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모범 되는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
박정호 SKT 사장, SK하이닉스 부회장 겸직
ESG 강화...환경 관련 어젠다도 본격 다룬다
“파이낸셜 스토리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

국내 주요기업들이 연말을 맞아 조직개편과 새 임원진 구성에 나섰습니다. 해마다 인사철이 되면 ‘세대교체’나 ‘차세대 리더 육성’ 같은 단어가 반복되지만 올해는 그런 익숙한 말들이 한층 무겁고 새롭게 들립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때문입니다.

팬데믹은 과거 IMF와 리먼 사태 등 여러 위기보다 더 강력한 태풍을 몰고 왔습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변했고 그에 따라 산업 구조가 재편됐습니다. 블루오션이 순식간에 레드오션이 되거나,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던 가치들이 불과 몇 달 사이 새로운 표준으로 보편화되는 경우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CEO들은 매년 ‘올해는 경영 환경이 불확실하다’고 말합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도전과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매년 듣는 얘기지만 2021년이야말로 과거 어느때보다 더 그런 시대가 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국내 산업을 이끄는 주요 CEO들은 조직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혁신을 주도할 임무는 누구에게 맡겼을까요. 연말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2021년 경영 전략을 미리 살펴봅니다. 네 번째 순서는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최태원 SK 회장입니다. [편집자 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과거에는 나무를 최대한 많이 베어 비싸게 파는 게 기업의 가치였다면 지금은 삼림보호와 이산화탄소 감축 등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함께 만들어야 기업이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평소 강조하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철학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언급이다. (SK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는 최태원 회장의 주도로 평소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많이 내놓았다. 최근에는 ESG경영 관련 행보도 폭넓게 이어가고 있다. (SK그룹 제공, 본사 DB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SK그룹은 지난 12월 3일 2021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SK그룹은 “각 회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쌓는, 이른바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뒀다”라고 밝혔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주도로 평소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많이 내놓았다. 최근에는 ESG경영 관련 행보도 폭넓게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업이 위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로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내놓으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SK그룹은 인사와 조직개편 발표 후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ESG의 세계적인 모범이 되는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그룹 내 주요 계열사 SK텔레콤도 조직개편안을 내놓았다. “AI빅테크와 마케팅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였다. 특히 SKT 박정호 사장은 임원인사를 통해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하게 되면서 그룹 내 미래 사업을 중추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됐다. 박정호 사장은 최태원 SK회장의 의중을 잘 이해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 박정호 SKT 사장, SK하이닉스 부회장 겸직

SK그룹은 지난 12월 3일 오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관계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최종 협의했다고 밝혔다. 위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더 큰 도약 준비하고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파이낸셜 스토리 본격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SK에 따르면, 올 한해 치열하게 논의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각 사가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게 된다.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두 명의 부회장 승진을 비롯한 사장단 인사가 이뤄졌다. 우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한다. SK는 “ICT 전문가인 박정호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시너지가 주목된다”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유정준 SK E&S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SK에 따르면, 유 부회장은 업계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성장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게 된다. 이에 더해 SK E&S는 추형욱 SK주식회사 투자1센터장을 사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1974년생인 추 신임 사장은 소재 및 에너지 사업 확장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 부회장과 함께 SK E&S 공동대표를 맡게 될 전망이다.

추 사장은 임원에 선임된 지 만 3년만에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데, 연공과 무관하게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SK의 인사 철학이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참고로 SK그룹은 지난해 임원관리제도 혁신을 통해 상무, 전무 등 임원 직급을 폐지하는 등 임원관리제도를 혁신한 바 있다.

SK그룹 8개사가 2일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RE100'에 가입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SK그룹은 지난해 임원관리제도 혁신을 통해 상무, 전무 등 임원 직급을 폐지하는 등 임원관리제도를 혁신한 바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ESG 강화...환경 관련 어젠다도 본격 다룬다

ESG경영 분야에서도 눈여겨볼만한 변화가 있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염 사장은 지난 2017년부터 경영경제연구소를 이끌며, 행복경영과 딥 체인지 등 SK의 최근 변화에 밑거름이 되는 역할을 해왔다. SK는 “염 사장은 앞으로도 ESG 등 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관계사 CEO들로 구성된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변화가 있다. 우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와 더불어 더불어,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를 없애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하여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 관련 어젠다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다.

이 외에도 바이오소위원회와 AI소위원회, DT소위원회를 관련 위원회 산하에 운영한다. SK는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환경, 지배구조 등 ESG 문제를 선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바이오, AI, DT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꾸준히 주목해왔던 최근까지의 행보에 더해 ESG 등 2021년의 주요 이슈에도 관심을 넓히겠다는 행보다.

신설되는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과 법무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윤진원 사장이 임명됐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됐다. 아울러 ICT위원회 위원장은 박정호 부회장이 맡는다.

◇ 파이낸셜 스토리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

SK는 이번 인사를 통해 신규 선임 103명에 부회장 및 사장 승진 4명을 더해 총 107명의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코로나 등 경영환경을 감안하여 예년에 비해 신규 선임 규모는 소폭 감소했으나, 바이오, 소재, 배터리 등 신규 성장사업에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그릅은 설명했다.

여성 인재의 발탁 기조도 유지됐다. 예년과 같은 7명이 신규 선임될 예정임에 따라 그룹 전체 여성임원 규모 또한 34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SK그룹은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여성 임원 후보군을 조기에 발탁해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아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어느때보다 경영 불확실성이 큰 한해였지만, 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면서, "내년 또한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이번 인사가 그간 준비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 추진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그룹은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ESG의 세계적인 모범이 되는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SKT 조직개편도 눈길...“AI빅테크·마케팅 컴퍼니 도약”

같은 날 발표한 SK텔레콤 조직개편도 눈에 띈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기존에 핵심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들을 과감히 AI 중심으로 재편해 AI 빅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조직개편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박정호 사장은 “핵심 사업과 Product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으며, AI가 모든 사업의 기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T는 기존 AI서비스단을 ‘AI&CO’로 조직명을 바꾸고 고객의 편리한 생활을 돕는 AI에이전트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SK ICT 패밀리 회사들의 모든 상품, 서비스 경쟁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SKT는 가장 큰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MNO사업부를 9개 핵심 사업과 Product에 주력하는 마케팅 컴퍼니로 크게 재편했다. 9개 컴퍼니는 모바일, 구독형상품, MR(혼합현실)서비스, 클라우드, IoT, 메시징, 인증, 스마트팩토리, 광고·데이터로 모두 조직명에 CO(Company)가 붙는다.

이와 더불어 SK텔레콤은 언택트 시대를 맞아 MNO 사업부의 온라인 서비스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언택트 CP(캠프)를 신설했으며, 효율적인 5G 인프라 투자 및 운용을 위해 별도 조직이었던 ICT 인프라센터도 MNO사업부 산하로 이동시켰다.

SK그룹과 주요 계열사들은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그 동안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사회적 책임 관련 행보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SKT 박정호 사장이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열린 ‘비대면타운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회사 혁신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한다. SK는 “ICT 전문가인 박정호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시너지가 주목된다”라고 밝혔다. (SK텔레콤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