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장점 살려라...플라스틱 선순환 구조 구축
친환경 패키징 확대·식품 폐기량도 감축
폐페트병으로 친환경 제품...롯데케미칼, 화학사 중 ESG 1위
PET 쉽게 버리세요...롯데칠성음료의 라벨 혁신
신동빈 “ESG 경쟁력 필수"...친환경 고부가 소재 강조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기업들은 저마다의 기술과 제품으로 험난한 파도를 넘고 있습니다.

당장 급한 것은 매출과 실적을 회복하고 달라진 소비패턴과 사회 경향에 적응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팬데믹의 원인이 지구를 함부로 사용한 인류에게 있다’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올해 국내 주요기업들은 지구를 위해 어떤 활동을 했을까요. 그 활동은 단순한 계획에 그쳤을까요 아니면 꼼꼼한 실천으로 이어졌을까요. 환경 관련 뉴스와 키워드로 기업들의 2020년을 돌아봅니다. 여덟 번째 순서는 전사 차원의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고 ESG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롯데입니다. [편집자 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울산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했다. 지난달 중순 귀국 이후 첫 공식 행보다. 신 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친환경적인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선제적인 안전관리를 당부했다. (롯데지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울산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한 현장에서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친환경적인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선제적인 안전관리를 당부했다. (롯데지주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최근 국내 주요 기업마다 ESG가 화두다. 롯데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울산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ESG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친환경적인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롯데는 올해 전사차원의 ‘필환경’ 프로젝트 계획을 밝힌 바 있어서 신동빈 회장의 이날 발언에 특히 관심이 모였다.

시간의 추를 10개월 전으로 잠시 돌려보자. 올해 2월 19일, 롯데는 그룹 차원의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를 통해 3대 중점 실천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가 밝힌 3가지 과제는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친환경 패키징을 확대하며 식품 폐기량 감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당시 이 프로젝트는 롯데지주와 4개 BU가 공동으로 검토해 추진한 계획이다.

롯데는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우선순위로 고려해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전사적으로 환경 책임을 우선순위로 고려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당시 롯데 관계자는 “필(必)환경! 작은 변화에서부터라는 표어와 함께 현장에서의 공감과 실천 의지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분야별 작은 성공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유통 장점 살려라...플라스틱 선순환 구조 구축

이를 위해 롯데는 전 계열사의 환경 지표 관리 수준 진단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화학·유통·식품 등 각 사업부문별로 친환경 실천 과제와 목표를 세웠다.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과 친환경 패키징 확대, 식품 폐기물 감축 등 3대 중점 과제는 이 과정에서 나왔다. 롯데는 “과제별로 관련 계열사들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5개년 목표를 세부적으로 설정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장기적으로는 그룹 전 분야에 롯데만의 자원 선순환 구조인 ‘5Re’모델을 적용해 나간다고 밝혔다. 5RE는 Recycle과 Reduce 등을 포함한 친환경 관련 키워드를 뜻한다.

롯데는 플라스틱 소재인 페트(PET)와 관련해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밸류체인 전 단계가 그룹 내에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해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분리회수와 원료재활용, 그리고 폐기랑 감축 등이 함께 이뤄지도록 선순환 모델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rPET(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활용한 PET)를 공급하고, 식품사 등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제품 패키징, 의류, 신발 등에 rPET를 소재로 활용하기로 했다 유통과 판매 단계에서는 rPET 제품 소비를 촉진하고 자원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회수된 자원은 다시 롯데케미칼의 rPET 원료로 재활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2025년까지 그룹에서 생산하는 PET 패키징 제품에 rPET 사용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계열사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다. 세븐일레븐은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로고를 뺀 얼음컵을 ㅅ용했고 롯데GRS는 빨대가 필요없는 드링킹 리드 일회용컵을 사용했다. 롯데칠성은 생수 브랜드 최초로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앤 ‘아이시스 8.0 ECO’를 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친환경 패키징 확대·식품 폐기량도 감축

롯데는 2025년까지 유통사 명절 선물세트의 친환경 포장 제품을 50%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당시 롯데는 롯데중앙연구소와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은 그룹 내 일회용품 사용 계열사와 함께 ‘포장기술 협의체’를 구성해 친환경 포장 개발 및 적용 방안을 논의했다. 도시락 용기 경량화 및 소재 단일화, 생분해성 비닐 소재 연구 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선보인 설 선물세트에도 친환경 포장 방식이 적용됐다. 롯데백화점은 축산, 굴비 선물세트의 아이스팩에 보냉제로 물을 이용하고, 정육 선물세트를 담은 보냉 가방은 장바구니나 쿨링백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바꿨다. 롯데마트는 어깨끈이 달린 쿨링백으로 보냉백 디자인을 바꾸고, 내부 유색 스티로폼 단열재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나 흰색 스티로폼으로 바꿨다.

롯데는 그룹 내 각 사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계열사별 식품 폐기량을 측정하고, 이를 생산·가공·유통 단계별로 나눠 각 단계에서 식품 폐기량을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매뉴얼화할 예정이다. 롯데는 이를 통해 2025년까지 그룹 내에서 발생하는 식품 폐기량을 30%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소비자의 생애주기와 함께하는 롯데의 비즈니스 특성에 맞춰 모든 단계에서 환경적 책임을 다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 접점에서 환경 가치를 함께 실천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롯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케미칼 등 7개사가 폐페트병 약 10톤을 수거해 사회적 기업들과 함께 가방과 운동화 등 친환경 제품을 만들었다. 올해 3월부터 진행한 플라스틱 자원선순환 문화 구축 프로그램(Project LOOP) 일환이다. (롯데케미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케미칼 등 7개사가 폐페트병 약 10톤을 수거해 사회적 기업들과 함께 가방과 운동화 등 친환경 제품을 만들었다. 올해 3월부터 진행한 플라스틱 자원선순환 문화 구축 프로그램(Project LOOP) 일환이다. (롯데케미칼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폐페트병으로 친환경 제품...롯데케미칼, 화학사 중 ESG 1위

롯데의 필환경 계획은 잘 지켜졌을까? 최근 관련 성과들이 눈에 띈다. 지난 12월 17일, 롯데케미칼은 “폐페트병 약 10톤을 수거해 사회적 기업들과 함께 가방과 운동화 등 친환경 제품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올해 3월부터 진행한 플라스틱 자원선순환 문화 구축 프로그램(Project LOOP)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했다. 참여사들은 폐PET병 수거, 원료화, 원사·원단 개발, 제품 제작 등 과정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전체적인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임팩트스퀘어가 프로젝트 코디네이션을 맡아 전체적인 진행을 담당했다. 수퍼빈이 개발한 ‘네프론’을 통해 폐페트병을 수거했다. 또한, 금호섬유공업에서 수거된 페트병을 분쇄 및 원료화했고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는 원사와 원단을 만들어 제품 제작업체인 LAR에 제공했다. 이 과정을 통해 친환경 가방과 운동화가 탄생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비욘드, 리벨롭의 스타트업에서 의류와 파우치가 추가로 제작될 예정이다.

당시 계효석 LAR 대표는 “폐페트병으로 가방과 운동화를 만드는 것은 우리 같은 소셜벤처 기업에게는 큰 도전이었다”라고 말하면서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7개 기업이 각자 위치에서 고심하고 노력한 결과로 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친환경 제품 출시는 각자 회사에게는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되었다”며, “롯데케미칼은 국내 대표 화학 기업으로서, 환경과 공존하고 고객에게 가치있는 제품의 소재 공급을 위한 친환경 실천과제를 적극 발굴하고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국내 4개 주요 화학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업체 중 ESG 경영 키워드가 포함된 단어가 가장 많이 검색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 PET 쉽게 버리세요...롯데칠성음료의 라벨 혁신

지난달에는 롯데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8.0 에코’가 ‘2020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우수디자인으로 선정됐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이 제품은 소비자가 생수를 마실 때 병마개에 씌워진 비접착식 라벨이 자연스럽게 분리돼 분리 배출이 편리해졌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원지와 미네랄 함량 등 평소 라벨에 적던 표시사항은 병마개 포장에 최소화돼 표기했다. 에코 마크와 브랜드 로고는 용기에 음각으로 간결하게 디자인했다. 투명 페트병을 버리려면 소비자가 일일이 라벨을 떼어야 하는데, 일부 음료 제품들은 라벨이 잘 떨어지지 않거나 애초에 스티커로 붙여 둔 경우가 많아 분리배출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이 제품은 분리배출이 상대적으로 쉬워 환경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형태는 정사각형으로 집 안에 보관하기 쉽고 유통 과정에서 물류 효율성도 높였다는 평가다

아이시스8.0 에코는 앞서 11월 16일, 환경부가 개최한 ‘2020 자원순환 착한포장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이 공모전은 과대포장을 줄이고 친환경 선도기업의 우수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다. 당시 친환경성, 재활용 용이성, 폐기물 감량성 등의 평가 기준을 토대로 최종 6개 기업 제품이 선정됐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 디자인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결실이 인정받아 뜻 깊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디자인센터에서는 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환경 친화적이면서 소비자의 불편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차별화된 친환경 제품 디자인을 고민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8.0 에코’가 ‘2020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우수디자인으로 선정됐다. (롯데칠성음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8.0 에코’가 ‘2020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우수디자인으로 선정됐다. (롯데칠성음료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신동빈 “ESG 경쟁력 필수"...친환경 고부가 소재 강조

그룹 수장인 신동빈 회장은 ESG와 환경에 관해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 신동빈 회장은 지난 11월 18일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내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했다. 지난달 중순 귀국 이후 첫 공식 행보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의 현황 등에 대해 보고 받고 생산설비를 직접 둘러봤다. 이 자리에는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 정경문 롯데정밀화학 대표 등이 동행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환경적인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선제적인 안전관리를 당부했다.

롯데정밀화학은 그린소재인 셀룰로스 계열 제품에 총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1,150억원 규모의 건축용 첨가제 메셀로스 공장 증설, 239억원 규모의 식의약용 제품 ‘애니코트’ 공장(인천) 증설이 완료된다. 롯데정밀화학은 친환경 촉매제인 요소수 브랜드 ‘유록스’의 개발 및 판매도 강화하고 있다. 당시 롯데는 “요소수는 디젤차의 SCR(선택적 촉매 환원) 시스템에 쓰이는 촉매제로 배기가스의 미세먼지 원인 물질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해 대기환경 개선에 큰 도움을 준다”라고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인 ‘필환경’ 프로젝트 계획을 밝힌 바 있어서 신동빈 회장의 이날 행보와 발언은 재계의 관심을 특히 집중시켰다. 롯데는 앞으로도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우선순위로 고려해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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