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중은행, 과도한 ‘정책금융’ 요구에 속앓이…정부역할 분명해야
[기자수첩]시중은행, 과도한 ‘정책금융’ 요구에 속앓이…정부역할 분명해야
  • 박은경 기자
  • 승인 2020.12.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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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경제부 기자
박은경 경제부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은행권은 지속된 ‘데자뷰’ 현상을 체험중이다. 지난 9월까지 7번에 걸쳐 “정책과 서민들의 어려움에 ‘큰 손’이 돼달라”며 정책금융 역할을 요구받고 정부의 아우성을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듣는 요구인데 같은 소리를 7번 듣는 것만 같은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대 은행(신한·우리·하나·KB국민) 부행장들과 비대면 간담회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병상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병상확보 논의를 위해 모였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코로나19로 힘든 임대인과 임차인의 부담을 낮춰달란 부탁이었다.

이 대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그 분들께 금융 부담을 완화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린다”며 “건물을 임대하시는 분께는 임대료에 붙는, 그 분들이 건물을 지을 때 은행에 대출을 받았을 경우가 있을 것이고, 임차인들 또한 은행 대출을 받아서 가게를 임차한 경우가 있을 것인데 그런 분들의 금융부담 이자부담을 줄여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하소연이 있다”며 “서민 가계의 부담 경감을 위해서 노력해 주십사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임대인과 임차인 차주의 대출금리를 줄이고, 대출금리가 높으니 낮추란 소리다.

국민이 어려운 만큼 누군가는 나서 국민들의 형편을 돌보고 부담을 지워줘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국민을 돌보고, 형편을 뒷받침해줘야 할 누군가는 민간 기업이 아닌 정부가 돼야한다. 정부의 주도하에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같은 정책이 이뤄지고 민간 기업이 뒷받침을 한다. 

그런데 민간에 요구하는 정책금융의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민간은행에 과도한 금융지원 부담을 안겨준단 것이다. 

물론, 기업이 경제활동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건 ‘마땅한 도리’다. 사회적책임 연대는 코로나19 및 ESG경영과 맞물리며 증가하고 있다. 은행과 기업에서도 사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앞 다퉈 펼친 만큼 적극적이다.

은행에선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2개월 동안 수수료감면 등을 통해 21조원을 지원했고, 수해복구 및 코로나19 극복 등의 기부도 줄을 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뉴딜’ 정책에는 5대 금융지주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뒷받침하고 있다.

5대 은행 지주에서 한국판뉴딜 지원정책을 발표할 전날에도 청와대의 부름이 있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이후 은행이 청와대와 정치권에 소환된 횟수가 10회에 달한다. 삼성그룹만 해도 10여차례 불려갔다. 

하지만 은행의 ‘수익성’에는 편견이 있었다.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 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해 대출을 옥죄다보니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시중 대출금리만 상승한다”며 “대출금리가 높아지는데 예금금리는 제자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균 예금금리가 연 1%이고, 신용대출 금리가 3.1%라고 하면, 예대마진이 2.1%가 되는데 가계부채가 사상최고인 1682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은 연 35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앉아서 챙기고 있다”면서 “정부가 은행의 폭리를 점검하고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은 이자수익이 주 수입원인데 이자수익이 크다고 비판하는 건, 지나친 시장개입 소지가 있다. 정책금융과 금융지원은 옳지만 수익을 보는 일은 반대한다는 발언도 시장원리를 무시한 흑백논리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보릿고개를 넘는 건 기업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대기업에서 주도적으로 정부의 정책금융에 참여하는 게 미덕이지만 호의를 당연한 의무로 여기면 안 된다.

업계 안팎에선 이미 만기연장 중인 54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출에 대한 부실채권 리스크를 걱정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권 부실채권 현황은 연체로 잡혀야 할 채권이 정상여신으로 분류돼 착시효과라는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차주에게 집행됐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향후 만기 때 급증할 연체율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을 돌보고 나라살림을 돌보는 건 정부의 역할이다. 코로나19 정책금융에 민간 금융의 참여를 요청하되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은 분명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정부도 민간도 시민들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험로다. 난세일수록 리더인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mylife144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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