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계속되는 요즘, 코로나 사태가 심화하면서 갖가지 일회용 소비재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한 지 일 년 반 만에 카페들은 다시 일회용 컵을 내놨고, 배달과 포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일회용품 사용은 더욱 늘었다. 

배달 음식을 받는 순간부터 이미 쓰레기와의 전쟁은 시작이다. 꽁꽁 묶여있는 비닐봉지를 풀면 그 안에 일회용품들이 한가득이다. 뚜껑을 열면 랩으로 한 번 더 포장 돼 있다. 배달하는 동안 음식이 새고 엎어지는 걸 막기 위함이다.

배달 앱 내 '일회용 수저, 포크 받지 않기'를 선택했지만 역시나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맨 밑에 깔려있었다. 밀려드는 배달에 미리 담아 놓은 탓일까. 그대로 내버려 둔 뒤 허겁지겁 배를 채운다. 먹고 나면 다시 쓰레기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남은 반찬 몇 개는 냉장고에 넣고, 음식물이 묻은 랩은 종량제 쓰레기에 버리고, 음식물은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담는다. 

남은 것은 양념과 기름기가 뒤엉킨 일회용품 용기다. 물로 헹궈지지도 않는다. 세제를 묻혀 닦아내지만 빨갛게 배어있다. 

쓰레기는 이처럼 한숨을 부른다. 과연 나 하나가 쓰레기를 잘 버린다고 재활용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잘 씻고 말린 일회용 용기를 분리수거함에 버렸다고 해도 누군가 그 위에 음식물이 묻은 쓰레기를 버린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가 보자. 배달 앱 시장이 없었던 과거에는 주로 치킨, 피자, 자장면 등을 시켜 먹었다. 이 중에서 플라스틱 용기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중국집. 2000년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시행하면서 중국집은 수거용 그릇으로 배달을 해야 했다. 우리가 지금도 중국집 수거용 그릇에 익숙한 이유다.

하지만 2008년 이런 규제가 사라지게 되고, 배달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고 다양한 음식을 배달해 주는 곳들이 늘어나면서 일회용품이 남발하기 시작했다. 

사실 과거처럼 수거용 그릇을 사용하게 된다면 일회용품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늘어난 비용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그릇을 수거하는 이들을 따로 채용해야 할 것이고 인건비 상승은 영세업자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위생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거부하는 소비자도 많을 것이다. 

정부도 일회용품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단번에 사용을 금지하면 혼란이 클 수 있는 만큼 자율협약을 거쳐 법 개정 등으로 점차 규제 강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남은 건 대의(大義)를 위한 기업의 희생이다. 올해 6월, 호주 대표 슈퍼마켓 체인인 울월스(Woolworths)는 생활필수품인 치약, 샴푸, 세정제, 각종 식자재를 재사용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루프(Loop)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루프 프로젝트 끝에 버려지는 포장 용기는 없다. 재활용해야 한다는 부담감, 쓰레기를 많이 버린다는 죄책감도 없다. 루프는 소비자의 몫이던 재활용의 주체를 ‘제조사’에 둔다. 제품 제조 과정에서 일회용 용기, 포장재를 없애 소비자의 재활용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루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와 일본은 초읽기에 있다.

이처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순환을 피할 수 없다. 일부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드러낼 수도 있지만, 혼란은 잠시뿐. 곧 불편함에 익숙해지고 이는 일상이 될 것이다. 

기업이 먼저 나서서 바꿔나가기 시작한다면 우리도 모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좀 더 책임감 있는 소비자가 되지 않을까. 환경을 위한 우리의 선택이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 이제는 기업이 먼저 나서야 할 때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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