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을테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열 한번째 도전입니다. 원팬레시피와 보울푸드에 도전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원팬요리와 보울푸드로 ‘제로웨이스트’를 현실화할 수는 없다. 재료를 구매하면서 나온 포장재 쓰레기, 재료를 손질하고 먹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크고 작은 그릇을 고려하면 정말로 그릇 하나만 가지고 밥을 먹은 것도 아니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볼 수 있는 건 ‘편리함과 환경’의 묘한 조화다. 과정과 시간을 줄여 에너지와 자원 사용도 함께 줄인다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원팬요리와 보울푸드로 ‘제로웨이스트’를 현실화할 수는 없다. 재료를 구매하면서 나온 포장재 쓰레기, 재료를 손질하고 먹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크고 작은 그릇을 고려하면 정말로 그릇 하나만 가지고 밥을 먹은 것도 아니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볼 수 있는 건 ‘편리함과 환경’의 묘한 조화다. 과정과 시간을 줄여 에너지와 자원 사용도 함께 줄인다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요리를 재밌어한다. 그러나 잘 하지는 못한다. 사실은 서툴다. 반찬 하나 만들려면 이것저것 온갖 그릇과 재료 꺼내놓고 허둥지둥하다가 주방을 잔뜩 어지럽힌다. 요리도 글쓰기처럼 전체적인 짜임새와 구성, 그리고 효율적인 순서가 있을텐데 기자는 그걸 잘 모른다. 결국 요리를 끝내고 나면 설거지 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예전에는 안 그랬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과 볶음밥이 전부이던 시절이었다. 라면은 양은냄비에 끓여 접시도 없이 뚜껑을 그릇 삼아 먹었다. 볶음밥은 커다란 프라이팬에 만들어 그릇에 덜지도 않고 그냥 퍼먹었다. 엄마는 그런 기자를 보면서 ‘바닥 다 긁힌다’며 덜어먹으라고 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프라이팬을 껴안고 먹었다. 이유는 딱 하나다. 설거지가 귀찮아서.

언제부터인가, ‘원팬파스타’가 유행했다. 해외의 한 요리연구가가 소개한 레시피인데, 냄비에 면을 삶고 그 면을 팬으로 옮겨 다른 재료와 함께 조리하는 게 아니라 그냥 팬 하나에 면과 재료를 같이 넣고 익을때까지 끓이는 방식이다. 그릇을 하나만 사용해 조리법이 단순해 자취생이나 싱글족에게 유용하다고 했다.

기자는 그 내용을 ‘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연재에서 다뤘다. 팬을 하나만 쓰면 요리 과정을 줄여 효율화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설거지 거리가 줄어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다. ‘편리함’ 키워드는 주로 ‘환경에 나쁜 것’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팬요리는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환경적으로도 괜찮아서 흥미로웠다.

기자도 해봤다. 지난 9월, ‘줄여야 산다 음식물쓰레기’ 연재 취재를 위해 원팬레시피와 보울푸드에 일주일간 도전해봤다. 이틀에 한번 원팬레시피로 저녁을 먹고 일주일에 두 번 보울푸드로 식사하는 방식이다. 그릇에 제한을 두었더니 재료준비나 요리과정 전체에 걸쳐 꼼꼼한 시뮬레이션과 준비가 필요했다. 꼭 필요한 재료 위주로만 만들었더니 식사 후 설거지가 확실히 줄었다. 숟가락으로 볶음밥 바닥을 긁던 예전 그때처럼 말이다.

모든 식사를 원팬으로 할 수는 없다. 밥과 반찬을 함께 먹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식습관을 고수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은 요즘도 원팬레시피를 쓴다. 기자가 주로 쓰는 방식은 ‘덮밥’이다. 팬 하나만 가지고 (물론 도마와 칼은 필요하다) 모든 재료를 함께 볶아 소스로 국물을 내고 밥에 얹어먹는 방식이다.

밥은 밥솥이 한다. 엄밀히 따지면 진정한 원팬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머지 조리는 팬 하나로만 조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원하는 재료와 소스를 넣고 볶아 밥 위에 얹으면 끝이다. 기본 반찬 그릇에 담으니 식기까지 하나만 씻는 건 아닌데, 기름을 많이 쓰는 조리 과정을 팬 하나에만 담으니 설거지 시간과 노고는 줄어든다.

보울푸드는, (한국인이라면) 쉽다. 복잡하고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양푼비빔밥’을 떠올리면 된다. 샐러드를 생각하면 식성이나 식사량 등에 따라 한끼 식사로 부족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빔밥은 얘기가 다르다. 그리고 양푼비빔밥은 설거지 거리가 적다.

원팬요리와 보울푸드로 ‘제로웨이스트’를 현실화할 수는 없다. 재료를 구매하면서 나온 포장재 쓰레기, 재료를 손질하고 먹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크고 작은 그릇을 고려하면 정말로 그릇 하나만 가지고 밥을 먹은 것도 아니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볼 수 있는 건 ‘편리함과 환경’의 묘한 조화다. 과정과 시간을 줄여 에너지와 자원 사용도 함께 줄인다는 취지다.

소비자가 직접 뭔가를 하는 과정을 줄이고 바로 먹거나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제품들은 환경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바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쉽게 버릴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서다. 하지만 과정을 줄여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버려지는 것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소비를 줄이면서 쓰레기 양을 줄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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