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지원사업비가 은행 발목, 증권 중심의 비은행 콜라보로 보완

2020년 국내 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악화된 업황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냈다.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할 순 있지만 IMF와 금융위기의 학습효과를 통해 체력을 쌓은 만큼, 위기 국면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견조한 체력을 입증하면서 내년도 전망도 긍정적으로 제시됐다. 은행 지주사의 내년 전망과 분석을 맞춰 내년도 스케치를 그려봤다.[편집자 주]

NH농협금융지주(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NH농협금융지주(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비은행 시너지에 힘입어 공적기관 리스크를 극복하고 실적 전망에 청신호를 켰다. 공적기능으로 발생하는 은행 손실을 비은행이 채우고 대출채권 중심의 안정적 자산구성과 건전성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NH농협금융은 3분기 5505억원, 누적 1조46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농업지원사업비 3211억원을 제외한 순이익은 1조685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수준으로 깜짝 실적 뒤에는 증권을 중심으로 비은행이 효자 노릇을 했다.

실제 NH농협금융은 3분기 은행이 충당금 적립으로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7억원 감소한 1조1155억원을 기록했지만 증권에서만 50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은행 손실을 보완했다. 또 생명보험 643억원, 손해보험 492억원, 캐피탈 448억원, 자산운용 159억원, 저축은행 162억원의 순이익으로 우수한 비은행 체력을 보여줬다.

농협금융 계열사의 업권 별 순위에서도 증권 부문이 앞섰는데 △농협은행 5위 △생명보험 5위△ 손해보험 10위 △캐피탈 12위 △증권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협금융은 견조한 비은행 체력에 힘입어 3분기 누적 우리금융지주를 3204억원 앞지르고 4대 금융지주 클럽에 입성했다. 깜짝 실적 달성의 숨은 공신인 NH투자증권(구 우리투자증권)의 친정집이 우리금융지주임을 고려할 때 희비가 엇갈리는 지점이다.

농협금융은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수익성이 공적기능 탓에 일반은행 대비 낮고, 보험부문이 2017년과 2018년 적자를 시현해 수익성이 경쟁사 대비 저조하지만 금융투자 부문 실적이 수익성을 일부 보완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은행과 보험 부문의 자산 및 이익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지만 2014년 6월 구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 부문 경쟁력을 확대했다. 그 결과 증권사 편입으로 외형이 크게 성장하고 은행과 보험에 집중되던 사업라인도 다각화되면서 시장 지위가 5대 금융지주로 격상됐다. 6월말 연결기준 총자산 규모는 473조8천억원으로 자산규모는 국내 은행 지수사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이달 아주캐피탈과 저축은행 인수로 1000억원대의 염가매수차익을 올리고 비은행 이익을 확대했지만 증권 부문이 부재해 3분기 누적 3천억원대의 순이익 격차를 줄이긴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농협금융은 연간 실적에서도 우리금융을 제치고 4대 금융지주 클럽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핵심계열사 은행, 농업지원사업비에 ‘발목’…수익성 개선 추세 

상반기 기준 농협금융의 업권별 자산의존도는 △은행 69.7% △금융투자 12.8% △보험 1.4% 카드 및 캐피탈 등이 1.5%로 증권부문이 타 경쟁사 대비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가장 우수한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은행 71.5% △금융투자 7.8% △보험 11.9% 카드 및 캐피탈 등이 8.1%다.

농협금융의 순이익 의존도는 △은행 79.8% △금융투자 13.3% △보험 9% △카드 및 캐피탈 등이 -2.2%다. 3분기 농협금융을 앞지르고 3위를 지켰던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은행 76% 금융투자 18% 보험 2.9% 카드 및 캐피탈 등이 3.1%를 기록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주사 내에서 총자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지만 공적기능 탓에 시중은행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약점이 있다. 농업협동조합법을 따르는 특수은행인 만큼 농협중앙회에 매년 농업지원사업비를 납부하고 있어 영업 외 비용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이 최근 5년간 중앙회에 납부한 농업지원사업비는 연평균 3003억원에 달한다. 이는 동기간 은행 영업이익의 평균 40.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은행 부문의 이익안정성과 수익성 지표가 경쟁은행 대비 불리하단 얘기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공적기관 리스크에도 건전성과 수익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기본적인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최근 5년 평균 1.8%로 시중은행 평균(1.7%)을 상회하는 데다 고객 예금을 통해 유치한 예수부채 규모도 크게 늘었다.

농협은행의 예수부채 규모는 지난 2014년 말 158조5천억원에서 지난 6월말 254조9천억원으로 확대됐으며, 예수금을 기반으로 한 조달안정성도 향상됐다. 자금조달액 중 시장성자금(양도성예금증서, 농업금융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6월말 7.2%로 시중은행 대비 낮다.

또 농협은행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카드사업을 자체사업으로 보유하고 있고, 공공기관금고 예치금 유치, 충성도 높은 고객기반도 갖추고 있어 저금리성 예수금 비중도 높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대출채권과 유가증권 이익도 늘고 있다. 6월말 기준 총자산의 77.2%가 대출채권, 14.9%를 유가증권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대출채권 중심의 자산구성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대출 채권 중 기업여신과 가계여신 비중은 46.3%와 51.7%로 가계여신이 기업여신 대비 높다는 특징이 있다.

경쟁은행 대비 대기업 여신의 비중이 낮지만 공공 및 기타 여신 비중(2.0%)이 시중은행 평균(1% 내외) 대비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농업 관련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건전성 지표 안정적…비은행 활약에 향후 수익전망 청신호

자산건전성도 안정적 추이를 보이고 있다. 부실채권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로 시중은행 평균을 유지하고 있고 부실발생시 손실을 흡수하는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도 131%로 안정적이다.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 기준은 통상 100%를 상회하면 안정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또 은행이 외화 유출 등의 위기에서 견딜 수 있는 역량을 가리키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지난 6월말 104.5%로 우수해 단기유동성리스크도 낮다.

다만, 타 은행과 마찬가지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코로나19 관련 대출의 만기 연장 또는 유예조치로 부실채권이 정상여신으로 분류된 금융당국의 금융 규제 유연화 방안을 감안하면 내년 일시 만기도래 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의 BIS자본비율은 6월말 14.9%, 기본자본비율은 12.5%로 안정적이나 시중은행 평균인 BIS자본비율 15.6%, 기본자본비율 14.0% 대비해선 다소 낮다. 

같은 기간 농협금융지주사의 연결 BIS자본비율도 13.9%로 양호하다. 자본확대 여력을 가리키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의경우 지난 2014년 구 우리투자증권 인수와 계열사의 유상증자로 2018년 이후 하락하며 115.3%에 그치고 있다. 이는 타 은행금융지주 평균인 118.3% 대비로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고 자본적정성 괸리가 지속되는 만큼 안정적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기필 나이스신용평가 실장과 김성진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 가능성은 상존하나, 여신 포트폴리오 개선작업이 지속되고 있고, 수익성 개선에 따른 양호한 손실흡수력 등을 고려할 때 은행의 개선된 자산건전성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또 "주요 자회사들이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익 누적에 기초한 우수한 자본적정성이 유지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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