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으로 달라질 2021년의 기업을 기대하며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작심3일의 첫날이다.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오늘, 조금 더 넓게 보면 작년과 달라진 올해의 나를 꿈꾸며 새 각오를 다지는 날이다. 그 각오가 3일이면 모두 사라져 결국 어제와 같은 내가 된다 해도, 작심3일을 매번 거듭하면 작심1년이 되더라는 응원메시지도 있으니 모두 기운을 내자.

지나간 어제, 그러니까 2020년은 참 괴로웠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처음 봤을때만 해도 ‘그런가보다’ 했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11년 전 신종플루 사태가 떠오르긴 했지만 솔직히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과거, 홍콩에 독감이 유행했다는 소식을 들을때나 브라질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한다는 뉴스를 듣던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모든게 달라졌다. 인류의 삶이 코로나를 기준으로 확 변했다. ‘코로나 이전 시대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서늘한 경고도 들렸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아직은 모른다. 그저 바라건대, 지난 1년 내내 인류를 괴롭힌 저 고약한 바이러스가 올해부터는 좀 수그러들기를 기대할 뿐이다.

2021년이 모두에게 새롭듯, 기자 역시 올해는 예전과 다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환경 관련 일을 시작했고 이제 2년차에 접어들어서다. 올해로 21년차 기자가 됐지만, 환경기자로는 2년차에 불과하니 아직은 ‘주니어’ 연차라고 봐도 되겠다.

그린포스트에 입사하기 전, ‘환경적인 사람이냐’라고 물으면 (적어도 그 당시에는) ‘아니오’라고 답해야 했다.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하루에 세잔 마셨고 물 끓이는 게 귀찮아 2L(리터) 생수 12병을 한꺼번에 사서 쌓아두고 마셨다. 유명 브랜드 카페에서 텀블러를 많이 샀는데 일회용 컵 대신 쓰려는 게 아니라 예뻐서였다. 에코백도 튼튼한 걸 고르는 게 아니라 디자인을 보고 샀다. 2019년까지의 얘기다. 지난해에는 달라지려고 노력했고 올해는 더 달라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린포스트에서 여러 연재기사를 취재했다.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2050 지속가능 기업>이라는 연재도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고. 덜 버리고, 또 제대로 버려야겠지만, 만들고 버려지는 과정의 환경영향을 줄이려면 근본적으로 기업이 그런 물건을 더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이 환경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확인하고 싶어 해당 연재를 시작했다.

희망적인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희망적인 부분은 기업들이 환경 관련 내용에 관심 많고 저마다 모두 친환경과 기후변화대응, 그리고 ESG경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환경에 이렇게 관심이 많다면, 우리 미래는 밝을 것 같았다.

아쉬운 부분은, 기업들이 말하는 지속가능 전략과 내용들이 모두 똑같다는 거였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내놓고 환경 이슈를 설명하는데, 기업 이름과 제품명을 가리고 보면 A회사나 B회사나 내용이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기업들은 말한다.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이슈여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전사적인 환경전담 조직을 만들어 관련 내용을 다루고 CEO 역시 그 분야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이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물 사용을 줄이고, 버려지는 물을 다시 쓰고,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화 하는데도 많은 투자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렇게 다 똑같을까. 기업들이 정말로 같은 노력을 일제히 기울이고 있어서 그런걸까? 그런거라면 정말 좋겠다.

기업발 뉴스와 자료들을 살펴보면, 요즘은 ESG가 화두다. 워낙 많은 얘기가 나와서 어쩌면 ‘유행’처럼 보일 정도다. ESG는 (본지에서도 많이 다뤘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영문 약자인데, 친환경 경영을 하고 사회적인 가치에도 신경 쓰면서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의도와 취지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거의 모든 기업들이 ESG를 말한다. ESG관련 조직도 많이 생기는 추세다.

쏟아지는 ESG 관련 뉴스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고 또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든다. 중요한 건 계획이 아니라 실천이어서다. “ESG를 실천하겠다”는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무엇을 실천하겠다는 계획도 얼마든 아름답게 발표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실천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소비자가 쓰레기 덜 버리려고 아무리 애써도, 페트병 라벨 잘 떼겠다고 일일이 칼질 하고 스티커를 긁어내도, 기업이 만드는 물건이 친환경적이지 않으면 의미가 줄어든다. 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그 과정이 환경적이지 않으면 그것 역시 의미가 없다. 결국, 중요한건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어떻게 환경적으로 가져갈 것이냐다.

올해는 코로나가 가고, (지금까지 다들 입 모아 얘기한 것처럼) ESG가 기업 곳곳에 정말로 스며들기를, 그래서 여러분 모두 ‘새해 ESG 많이 받으시기를’ 바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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