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서 플라스틱 용기 줄이기...고체비누·치약 써보니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을테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열 네번째 도전입니다. 욕실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줄일 수 있을까요? [편집자 주]

필환경은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최근 널리 통용되는 단어다. 네이버 어학사전 오픈사전에는 '반드시 필(必)과 환경의 합성어로, 필수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없는' 칫솔 모습.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이 인류와 지구를 위협한다. 그런데 플라스틱이 없으면 인간은 깨끗할 수 없다. 이 기막힌 아이러니는 우리 욕실에서 시작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플라스틱이 인류와 지구를 위협한다. 그런데 플라스틱이 없으면 인간은 깨끗할 수 없다. 이 기막힌 아이러니는 우리 욕실에서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플라스틱 칫솔로 이를 닦고, 플라스틱 컵으로 입을 헹군 다음 칫솔을 플라스틱 살균통에 넣는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폼 클렌저를 짜서 세안하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샴푸와 역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린스로 머리를 감는다. 핸드워시도, 면도기도, 미스트와 스킨, 에센스, 로션, 수분크림도 모두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다. (미스트는 용기 재질이 뚜껑이 플라스틱이다)

머리를 말리는 드라이기 몸체도 플라스틱, 곱슬머리를 직모로 바꿔주는 롤빗도 플라스틱. 수분크림은 덜어내는 스푼도 플라스틱, 면봉 수납함도, 바디크림도, 혀의 백태를 제거해주는 제품 손잡이도, 치실 케이스와 치간칫솔 손잡이도 모두 플라스틱이다. 화장실 변기에는 플라스틱 커버가 놓여있고 주방 세제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다. 플라스틱이 없으면 씻을 수도 없고 몸을 깨끗하게 할 수가 없는 삶이다. 한 숨이 나온다. 도대체 여기서 플라스틱을 어떻게 줄이지?

◇ '리필용'만으로는 부족한 플라스틱 줄이기

출발은 지난해 봄이었다. 핸드워시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제품 대신 리필용으로 샀다. 주방세제나 세탁세제도 리필용을 자주 샀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커다란 플라스틱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남았다. 내부와 외부가 서로 다른, 종이인지 플라스틱인지 잘 모르겠는 정체불명 용기를 여전히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욕실에서 플라스틱을 본격적으로 줄여보기로 했다. 힌트를 얻은 건 ‘비누’다. 핸드워시, 폼클렌저, 바디워시 같은 단어에 밀려 언제부터인가 쓰지 않았던 (고체)비누 말이다.

고체비누 하나로 세안과 샤워를 모두 해결했던 시절이 있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역시 플라스틱이었지만) 작은 비누곽 하나로 2년 2개월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1998년 5월부터 2000년 7월까지, 기자가 군인이었을 때다. 생활습관을 22년 전으로 돌릴수야 없겠지만, ‘비누’는 그때보다 훨씬 좋아졌을테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에코소비’에 관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요즘 고체비누가 인기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파는 게 아니고 종이로 포장돼 있으니 환경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기대다. 핸드워시 5개를 사면 플라스틱 용기 5개가 필요하지만, 고체비누는 플라스틱 케이스 하나로도 오래 쓸 수 있으니 환경 ‘손익분기’가 높다는 계산이다.

비누뿐만이 아니다. 고체 형태의 샴푸바, 린스바가 시중에 이미 많이 나와있다. ‘설거지바’라고 부르는 주방용 고체비누도 있다. 알약처럼 생긴 알갱이 한알로 양치질을 할 수 있는 고체치약도 있다.

기자가 먼저 도전해본건 고체비누와 고체치약이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많으나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일단 익숙한 뷰티 브랜드 제품을 골랐다. 기자가 핸드크림을 주로 사용하는 해외 브랜드의 고체비누, 그리고 샤워밤을 주로 사는 브랜드의 고체치약을 샀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가 먼저 도전해본건 고체비누와 고체치약이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많으나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일단 익숙한 뷰티 브랜드 제품을 골랐다. 기자가 핸드크림을 주로 사용하는 해외 브랜드의 고체비누, 그리고 샤워밤을 주로 사는 브랜드의 고체치약을 샀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고체비누와 고체치약 써보니

기자가 먼저 도전해본건 고체비누와 고체치약이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많으나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일단 익숙한 뷰티 브랜드 제품을 골랐다. 기자가 핸드크림을 주로 사용하는 해외 브랜드의 고체비누, 그리고 샤워밤을 주로 사는 브랜드의 고체치약을 샀다. 내가 사용한 제품의 성분과 하수도에 버려졌을 때 물에 미칠 영향을 따진 게 아니라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플라스틱을 줄이자고 비누를 구입했는데 비누 올려놓을 예쁜 케이스를 사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욕실을 뒤져보니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비누 케이스가 있었다. 깨끗이 닦아 바짝 말린 다음 비누를 그 위에 놓아뒀다. ‘뷰티비누’라는 설명이 있기에 세안과 손씻기부터 시작했다. 지난주부터는 샤워도 한다. 가지고 있던 바디워시가 아직 남아 지금은 하루씩 번갈아 사용한다. 오늘은 비누로 샤워하는 날이다. ‘비누로 몸을 씻어도 될까?’라는 마음도 들었지만 비누 하나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다 씻던 시절도 있었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비누는 종이로 이중포장돼 있었다. 내부가 코팅된 느낌이긴 했으나 겉포장지는 그냥 종이처럼 보였다. 코팅된 부분은 재활용이 안 되겠지만 플라스틱보다는 처리가 쉬워보였고, 종이는 재활용이 가능하니 플라스틱 제품보다 환경적인 영항은 나아보인다.

고체치약은 기존 젤 형태의 치약보다 더 환경적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알갱이를 입에 물고 칫솔질을 하면 되는데 반으로 잘라 사용해도 되니까 오래 쓸 수는 있다. 그런데 플라스틱 통에 담겨있다. 소분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젤이 줄줄 흐르지 않아 깔끔한데다 부피도 작아 휴대는 간편한데, 어쨌든 플라스틱 몸체와 뚜껑이 있어서 기존 제품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가지고 있는 샴푸와 린스를 다 사용하면 샴푸바와 린스바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비누 샤워와 바디워시 비율도 지금의 1:1에서 앞으로 2:1 정도로 늘릴 생각이다. 돌아오는 설에는 대나무로 만든 칫솔과 편백나무로 만든 칫솔 살균기를 사려고 계획중이다. 삼베로 만든 수세미와 샤워타올도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지금 있는 제품을 오래 쓰는 게 오히려 더 환경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그 제품을 계속 쓸 수는 없으니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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