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자율주행·수소연료전지·로보틱스 분야 주목
“미래 산업 생태계 주도할 리더십 확보 위한 인사”
젊은 임재, 여성 임원도 적극 선임...정의선호 본격화
“전기차 모빌리티 선도”...기아차 조직개편도 주목

국내 주요기업들이 연말을 맞아 조직개편과 새 임원진 구성에 나섰습니다. 해마다 인사철이 되면 ‘세대교체’나 ‘차세대 리더 육성’ 같은 단어가 반복되지만 올해는 그런 익숙한 말들이 한층 무겁고 새롭게 들립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때문입니다.

팬데믹은 과거 IMF와 리먼 사태 등 여러 위기보다 더 강력한 태풍을 몰고 왔습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변했고 그에 따라 산업 구조가 재편됐습니다. 블루오션이 순식간에 레드오션이 되거나,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던 가치들이 불과 몇 달 사이 새로운 표준으로 보편화되는 경우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CEO들은 매년 ‘올해는 경영 환경이 불확실하다’고 말합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도전과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매년 듣는 얘기지만 2021년이야말로 과거 어느때보다 더 그런 시대가 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국내 산업을 이끄는 주요 CEO들은 조직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혁신을 주도할 임무는 누구에게 맡겼을까요. 연말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2021년 경영 전략을 미리 살펴봅니다. 두 번째 순서는 뉴페이스를 앞세워 미래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입니다. [편집자 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14일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현대차그룹 회장이 바뀌는 건 지난 2000년 이후 20년 만이다. 정주영·정몽구에 이어 본격 3세 경영 체제를 맞은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2월 15일 하반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 후 두달만에 시행한 첫 인사여서 그 방향성이 주목됐다. 정의선의 현대차호는 2021년을 맞아 ‘세대교체를 통한 미래사업 강화’ 전략을 꺼냈다. (현대차그룹 제공, 본사 DB)/그린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2월 15일 하반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 후 두달만에 시행한 첫 인사여서 그 방향성이 주목됐다. 정의선의 현대차호는 2021년을 맞아 ‘세대교체를 통한 미래사업 강화’ 전략을 꺼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UAM(도심항공모빌리티)사업부장을 사장으로 승진하고 현대기아차 연료전지사업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는 인사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약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R&D 부문에서 배출됐다”고 밝히면서 “ 미래 사업과 신기술 역량을 강화한 인사”라고 밝혔다.

반면 정몽구 명예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용퇴했다. 김용환 부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획조정실 수장을 맡는 등 정 명예회장의 ‘복심’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정의선호’의 본격 출발을 알리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왔다.

◇ “미래 산업 생태계 주도할 리더십 확보 위한 인사”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 하반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인사를 실시했다”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리더의 발탁을 통한 그룹의 미래 사업과 신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 문화 혁신 가속화가 핵심”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사업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주요 그룹사 신임 대표이사로 전진배치했다. 이를 통해 각 그룹사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이와 더불어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미래차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리더와 신임 임원들을 적극 승진 배치했다.

실제로 이날 인사에서는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약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R&D 부문에서 배출됐다, 40대 초·중반 우수인재에 대한 임원 발탁 인사도 이뤄졌고 여성 임원 5명을 새로 선임하는 등 과감한 카드가 잇따랐다.

현대자동차는 장재훈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장재훈 사장은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를 담당해 괄목할 성과를 거뒀으며, 경영지원본부를 맡아 조직 문화 혁신 등을 주도했다. 전사 차원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적임자로 꼽힌다. 이원희 사장은 미래 자동차 비즈니스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 최적화, 전동화·스마트팩토리 등 밸류체인 혁신, 기술개발 시너지 강화 등의 역할에 집중한다.

현대자동차가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전시한 넥쏘 절개차를 관람객들이 살펴보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 하반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인사를 실시했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가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전시한 넥쏘 절개차를 관람객들이 살펴보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UAM·자율주행·수소연료전지·로보틱스 분야 주목

현대모비스 R&D 및 전장BU를 담당하는 조성환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현대차그룹은 “조성환 사장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 현대오트론 대표이사 등의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현대모비스의 미래 신기술·신사업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윤영준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윤영준 사장은 주택사업 브랜드 고급화 및 주요 대형 수주사업에서의 주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했으며, 핵심 경쟁력 확보 및 조직문화 혁신 추진을 주도한다.

현대위아 신임 사장으로는 현대자동차 구매본부장 정재욱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으며,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정재욱 사장은 30년 이상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부품개발 부문을 경험한 부품개발 전문가로, 전동화 핵심부품 등 현대위아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및 경쟁력 제고를 추진한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UAM과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 분야를 주도할 임원 인사다. 우선, UAM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원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재원 사장은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항공 전문가로 UAM 개발과 사업 가속화 및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체화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차 제품통합개발담당 이규오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규오 부사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개발을 담당했으며,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 확보에 주력한다.

연료전지사업부장 김세훈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세훈 부사장은 연료전지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 전동화 비즈니스의 선도적 경쟁력 향상을 담당한다.

현대자동차 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로보틱스랩의 현동진 실장을 신규 임원에 선임하는 등 미래 신사업·신기술·R&D 부문의 신규 임원 승진자는 이번 하반기 인사에서 신임 임원 승진자의 약 30%에 달한다.

◇ 젊은 임재, 여성 임원도 적극 선임...정의선호 본격화

이날 인사에서는 높은 성과와 잠재력을 인정받은 40대 초·중반 우수인재에 대한 임원 발탁 인사도 실시됐다. 현대기아차 CVC팀장 신성우 책임매니저, 현대차 경영분석팀장 윤구원 책임매니저, 기아차 외장디자인실장 김택균 책임연구원, 현대캐피탈 Data Science실장 이상봉 시니어매니저, 현대건설 국내법무담당 이형민 책임매니저가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차 브랜드커뮤니케이션1팀장 김주미 책임매니저, 기아차 북미권역경영지원팀장 허현숙 책임매니저, 현대커머셜 CDF실장 박민숙 시니어매니저, 현대건설 플랜트영업기획팀장 최문정 책임매니저, 현대건설 일원대우재건축 현장소장 박인주 책임매니저가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미래 사업 비전을 가속화하는 역량 확보에 초점을 둔 인사”라며 “특히 미래 고객의 삶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핵심 성장 축인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분야와 함께,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제철 김용환 부회장, 현대건설 정진행 부회장, 현대위아 김경배 사장,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 현대차 서보신 사장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김용환 부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획조정실 수장을 맡는 등 정 명예회장의 ‘복심’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정의선호’의 본격 출발을 알리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시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본사(현대자동차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시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본사(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전기차 모빌리티 선도”...기아차 조직개편도 주목

현대차 그룹 인사가 발표되고 6일 후인 지난 21일, 기아자동차도 조직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기아자동차는 “고객 중심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전기차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선다”라고 밝혔다. 전기차 모빌리티 시대에서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고객 경험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날 송호성 기아차 사장은 “다가오는 전기차 모빌리티 시대에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차량 내에 거주하는 시간, 차를 충전하고 주차를 하는 생활까지 다양한 고객과의 접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기아차는 조직 개편을 통해 고객이 기아자동차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마다 의미 있는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자동차는 전기차 모빌리티 시대에서 요구되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다가오는 시대를 선도하고자 마케팅과 고객채널 서비스로 이원화되어있던 기존의 조직을 고객의 사용 경험 단계에 따라 고객구매경험사업부와 오너십경험사업부, 브랜드전략실, 고객경험기획실 등 네 개의 조직으로 전환했다.

기아자동차는 오는 2027년까지 전용 전기차 모델 7개를 출시하고 국내외 충전 인프라 업체와의 협력을 늘리는 등 전기차 사업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출시를 앞둔 기아자동차 ‘CV’에 적용될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공개한 바 있다.

회장 취임 후 첫 임원 인사에서 세대교체와 미래차 산업 확대 행보를 보인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021년에도 미래모빌리티 분야와 수소경제 등 친환경 미래차 분야에서 폭넓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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