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대에 따라 재택근무 증가, 세계적 추세
한국은행 “위기 진정 이후에도 재택근무 늘어날 전망”
일하는 공간과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새로운 질문, 출퇴근 줄이면 환경에도 좋은 영향 미칠까?

코로나19가 인류의 삶을 뿌리째 바꿨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1년 전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다릅니다. 당연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졌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새로운 표준이 됐습니다. 말 그대로. ‘뉴 노멀’ 시대입니다.

감염병 확산은 여전히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이 인류의 환경파괴 때문이라는 지적을 고려하면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또 생겨날 가능성 역시 있습니다.

코로나는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꿨을까요. 달라진 경향은 우리 산업과 소비, 환경과 주거, 그리고 레저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팬데믹으로 달라진 2021년 시대상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첫 번째 순서는, ‘거리두기’가 바꾼 기업 문화입니다. [편집자 주]

'사무실'의 개념이 달라졌다. IT기술의 발전으로 이미 가능하던 일이지만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된 건 거리두기 경향이 이어지면서다.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무실'의 개념이 달라졌다. IT기술의 발전으로 이미 가능하던 일이지만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된 건 거리두기 경향이 이어지면서다.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1990년대 SF영화에는 집에서 일하는 미래 직장인들의 모습이 종종 등장했다.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고 가상 현실을 활용해 화상 회의를 하는 모습이 그 시절에는 사뭇 놀라웠다. 마냥 신기해하던 기자와 달리, 당시 이미 장년층 관리자로 근무하던 기자의 아버지는 “기술이 발전해도 일은 회사에 모여서 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었다.

2020년 새해까지도 사람들의 예상은 대개 그랬다. 세계적인 규모의 대기업도,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큰 회사들도,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통신망을 가진 대부분의 기업들도 회사 강당에 모여 시무식을 열고 다 같이 모여 회의하고 점심 먹고 회식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가 세상을 덮치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달라졌다. 집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늘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14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 보고서에서 "코로나가 덮치자 개인은 건강을 이유로, 기업은 복원력과 유연성을 이유로 재택근무 유인이 각각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시민의 건강을 유지하고 보건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이동제한조치나 사회적 거리두기조치 강화에 나서면서 재택근무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 낯설지 않은 재택근무...53.9% "집에서 일해봤다"

지난 11월 취업 플랫폼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인원 중 53.9%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발로 뛰어야 한다’는 얘기를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기자도 지난해 여러차례 재택근무를 했다.

새해 들어서도 이런 경향은 이어졌다. 연말 연휴 기간과 올해 첫 평일인 지난 1월 4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시무식을 열고 CEO들의 신년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와 변화를 언급했고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시무식을 비대면이나 온라인으로 대신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채용이나 교육 등 기업의 주요 활동들도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방식의 기업활동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한 기업 인사 관계자는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달라진 근무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의 위기대응 전략도 비대면 시대에 맞춰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안기업 안랩은 ‘비대면 업무환경 보안위협 확대’를 올해 5대 사이버 보안위협 전망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안랩은 “2021년에는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 중심의 일상생활이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따라 재택근무 증가

집에서 일하는 문화는 정착될까? 우선 재택근무가 늘어난 게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국은행 조사국에서 발간한 위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국내외 확산에 따라 각국에서 이동제한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재택근무가 확산됐다.

용어 정의부터 해보자. 재택근무는 유연근무제(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원격근무)의 한 유형으로 근로자가 사업장이 아닌 주거지에 마련한 업무공간에서 정보통신기기 등을 활용하여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집(주거지)에서 근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격근무용 사무실에 출근해 일하는 원격근무와는 구별된다.

한국은행이 7월 13일자 뉴욕타임즈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전개양상에 따라 등락을 보였지만 4~5월 대규모 확산 당시에는 전체 근로자의 약 절반 정도가 재택근무를 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이후 IT부문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시행이 활성화된 바 있다.

재계와 산업계 등에서는 지난해 재택근무 경험을 계기로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재택근무가 상당부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보고서를 발간한 이유에 대해 “재택근무 확산의 배경과 전망, 그리고 주요 쟁점을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코로나19가 바꾼 기업의 일하는 문화를 짚어본다.

집에서 회의할 수 있을까? 예전 같으면 '그게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2020년 부터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집에서 회의할 수 있을까? 예전 같으면 '그게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2020년 부터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일하는 문화가 달라진다...재택으로 효율 찾기?

사실 이슈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형태는 개인과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의 유인과 IT 기술혁신*이 결합되면서 국내외에서 추세적으로 늘어왔다. 영국의 경우 유연근무를 활용하는 근로자 비중이 1999년 9.5%에서 2019년 54%로 늘어난 바 있다.

바탕은 ICT기술의 발전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팩스나 전화 등으로 한정되어 취약하던 통신인프라가 2000년대 PC, 초고속인터넷, 이메일, 스마트폰 보급을 넘어 Skype와 Zoom 등 화상회의시스템으로까지 급속히 발전해왔다. 스카이프와 줌은 지난해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크게 늘어난 바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연근무 활용 근로자 비중은 첫 조사였던 지난 2015년 당시 4.6%에서 2019년 10.8%로 상승한 바 있다. 개인은 통근시간을 아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직장에서 먼 곳에 사는 것도 가능해져 거주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거나 사무공간 유지비용 등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등을 통해 인구고령화에 대응하는 한편, 도시, 환경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도모할 수 있다.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족돌봄이나 장애 등으로 인해 전통적 방식의 직장생활이 쉽지 않았던 사회구성원의 구직을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로 글로벌 최대 구직·구인 회사인 LinkedIn는, 재택 구직자가 코로나 사태 이후 크게 늘어났으며, 구인기업도 국내 또는 인근에서 구하기 힘든 재능 보유자를 보다 쉽게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 한국은행 “위기 진정 이후에도 재택근무 늘어날 전망”

재택근무 증가는 코로나19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연근무제 활용 근로자 중 재택근무 비중(복수응답)은 선택적 근무시간제, 시차출퇴근제 등이 확산되는 와중에 오히려 하락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이를 두고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개인은 건강을 이유로, 기업은 복원력·유연성을 이유로 재택근무 유인이 각각 크게 늘었으며, 정부도 시민의 건강을 유지하고 보건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이동제한조치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소비에서 온라인쇼핑이, 기업활동에서 원격회의가 늘어나는 것처럼 재택근무도 일시 조정은 있더라도 추세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9월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3%가 앞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애틀란타 지역연준 조사에 따르면, 기업 직원들의 재택근무일 비중(평균)이 2019년 5.5%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6.6%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은 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대표적으로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타의에 의한’ 재택근무가 이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경영진과 직원의 재택근무 인식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 재택근무 무조건 확대 적용은 ‘글세’

이와 더불어 최근의 위기를 계기로 직원과 기업이 재택근무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적잖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다는 점, 그리고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과 느끼는 효과 등이 좋다는 의견이 많다는 점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QuestionPro and IncQuery>의 2020년 조사를 인용했는데 재택근무 인식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64.7% 재택근무 효과가 예상보다 좋다고 대답한 비율은 61.0%였다.

다만, 재택근무를 무조건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시선은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행도 “당장 근로자 모두가 재택근무를 할 수는 없으며, 재택근무가 확산되더라도 상시 재택근무보다는 하이브리드 재택근무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재택근무는 재택과 기존 사무실, 원격 사무실 등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형태다.

이는 모든 기업에 맞는 근무형태 대신 각 기업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적합한 최적조합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약 40% 근로자)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지만, 나머지 60% 근로자와 자영업자는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현대모비스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발맞춰 지난 2월부터 임시적으로 시행해오던 재택근무제를 공식 제도화한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과 전동화 등 미래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의저인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재택근무제를 공식 제도화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과 전동화 등 미래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현대모비스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출퇴근을 줄이면 환경에도 좋은 영향 미칠까?

당시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하나 내놓았다. 재택근무로 인해 환경오염이 줄어들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 확산은 직원의 이동을 줄여 석유와 전기 등의 수요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S&P는 CNBC의 지난해 5월자 보도를 인용해 “통근 감소에 따라 일일 1~1.5백만 배럴의 원유 수요가 영구히 소멸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 세계 원유 일일 사용량은 약 1억 배럴 수준이다.

IEA는 지난해 6월, “재택근무 가능 근로자들이 일주일에 하루씩 재택근무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이 연간 2,400만톤 감소하며, 재택 빈도 증가에 따라 감소량이 비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400만톤은 런던 도시권의 총 배출량 수준이다.

반면, 재택근무로 가정에서의 IT 기기 사용이 늘고 냉·난방 에너지 사용이 증가하는 점은 긍정적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약 64%의 재택근무자들이 업무장소에서 혼자 일함에 따라 가정에서의 에너지 소비는 사무실에서 절약되는 양의 약 73~85%만큼 증가한다.

고려해야 할 점은 또 있다. 사무실 공간이 축소되지 않는 경우에는 재택근무로 인해 오히려 에너지 소비가 증가할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은행은 사무실에서 공용으로 사용되던 PC, 프린터 등의 용품들이 늘어나는 점도 환경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 일하는 공간과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업무 관점에서 보면 재택근무는 좋을까 아니면 나쁠까. 재택근무를 둘러싼 시선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높이는지, 그리고 직원의 삶의 질이 실제로 개선되는지다.

직원 입장에서는 통근시간이 줄고, 업무 집중력이 늘거나 자율성이 늘어 만족도가 늘어난다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에서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 통근소요시간이 약 1시간인데, 절약한 시간 중 약 1/3을 일하는데 사용하면 업무 기여도가 늘어날 수 있다.

한편에서는 구성원 간 대면 상호작용 과정에서 기존 직원의 창의성이 늘거나 신입직원의 업무파악 등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재택근무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업무의 성격이나, 기술적 뒷받침 정도, 문화적 차이 등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강제로 재택근무가 도입된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생산성 손실이 불가피한 점이 있으나, 향후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려면 적응기를 거쳐 업무와 개인의 특성에 맞게 선택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는 산업혁명 이후 유지되어 온 근무형태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전 세계 기업들은 앞으로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직장을 운영할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됐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