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일상용품에 빈번하게 사용
KC인증까지 받았던 제품... 사후 관리 문제 지속
소비자가 안심 소비하려면 정부 차원 대책 필요

최근 국민 아기욕조에서 기준치 이상 검출되면서 문제가 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PVC 지우개나 연필 등 완구류에도 사용되고 있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국민 아기욕조에서 기준치 이상 검출되면서 문제가 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PVC 지우개나 연필 등 완구류에도 사용되고 있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지난해 12월 다이소에서 판매되던 아기욕조에서 간과 신장에 해로운 유해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600배 넘게 검출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해당 제품은 대현화학공업이 생산하고 기현산업이 판매를 맡은 ‘아기욕조 코스마’로 온라인에서는 ‘물빠짐 아기욕조’, ‘벨라홈 아기욕조’로 유통됐다. 다이소에서는 2019년 10월부터 판매된 제품이다. 

아기욕조 코스마는 다른 욕조에 비해 머리 받침대가 낮고 미끄럼 방지 스펀지가 있어 목을 못 가누는 신생아 시절부터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입소문이 났던 제품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중국산이 아닌 ‘MADE IN KOREA’라 아기를 키우는 가정에서 믿을 수 있는 ‘국민 육아템’으로 통했던 제품이었던 터라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목욕을 마친 후 물을 빼내기 쉽도록 바닥에 배수구멍이 있어 편의성이 컸다. 그런데 이 배수구멍을 막는 회색 플라스틱 마개에 문제가 있었다. 배수구 마개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일종인 디이소노닐프탈레이트(DINP)가 61만2500ppm 검출됐기 때문이다. DINP의 허용 기준치는 0.1% 이하인데 해당 제품에서는 무려 61.252%가 검출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12월 10일 해당 제품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해당 제품을 판매한 다이소에서는 물빠짐 아기욕조에 관한 환불을 진행하고 제조사와 판매자와 함께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소비자들은 제조사인 대현화학공업과 판매사인 아성다이소, 중간유통사인 기현산업 및 각사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황이다. 

◇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일상용품에 빈번하게 사용

문제가 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폴리염화비닐(PVC) 재질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화학첨가제다. 

프탈레이트 자체는 쉽게 증발하지 않는 유성의 무색 무취 액체다. 대부분의 프탈레이트는 PVC의 내구성은 유지하면서 물성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탁월해 샤워기 호스, 비닐 재질 벽지, 테이블보, 샤워커튼, 케이블 등 유연성이 필요한 대부분의 PVC 생활용품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종류에 따라 매니큐어와 방향제에서 점성을 유지하거나 향기를 고착시키는 역할까지 담당해 왔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통해 부드러워진 연질 PVC는 뛰어난 내구성과 실용성으로 경제적으로도 효과적이라 플라스틱 사용이 늘어난 요즘 꼭 필요한 성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우개나 연필 등 완구류에도 사용되고 있다. 흔히 지우개는 고무로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더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 지우개가 대중화됐다. PVC 재질 지우개는 인쇄는 물론, 모양, 색상, 경도 등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부 제품에는 ‘지우개를 입에 넣지 말라‘는 경고문이 표기돼 있기도 하다. 지난 6월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연필과 지우개를 포함한 수입 학용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63배 넘게 검출되면서 판매 중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학용품은 어린이가 무의식적으로 입에 넣을 수도 있기에 큰 논란이 되었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장시간 노출 시 간이나 신장, 심장, 허파 등에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있어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면역이 약한 아이들에게 이 성분은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켜 생식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어린이용 제품에 한해 더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생활어린이제품안전과 연구관은 “아무래도 PVC 제품은 가소제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어 가소제 검출 우려가 높다”라며 “일반적으로 전세계적으로 가소제 함량 기준은 0.1%로 각 나라별로 간, 심장에 대한 위해 잠재적인 기준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현재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대한 국내 규제는 다른 국가보다 그  벽이 훨씬 높다. 특히 어린이 제품의 경우 특별법에 따라서 가소제 6종에 대해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는 어린이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 아닌 장난감 및 일부 유아용품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연구관은 “유럽이나 일본 등은 어린이가 입에 넣지 않는 제품을 기준으로 가소제 3종에 대해서만 규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제품이 어린이의 입에 닿는다고 가정하고 품목 구분 없이 만 13세 이하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가소제 총합 0.1%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식품 가공․ 포장 등에 쓰이는 프탈레이트로 인해 남성불임, 출생결함, 아동행동장애, 소아천식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실험결과도 내놓고 있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보건대학원 애미 조타 박사 연구팀은 2016년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사람의 소변에서 DINP수치가 40%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빵, 피자, 면류, 육류 등을 보관한 포장지나 조리 과정에서 조리사가 착용한 비날장갑 등을 통해 프탈레이트가 음식에 스며들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였다. 그만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생활과 밀접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면서 아기욕조 코스마 제품을 사용한 가정에서는 아이의 몸에서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는 의견을 잇따라 호소했다. 황달 증상을 보여 피검사를 했다는 사례부터 간 수치 상승, 요로감염 및 신우신염에 대한 이상 증상, 피부질환까지 다양한 이상 반응 사례가 이어졌다.

◇ KC인증까지 받았던 제품... 사후 관리 문제 지속

다이소에서 판매되던 KC인증 아기욕조에서 간과 신장에 해로운 유해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600배 넘게 검출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제품안전정보센터 제공)/그린포스터코리아 
다이소에서 판매되던 KC인증 아기욕조에서 간과 신장에 해로운 유해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600배 넘게 검출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제품안전정보센터 제공)/그린포스터코리아 

이번에 유해물질이 검출된 아기욕조 코스마의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제품이 국가 안전기준을 통가한 ‘KC인증(국가통합인증)’ 제품이었다는 데 있다. 

KC인증은 국가가 정한 소비자 안전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 주어지는 인증이다. 쉽게 말해 국가가 제품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표식이다. 특히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품목 가운데서도 어린이 제품의 경우 판매 전 KC인증이 의무화돼 있다.

KC인증은 위험도에 따라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적합성확인’으로 분류된다. ‘안전인증’은 카시트, 구명조끼, 튜브 등 아이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2년에 한 번 재검사가 필요하다. ‘안전확인’은 보행기나 유모차 등 아이 신체에 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으로 제품 시험 성적서를 5년에 한 번 갱신해야 한다. ‘공급자적합성확인’은 제조업자가 제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제도로 첫 인증 후 재인증이 필요하지 않다. 중간에 납품업체가 바뀌거나 원가 절감을 위해 품질관리가 허술해지더라도 이를 잡을 방편이 없다는 뜻이다. 

코스마 아기욕조의 경우 ‘공급자적합성확인’ 제품으로 제품 원료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추가 인증 없이 계속 ‘KC인증’을 달고 욕조를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길 역시 없었다.

다이소는 리콜 명령 다음 날 사과문을 통해 “해당 상품은 최초 입고 시에는 국가공인 시험기관으로부터 가소제 불검출 확인 시험성적서 등 안전성 및 품질 검사를 거쳤던 게 맞다”면서 “다만 추가 입고 과정에서 제조업체가 안전기준에 따라 생산 및 납품을 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채 유해물질 기준이 상당량 초과한 제품이 판매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KC인증 제도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KC인증을 받은 제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18년에도 국가기술표준원 제품 안전성 조사 결과 87개 어린이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적이 있다. KC인증을 받았던 제품들이었지만 사후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었다. 

어린이 제품 안전 강화에 있어서 기업의 책임의식만큼 정부의 위해우려 제품에 대한 사전 안전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행정 절차 수준에 불과한 현재 KC인증에 더 강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기술표준원 담당 사무관은 “매년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을 무작위로 선정해 정기조사 5회, 수시조사 5~6회 등 안전성 조사를 10회 이상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안전조사 후 문제가 있는 제품을 모두 수거하라는 제재는 관련 사업자에게 제품 제조 시 안전성을 지키라는 경고가 된다”고 말했다. 

안전성 조사가 단순한 점검은 될 수 있지만 위해 제품 예방을 위해서는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 강화를 위해서는 수시 검사가 필요한데 사업자 입장에서 경제적 부담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안전성 조사를 통해 제품 수거를 진행하는 등 경각심 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KC인증 역시 없으면 부적합한 제품이 더 나올 수 있기에 인증이 갖는 효과는 예방적인 차원을 넘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전성 조사를 통해 일시적인 경각심은 불러올 수 있지만 조사 대상 제품이 무작위 선정된다는 점에서 사각지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무작위 선정을 피해 소비자의 일상에서 위해 제품이 계속 사용될 위험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소비자 안심 소비하려면 정부 차원 대책 필요

이번 국민욕조 사태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철민 의원은 지난 12월 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대정부 질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해당 제품이 신생아 건강에 미친 영향과 제품의 판매량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와 함께 피해자를 위한 배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장 의원은 특히 이번 피해를 환경오염피해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환경오염 피해영향조사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해당 제품의 인기에 비춰볼 때 피해 규모가 대단히 크고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개인이 부작용을 직접 입증하기엔 명백한 한계가 있으므로 반드시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 및 배상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면역체계가 약한 신생아 및 어린이용 제품에 대해 지금보다 엄격한 안전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어린이 제품과 관련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대한 규제 기준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생활어린이제품안전과 담당 연구관은 “아직 내부 검토 중이라 구체적인 방안을 전할 수는 없지만 가소제와 관련한 외부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소비자는 국가가 안전성을 담보하는 KC인증을 신뢰하기 때문에 제품을 구매한다. 그런 KC인증 제품에서 허용치의 612배에 달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은 결국 국가 인증 시스템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는 말이 된다.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믿었던 기준이 사라진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