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 세권 ‘슬세권’ 올해 더 강화될 전망
전통 오피스 상권 죽고 주택가 상권 살아나
집콕 어린이 늘면서 편의점 쇼핑 리스트 중요해져

슬세권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주택가 근처 편의점에서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어린이들을 위한 상품 라인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슬세권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주택가 근처 편의점에서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어린이들을 위한 상품 라인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코로나19로 외출이 줄고 생활 반경이 좁아지면서 지갑을 여는 장소도 바뀌었다. 이른바 근거리 소비활동이 편리한 동네소비형 ‘슬세권’이 떠오르고 있다. 

집 근처 소비활동을 지칭하는 ‘슬세권’은 코로나 시대 새로운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슬세권은 말 그대로 슬리퍼를 신고 오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말한다.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빗댄 말로 집에서 편하게 갈 수 있는 편의점, 음식점, 카페 등이 있는 상권을 일컫는다. 

슬세권이 떠오르면서 과거 전통적인 오피스 상권을 밀어내고 주거 밀집지역이 새로운 인기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비교적 동네 외곽이나 도시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마트나 백화점, 면세점 등은 지리적인 약점으로 타격을 받고 그 수요를 동네 편의점, 식료품점, 슈퍼마켓이 흡수하면서 소비 지형이 바뀌고 있다. 

◇ 집콕 어린이 늘면서 편의점 쇼핑 리스트 중요해져

슬세권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주택가 근처 편의점에서는 집콕족들을 겨냥한 상품 라인을 다시 잡고 새로운 편의시설을 더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어린이들을 위한 상품 라인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가 상권에서의 어린이 관련 상품 인기는 뚜렷하게 상승세를 그렸다. 토이캔디 16.2%, 아동완구 16.0%, 어린이 음료 12.4%, 문구·팬시 10.1% 등 어린이 관련 상품이 인기를 얻으며 증가세를 보였다. 

유치원 휴원 등 코로나19 사태로 집콕하는 어린이가 늘어나면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 대신 집 주변을 산책하며 가볍게 들를 수 있는 편의점에서 쇼핑을 즐긴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캔디 카테고리 중에서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토이캔디 매출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킨더조이, 토이플레이 등과 같은 토이캔디 상품들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장난감이 랜덤으로 들어 있어 편의점에서 가장 먼저 찾는 제품이기도 하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캔디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캔디 상품 중 토이캔디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 2017년 11.2%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17.4%까지 확대됐다. 

세븐일레븐은 이러한 트렌드에 주목해 올해 해외 소싱을 통해 최근 글로벌 인기 캐릭터로 떠오르고 있는 ‘페파피그’와 협업해 토이캔디 상품을 단독으로 선보였다. 페파피그는 영국의 인기 에니메이션으로 분홍돼지 ‘페파’ 네 식구 일상을 따뜻하게 그린 힐링 만화다.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상품은 계란 모양의 틴케이스 안에 젤리와 페파피그 장난감이 담긴 토이캔디 형태다. 

김수현 세븐일레븐 글로벌소싱담당MD는 “슬세권 소비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주택가 상권에서는 어린이들이 찾는 상품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GS25가 지난 7월 모바일 세탁서비스업체 세탁특공대와 손잡고 서울 전 지역 및 경기 일부지역에 세탁서비스 시작한 것도 슬세권 확장에 따른 변화로 볼 수 있다. 카카오톡 접수 후 GS25에서 세탁물 맡기면 48시간 내에 고객 집 앞으로 세탁물이 새벽배송 되는 시스템이다. 세탁물의 주문접수부터 검수, 세탁, 검품, 포장, 배송까지 통합 관리되는 전문적인 올인원 서비스로 셔츠 한 장이라도 집 앞 편의점에 손쉽게 맡기는 서비스로 눈길을 끌었다.  

◇ 동네상권 전성시대... 지역 상권 강화될 전망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 ‘내근처’ 서비스. (당근마켓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 ‘내근처’ 서비스. (당근마켓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11월 개최한 ‘2021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도 지역상권의 강세와 동네상권의 재발견이 언급됐다.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식신’의 안병익 대표는 이 자리에서 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슬세권 문화와 푸드테크 발전의 다양한 적용사례를 소개하며 “지역 상권화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슬세권 정보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예컨대 동네 주민끼리 중고물품을 사고 파는 ‘당근마켓’에서는 포털에서는 검색되지 않는 동네 맛집 정보와 구석구석 알려지지 않은 알짜배기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은 대표적인 슬세권 서비스 플랫폼으로 최근에는 당근마켓에서 가장 많이 찾는 슬세권 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많이 찾은 가게가 어디인지 ‘내근처’ 인기 키워드를 통해 살펴본 것이다. ‘내근처’는 당근마켓 이용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동네 가게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슬세권 키워드 1위를 차지한 키워드는 ‘용달’이었다. 당근마켓에서 거래되는 가구와 같이 크고 무거운 물품을 거래할 때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인테리어 가게 검색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꾸미기에 관심이 커지면서 부분 인테리어 등을 많이 다루는 동네 인테리어 업체 검색이 늘어난 것이다. 이밖에 아이들을 보내기 좋은 동네 학원을 알아보거나 갈 만한 카페 정보를 나누는 일도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될 때마다 주택가 상권 매출은 늘어나는 반면 유흥가나 학원가, 대학교, 오피스 상권의 매출은 쪼그라들고 있다”고 말하며 “위드 코로나 시대 슬세권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동네상권 전성시대를 예상했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