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순이익 5000억원 전망, 내년도 순이익 2.4% 성장 예상

2020년 국내 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악화된 업황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냈다.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할 순 있지만 IMF와 금융위기의 학습효과를 통해 체력을 쌓은 만큼, 위기 국면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견조한 체력을 입증하면서 내년도 전망도 긍정적으로 제시됐다. 은행 지주사의 내년 전망과 분석을 맞춰 내년도 스케치를 그려봤다.[편집자 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ESG경영에 광속행보를 밟고 있다.(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우수한 자산건전성 위에 고객중심 자산관리 프로세스 재정비하고 내년도 턴어라운드를 예고했다. 지난 10일 아주캐피탈·아주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비은행' 성과도 수확하기 시작하면서 이익 개선 폭도 4대 은행 중 가장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 첫해인 지난해 1조90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3분기에는 사모펀드 배상금 증가와 코로나19 악재로 44%까지 감소했던 상반기 실적을 만회하고 전년(4860억원)과 유사한 4800억원의 분기 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번 4분기에는 지난해 4분기 2380억원의 두 배를 뛰어넘는 5천억원의 순이익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이)4분기 충당금을 제외한 특별한 비용 반영은 없을 것으로 예상돼 5000억원 이상의 이익실현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1조5천억원으로 제시됐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우리금융의 올해 연간 이익은 1조5천억원 정도"라고 예상했다.

증권가에선 우리금융이 내년에 시중 은행 중 가장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정욱 연구원은 "내년도 이익증가율이 가장 높다"면서 내년 추정 순이익으로 1조7천억원을 제시했다.

내년도 '순이익 증가폭'도 4대 은행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이 내년에 전년 대비 2.4%의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제시했다. 이는 신한금융지주의 1.9%보다 높은 순이익 증가폭이다. 2022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9.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본비용은 자산건전성과 불확실성 감소를 반영해 기존 14.1%에서 13.1%로 낮췄고 지배순이익은 1조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제시했다.

백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사모펀드 관련 배상 준비금 및 코로나19 관련 선제적 충당금 적립이 타행보다 많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면서 "하지만 내년에는 자산관리와 건전성 측면에서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재도약을 전망하는 이유 셋, ‘자산관리·건전성·비은행’ 강화

업계에서 일제히 우리금융에 대한 청신호를 켠 건 자산관리 부문과 자산건전성에서의 경쟁력 및 비은행 이익 상승 기대감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고객중심 자산관리 혁신방안'을 기반으로 전반적인 상품 판매 프로세스를 재정비했다. 재탄생한 자산관리 체계를 기반으로 향후 관련 실적과 고객 수익률을 제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산건전성도 향상시켰다. 우량자산비율이 2016년 76%에서 올해 3분기 87%까지 개선됐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 커버리지 비율은 88%에서 142%까지 상승했다. 업계에선 해당 지표 개선이 향후 대손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산관리 부문에선 대출 부문 점유율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도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 우리은행의 원화대출금 점유율은 12.7%로 하나은행의 12.5%에 앞서 3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계대출금 점유율도 15.4%로 하나은행의 14.7%를 앞서 3위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신용대출 위주의 안정적인 전략을 취하는 만큼 리스트도 적다. 우리은행의 원화대출금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41.6%, 기업 신용대출 비중은 46%로 경쟁사 대비 높다. 실제 부실채권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NPL)과 1개월 이상 연체율도 상반기 기준 각각 0.4%와 0.3%로 시중은행 평균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개인고객과 법인고객을 포함한 고객 점유율에서도 안정적 영업기반을 갖추고 있다. 상반기 국내 주요은행 총 고객수는 국민은행 3200만명, 신한은행 2600만명, 하나은행 2200만명으로 우리은행은 2400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내년이면 지주사 3년차를 맞는 만큼 비은행 이익 기여도 상승여력도 크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2년간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지분 이동,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 국제자산신탁, 아주캐피탈 그룹 편입 등 비은행 조직을 숨 가쁘게 개편해왔다.

내년이면 아주캐피탈 실적이 반영돼 비은행 이익이 상승하는 데다, 기존의 비은행 자회사의 영업 강화 및 기타 사업진출 모색 등의 성과도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주사 전환 초기, 비은행 포트폴리오 빈약하고 해외 풍부 

하지만 지주사 전환 초기인 만큼 타 은행 지주사 대비 사업 다각화 수준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2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보험사나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비은행 이익 기여도가 떨어진다.

우리금융은 2001년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로 다수의 자회사를 거느리며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2014년 공적자금 회수 일환으로 증권사 등의 비은행 자회사를 매각하고 현재의 지주사 체제를 세우는 과정에서 몸집이 작아졌다.

현재 우리금융의 비은행 이익 기여도는 기준점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메리츠증권연구소에선 상반기 기준 17%, NH투자증권은 3분기 기준 11%, 한국신용평가에선 3분기 기준 10%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경쟁사의 평균 비은행 이익 기여도는 26%이며 사업 다각화 수준이 가장 우수한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 누적 43%에 달한다.

우리금융의 순이익 의존도는 은행 비중이 90%로 압도적이며 금융투자 0.3%, 신용카드 및 캐피탈 등의 기타 부문이 3.9%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의 경우 지난 3분기 우리금융을 제치고 4위를 기록했던 NH농협금융지주의 순이익 의존도는 은행 79.8%, 금융투자 13.1%, 보험 9%, 기타 -2.2%를 기록하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의 업권별 총자산 순위는 우리금융이 △은행 4위 △카드 6위 △부동산신탁 10위 △저축은행 21위 △캐피탈 7위다. 

NH농협금융의 경우 △은행 5위 △생명보험5위 △손해보험 10위 △증권 3위 △캐피탈 12위 △저축은행 16위다.

다만, 우리금융은 아주캐피탈 인수로 캐피탈과 저축은행 부문이 보완됐다. 또 인수합병 등의 투자여력을 가리키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설립 초기인 우리금융이 6조3천억원으로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넉넉해 사업 확장 여력도 갖추고 있다. 부채 비율도 4.9%로 매우 낮다.

한국신용평가 김정훈 선임연구원과 위지원 실장은 "(우리금융이) 외부차입을 통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우리금융은 해외사업 포트폴리오에선 앞서가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이 지난 2015년부터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확대하면서 6월말 기준 해외 현지법인총자산은 16조3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은행 연결총자산의 4.5%에 해당한다. 지역별 자산 비중도 중국 37%, 인도네시아 19%, 미국 16%로 지역 다각화 수준이 양호하다.

우리금융은 올해 2분기 실적 쇼크, 취약한 비은행 이익 기여도 등에 따른 어려움을 뒤로하고 내년에는 2년간 쌓아온 건전성과 자산관리 부문 경쟁력에, 비은행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높은 개선폭 시현이 기대된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도 이익 개선폭은 지난해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반영해 시중은행 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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