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경제부 기자
박은경 경제부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은행장들의 주름살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출 부담은 커져가지만 기업시민으로써 중기·소상공인의 어려움과 침체된 경제를 고려하면 우려를 내비치기에는 눈칫밥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행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를 걱정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일 년 만에 우려가 터져 나온 것을 보면 코로나19發 대출 리스크 현실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역력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및 2021년 금융정책 방향' 간담회에서 일부 은행장들은 코로나19 피해 중기·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이자 유예 재연장, 신용등급 평가 기준 완화 등 현안에 우려를 내비쳤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은행장과 전국은행연합회장 등 은행권 관계자들과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은행장은 "코로나 상황이 계속 호전되지 않을 경우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이자 만기를 계속 연장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코로나19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유예 조치는 지난해 9월에서 오는 3월로 한 차례 연기됐다. 당시 당국은 오는 3월이면 코로나19 침체 국면이 진정되리란 계산이었지만 재확산이 걷잡을 수없이 퍼지면서 추가 연장이 필요해졌다.

문제는 연장될수록 추후 이들 채권이 만기가 도래할 때 '부실채권'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2월 27일부터 8월 28일까지 시중은행에서 집행한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출 실적은 54조7천억원이다. 이 중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의 연체 '요주의 여신' 또는 3개월 이상 연체 채권인 '고정이하여신'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명확하지 않은 데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취약 차주도 늘어나게 된다.

금감원에선 지난해 9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0.65%로 전분기말 대비 0.06%p하락하고, 부실채권은 14조1천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9천억원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명확하지 않은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말한 이자 연장 및 유예 조치 등으로 연체로 분류돼야 할 여신들도 정상으로 분류돼 집계되기 때문에, 이자 유예 연장 조치 등이 종료되면 연체를 막지 못하는 부실채권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탓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체 은행권의 이자 납입 유예 규모는 950억원(8천358건)에 이른다. 이자 납입 유예규모가 1조원에 이르면 원금의 부실규모는 수 십 배에 이른다. 이자를 내지 못하면 뒤에 있는 원금 상환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평균적인 대출 원금이 이자의 50배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자 납입이 유예된 950억원 분의 원금도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4대 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조선, 해운, 건설 등 위험업종여신 비중과 음식점, 도·소매 등 코로나19 민감업종 비중은 상승하는 중이다.

금감원 신용평가 공시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경우 위험업종 비중은 4.3%로 2019년말인 4.5%대비 하락했지만 코로나19 민감업종 비중은 26.6%로 시중은행 평균인 21.4%를 상회하고 있어 여신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도 위험업종 비중이 4.7%로 2019년말 수준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 민감업종 비중은 23.7%로 전년말(22.7%) 대비해선 증가세를 보였다.

국민은행은 코로나19 민감업종 비중은 23.3%로 증가폭이 크지 않지만 위험업종여비중은 3.9%로 전년말(3.7%) 대비해선 상승했고, 우리은행은 위험업종 비중이 4.2%, 코로나19 민감업종 비중이 22.7%로 국민은행과 더불어 낮은 축에 속했다.

물론 이들 은행은 각각 시중은행 평균치인 4.9%와 21.4% 대비해선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으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부실채권이 정상여신으로 분류되는 자산건전성 지표의 왜곡 상태에 빠져있을 우려가 존재한다.

시중은행이 금융위기 사태의 학습효과 등을 토대로 위기에 대응한 기초체력과 회복탄력성이 우수한 편이라고 하나, 작던 크던 리스크는 불가피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서 코로나19 경기충격이 지난 2008년 발생했던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서면 일반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NPL)과 BIS자본비율이 각각 1.3%p, 0.6%p 저하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당국의 입장처럼 당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피해업종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재연장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시하거나 대책이 시급하다.

나름대로 감독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수고를 고려할 때 보이지 않는 손들이 만기 연장된 부실채권 규모를 집계하고 뒤에서 대책들을 속속 세워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효성 있는 보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럴 때 금융지원 대출도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mylife1440@greenpost.kr

키워드

#은행 #코로나19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