섰으나 주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기업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ESG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국내 주요 금융사의 수장들도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치고 나섰습니다.

'ESG'란 비 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중심의 경영방침을 말합니다.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금융회사가 ESG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융이야말로 환경·사회적 가치 실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가 미래를 위해 올바른 이윤을 추구한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닥쳐올 위기에도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는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친 금융권의 ESG점수를 부문 별로 진단합니다. 첫 번째 순서는 국책은행 3대장, 기업은행의 환경 부문에 대해 들여다보겠습니다.[편집자 주]

윤종원 기업은행장.(최진모 그래픽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윤종원 기업은행장.(최진모 그래픽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IBK기업은행의 친환경 행보는 설립 목적에 따라 중소기업의 환경경영과 궤를 같이해왔다. 지속가능채권과 사모펀드 조성을 통해 중소기업의 친환경 전환을 장려하고, 기후금융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해왔다. 반면 정책금융기관으로써 석탄발전지원과 시중은행 대비 저조한 친환경 활동으로 명암이 엇갈렸다. 

기업은행은 1961년 중소기업의 경제활동 지원을 위해 설립된 중소기업 대출 특화 전문은행으로, 정부 지분이 53.2%인 정책금융기관이다. 기업은행의 친환경 성과도 중소기업 환경경영 지원과 기후금융 시장 선도활동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이 적극적인 친환경 전환에 동참하도록 기틀을 마련하고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기후금융을 위한 글로벌 노력에 동참해왔다.

먼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환경경영 지원을 위해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과 업무협약을 통한 '그린 SCM 컨설팅 서비스' 컨설팅을 통해 적극적인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고, '친환경 실천과제 개발 및 외부 인증 획득'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의 친환경 경쟁력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시행해온 '그린 SCM 컨설팅 서비스' 컨설팅은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에너지 진단 및 절약 방안 발굴, 친환경 경영 선진사례 등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컨설팅을 제안해 친환경경영 실행력을 제고하는데 기여했다. 이 컨설팅에 참여한 대기업 또한 협력 중소기업의 구매 거래 평가 시 친환경 경영에 가산점을 부여해 지속가능한 경영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친환경 실천과제 개발 및 외부 인증 획득' 컨설팅을 통해선 중소기업의 환경경영 현황을 진단하고 조직 구성 및 운영 체계에 부합하는 친환경 경영 인증 획득, 화재 안전 조치 계획 수립, 대기업 공급망 가입 필요조건 준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친환경 경영 실적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친환경 신사업 추진을 희망하는 중소기업, 친환경 경영을 통해 대기업의 우대 혜택을 받고자 하는 중소기업 등의 참여를 유도해 친환경 산업문화 조성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지속가능채권과 사모펀드 조성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금융의 역할도 확대하고 있다. 금융의 힘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사회적 책임 이행을 요구하는 투자자로부터 투자자본을 조달 받고, 이를 친환경 산업 육성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 및 투자에 활용했다.

지난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조3천500억원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해 친환경 가치 창출에도 기여했다. 지속가능채권은 환경친화적이고 사회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채권으로,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이 있는 기관 투자자를 발굴해 국내 ESG관련 채권시장활성화와 투자 기업대상의 친환경 성과도 제고할 수 있다.

또 지난 6일에는 'IBK-KIP 성장디딤돌 제일호 사모펀드(PEF)'를 통해 탄소자원화 기업 '효진호토테크'에 60억원을 지원했다. 'IBK-KIP 성장디딤돌' 사모펀드는 지난 2017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펀드로 이번에는 친환경 기업을 위해 투입했다.

아울러 국제적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 2015년 국제 기후협약인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하고, 국제 비영리단체인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참여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 등을 이행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참여를 유도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중개 서비스 수행,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자금 공급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석탄화력발전투자로 국제 비판에 일조…소극적 행보로 엇갈린 명암

반면 국책은행 3대장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함께 국제 기후오염의 원인으로 지탄받는 석탄화력발전에 지원해 비판을 받았다. 이는 CDP가입 등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희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10월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 석탄금융 취급액 현황'에 의하면 기업은행은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에 23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환화력발전사업은 기후오염 원인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으로 꼽혀, 주요 국가들은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석탄화력발전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시행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은 탄소중립 등으로 지구 온도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는 등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국제 협약이다. 주요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 감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공공기관의 석탄화력발전투자로 OECD 국가 중 해외석탄사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물론 수천억원을 상회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투자 규모에 비교해 적은 규모나 탈석탄금융을 외치며 친환경 행보에 앞장선 시중은행의 행보와는 대비된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9월 25일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탈석탄금융'을 선언하고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채권 인수에 대한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했으며, 신한금융그룹도 지난해 11월 13일 'Zero Carbon Drive(탄소배출제로선언)'을 통해 기후변화를 위한 국제협력에 적극 동참했다.

ESG활동도 비교적 부진했다. 시중은행이 지주사의 정책에 맞춰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에 대출을 제한하는 등의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ESG위원회를 설치해 친환경 행보를 확대했으나 상대적으로 기업은행은 주춤했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지난 2015년 선제적으로 ESG위원회인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설치해 탄소배출제로 선언 등의 성과를, KB금융그룹은 지난해 3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치해 탈석탄금융 등의 친환경 성과를 끌어올렸다. 우리금융지주도 올해를 ESG원년으로 제시하고 전담팀을 개설했으며, 하나은행도 ESG전담팀을 개설했다. 국책중에선 수출입은행 또한 올해 ESG역량 확대를 핵심목표로 제시했으며 특수은행인 NH농협금융도 올해에는 ESG경영에 박차를 가한다고 밝혔다.

또 시중은행의 경우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은 여신업무 내부 기준에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업체에는 간접적으로 여신을 제한해 온실가스 저감 등의 친환경운동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ESG문화에 발맞춰 ESG전담부서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재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아 차주에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ESG전담부서 설립은 검토중이나 현재는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써 중소기업 정책을 통해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을 적극적으로 보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한국판 그린뉴딜 관련 혁신 기업에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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