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내벤처 포벤처스 1기, 환경 관련 성과 돋보여
㈜이옴텍, 폐플라스틱·슬래그로 토목·건축용 복합소재 제조
건설자재 중심의 적극적 재활용으로 전환 의의

 

버려진 폐플라스틱과 제철소 부산물인 슬래그(Slag)를 융합해 토목·건축용 복합소재를 제조하는 이옴텍 박영준 대표. (포스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진 폐플라스틱과 제철소 부산물인 슬래그(Slag)를 융합해 토목·건축용 복합소재를 제조하는 이옴텍 박영준 대표. (포스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굴을 좋아해 양식장 근처 식당을 자주 찾던 한 직장인이 있었다. 하루는 해안가에 폐플라스틱이 잔뜩 쌓여있는 걸 봤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양식장 부표가 태풍에 훼손돼 대량으로 방치된 모습이었다. 그는 플라스틱 분야전공자였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의 도움을 받았다. 포스코 사내벤처 ㈜이옴텍 박영준 대표 얘기다.

포스코는 포벤처스(POVENTURES)를 운영중이다. ’어벤저스‘가 떠오르기도 하고 ’벤처‘가 읽히기도 하는 이 단어는, 포스코가 도입한 사내 벤처제도다. 미래 성장사업을 발굴하고 직원들에게 새로운 성장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했다. 임직원들이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도전적으로 창업에 임할 수 있도록 ‘창업 휴직 제도‘를 함께 마련했다. 사업 실패 시에도 3년 이내에 회사로 복귀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포벤처스 1기 12개 팀은 현재 환경자원, 제어 계측, 소재, 건축 등 현재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옴텍도 그중 하나다.

지난 11월, 국내 최대규모 스타트업 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에서 ‘포스리젠’과 ‘이옴텍’이 예비창업부문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포스리젠은 페로니켈 제련 시 발생하는 부산물을 가공해 시멘트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고성능 혼화재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현재 25개 건설현장에 제품을 공급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또 다른 수상자는 바로 위에 언급한 ‘이옴텍’이다. 이 회사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 기업이다. 버려진 폐플라스틱과 제철소 부산물인 슬래그(Slag)를 융합해 토목·건축용 복합소재를 제조한다. 이옴텍 복합소재는 내구성과 기계적 물성이 우수해 파이프 각재와 가드레일, 보도블럭 등 다양한 건축, 토목, 인프라용 자재로 사용된다.

이옴텍 박영준 대표가 폐플라스틱에 주목한 이유는 ‘낮은 재활용성’이다. 폐플라스틱은 재활용 범위가 신발이나 의류 같은 일상 용품으로 제한된 탓에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310만여 톤 가량이 소각 후 매립된다.

이러한 소극적 재활용이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생각한 그는, 슬래그와 폐플라스틱을 결합한 복합 소재로 재활용 범위를 넓히려고 했다. 연간 국내 건설자재 3억 톤 중 단 1%만 폐플라스틱으로 대체돼도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실 건설 분야가 국내 쓰레기 순환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2018년 기준 국내 폐기물 총량을 보면 건설(48%) 사업장(39%) 생활계(13%)로 구분된다. 소비자들이 분리배출을 잘 하고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하더라도 건설폐기물 배출 문제가 어쩌면 더 크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도 “철거 과정에서 나오는 콘크리트가 큰 지분을 차지한다”면서 “독성이 아주 많지는 않은데 덩치가 크고 양이 많아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홍 소장은 “건설폐기물 문제는 일반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기는 어려운 영역이니까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관련 산업계와 함께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건설자재 일부를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는 이런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옴텍의 폐플라스틱 활용 복합재료 특허 기술은 강도와 내구성, 친환경성을 동시에 만족하며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포스코는 밝혔다.

포스코에서 포벤처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산학협력실 박현윤 과장은 “사내 벤처제도의 전주기가 완성되는 훌륭한 경험”이라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벤처기업으로서 잘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