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나쁜 습관...내년에는 모두 버리자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서른 세번째 사진은 길 위에 고스란히 놓인 누군가의 ‘피로’입니다. [편집자 주]

올해의 피로는 모두 떨쳐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자. 대신, 아무데나 버리지는 말자. (이한 기자 2020.08.16)/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의 피로는 모두 떨쳐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자. 대신, 아무데나 버리지는 말자. (이한 기자 2020.08.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기사의 출발은 ‘잘못 버려진 쓰레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길에 버려진 쓰레기만 계속 촬영하면 장소와 소재만 바뀌고 늘 같은 사진처럼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생활 속 여러 모습들을 다양하게 촬영했다. 2020년의 마지막인 오늘은 어떤 사진을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무려 4개월 전인 지난 8월 16일 촬영한 컷을 골랐다.

도로위에 버려진 피로회복제의 모습이다. 똑바로 서있는 걸 보니 누군가 얌전히 버린 것 같다. 차가 다니는 길인데 밟아서 깨질 수도 있고, 사람도 함께 다니는 길이니 어린이나 애완동물이 밟을 수도 있다. 버려진 빈 병의 원래 주인은 시원하게 한 병 들이켜고 피로가 회복되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저기 놓인 빈 병 때문에 새롭게 피로해야 했다.

돌아보면, 모두에게 피곤한 1년이었다. ‘피로사회’라는 키워드가 유행한 게 이미 수년전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올해는 우리 모두가 힘들고 괴로웠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낯선 경험을 신종 전염병 때문에 겪어야 했다. 그런 전염병은 인류가 환경을 파괴하는 과정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올 한해 다들 괴로웠지만 내년에는 훌훌 털고 괜찮아지기를, 그리고 내년부터는 우리의 나쁜 습관이 모두 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그리고 새해에는, 쓰레기를 잘 버리시기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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