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올해도 역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긴 어렵겠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기준은 성탄절 당일, 적설량이 기록될 정도의 눈이 내리는 경우다. 전국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서울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볼 수 있던 날은 총 9번이다. 가장 최근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2015년, 서울에 0.2cm의 눈이 쌓였다. 이 후 5년째 눈 없는 성탄절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눈을 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전세계 200여국은 5년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협약의 내용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하, 나아가 인류의 안전과 생태계 보전이 확보되는 한계선인 1.5도 아래로 유지하도록 노력한다는 약속이었다. 법적 구속력은 없어 협약에 따라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자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했다. 

하지만 세계는 오히려 최근 5년간 세계는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5년을 보냈다.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됐고, 호주와 아마존은 기록적인 산불이 발생했다. 남극과 북극, 그린란드의 빙하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없다. 온실가스 배출이 늘면서 극심한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긴 장마와 태풍 속 식탁에는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있고, 제주도는 한반도 최남단에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해마다 해수면 높이는 약 4~5mm씩 상승하며 바닷가 마을을 잠식해가고 있다. 

해수면이 빠르게 높아질 경우 강한 태풍이나 호우로 인한 홍수, 침수 피해가 커진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및 이상 기후 현상으로 2030년 한반도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는 닥쳐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돼 눈 앞에 펼쳐졌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새하얀 눈이 내려 코로나19로 힘든시기를 보낸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주리라 소망했다. 하지만 올해도 성탄절의 행운은 없다. 다만 서울은 영하 5도까지 떨어지면서 텅빈 도심 속 강추위만이 찾아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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