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상승 막아라”...파리기후변화협약, 어디서 왔나
인류의 목표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 이내로 제한”
온실가스 줄인다는데...교토의정서와 어떻게 다르나
美대선, 우리 정부도 꾸준한 관심...세상 정말 바뀔까?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열 일곱 번째 순서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내용을 담은 ‘파리협약’입니다. [편집자 주]

온실가스 배출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건 사실 신선한 주장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누구나 여러 곳에서 들어온 얘기여서다. 하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에는 중요한 의미가 하나 있다. ‘전 세계가 모두 힘을 모아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온실가스 배출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건 사실 신선한 주장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누구나 여러 곳에서 들어온 얘기여서다. 하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에는 중요한 의미가 하나 있다. ‘전 세계가 모두 힘을 모아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계획 등 환경 문제를 둘러싼 여러 키워드가 결국 저 목소리와 연결된다.

12월 12일은 탄소배출이나 기후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 날이다. 5년 전인 2015년 12월 12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신기후체제’ 수립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한 날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낮추자는 약속이었다. 당시 파리에서 채택된 합의문이어서 이를 두고 파리협약 또는 파리협정이라고 부른다. 풀네임은 파리기후변화협약(또는 협정)이다.

온실가스 배출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건 사실 신선한 주장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누구나 여러 곳에서 들어온 얘기여서다. 하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약)에는 중요한 의미가 하나 있다. 과거에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주요 선진국에게만 부여했는데, 이 협약은 당시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적용됐다. 쉽게 말하면 ‘전 세계가 모두 힘을 모아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기업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화두다.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나 또는 기후변화 대응 관련 내용을 소개할때마다 파리협약과 IPCC등을 자주 언급한다.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를 뜻한다. (본지에서는 IPCC도 추후 환경경제 용어사전 연재를 통해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결국 기업들의 실천이 뒤따라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의 경제활동도 파리협약의 내용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 “기온 상승 막아라”...파리협약, 어디서 왔나

파리협약 체결을 두고 당시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인류와 지구를 위한 기념비적 승리”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CNN은 “화석연료의 종말”을 예상했고 가디언은 가장 위대한 외교적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 파리협약은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파리협약 얘기를 하려면 우선 ‘교토의정서’에 대한 개념을 먼저 이해하는 게 좋다. 교토의정서는 지난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의정서다. 그러니까, 파리협약보다 훨씬 앞서 채택된 합의다.

환경부 ‘환경용어사전’은 교토의정서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의무들을 명기한 기후변화협약(UNFCCC) 의정서로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COP3)에서 채택됐고 2005년 발효되었다”라고 설명한다.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교토의정서는 특별히 산업화된 국가들의 의무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선진국’ 위주로 의무를 부여했다는 의미다. 단, 이행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장기반 배출권거래, 공동이행, 청정개발체제 등 유연성 체제를 허용하고 있다. 감축 대상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불화탄소, 수소화불화탄소, 불화유황 등 여섯 가지다.

논의의 출발은 199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 베를린에서 기후변화협약 제1차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당시 협약의 구체적 이행을 위한 방안으로 1997년까지 200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1997년 제3차 총회에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감축 일정, 개발도상국 참여 문제 등 여러 이슈를 두고 여러 나라 의견이 갈려 대립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2005년 2월 16일 공식 발효됐다.

1995년에 논의돼 1997년에 채택된 의정서이므로 먼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만료 예정이기 때문이다. 파리협약은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 뒤를 이어 내년 1월부터 적용될 협약이다.

인류에게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남은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세계 각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하자고 협의했다. 그게 파리협약의 요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에게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남은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세계 각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하자고 협의했다. 그게 파리협약의 요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인류의 목표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 이내로 제한”

환경부는 지난 2016년 지구환경담당관 명의로 <파리협정 길라잡이>라는 제목의 홍보자료를 발간했다 (당시 자료에서는 협정이라고 표기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파리협약의 장기목표는 명확하다.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5년마다 상향된 감축목표를 제출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꾸준히 줄여 미래에는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탄소제로’ 관련 내용이 바로 이 연장선 위에 놓여있다.

기후 재원 마련 내용도 담겼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면 충분한 재원이 필요한데, 협약에서는 당사국이 저탄소 및 기후 회복적 발전에 맞는 방향으로 재원을 조성할 것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다. 선진국이 재원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개발도상국의 필요를 고려해 재정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협약 주요 내용을 보면, 전 세계는 가능한 빨리 온실가스 배출량 최고치에 도달하고 그 후 배출량을 급속하게 감축해야 한다. 21세기 후반에는 인위적으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흡수해 배출과 흡수 사이의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

당사국들은 스스로 정한 감축목표(NDC)를 5년마다 제출해야 한다. 이때 새로운 NDC는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담고 있어야 한다. 적극적인 감축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다. 선진국은 경제 전반에 걸쳐 절대량을 감축하는 방식을 유지해야 하지만, 개발도상국은 경제 전반에 걸친 감축 방식을 지향하면 된다. 아울러, 이런 이행사항들을 주기적이고 투명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 온실가스 줄인다는데...교토의정서와 어떻게 다르나

그렇다면 파리협약은 기존 교토의정서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환경부는 앞서 인용한 <파리협정 길라잡이>에서 이 내용을 다룬 바 있다. 자료는 “교토의정서 국가들은 제1차(2008~2012년) 공약기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도에 비해 평균 22.6% 감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감축 목표였던 평균 5.2%를 크게 뛰어넘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이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고 일본과 러시아, 뉴질랜드는 2차 공약기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중국이나 인도 등의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감축 의무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으나 한계도 존재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교토의정서와의 차이에 대해 “인류 생존을 위한 목표 온도에 합의하고,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며 국가들이 감축 목표를 스스로 결정하되 모든 나라가 의무적으로 감축한다”라고 설명한다. 주기적 점검과 지속적인 감축 목표 상향도 특징이다. 참고로 파리협정은 구체적인 종료 시점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기후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존 교토의정서가 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집중했다면, 파리협정은 감축 뿐만 아니라 적응과 재원, 기술이전, 역량배양. 투명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교토의정서는 1차 공약기간 동안 감축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가 40개 정도였으나 파리협약은 195개국으로 확대한 것도 특징이다. 다만, 모든 당사국이 같은 수준의 의무를 갖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대량을 감축하고, 개발도상국은 경제 전반에 걸친 감축 방식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환경부는 파리협약과 교토의정서와의 차이에 대해 “인류 생존을 위한 목표 온도에 합의하고,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며 국가들이 감축 목표를 스스로 결정하되 모든 나라가 의무적으로 감축한다”라고 설명한다. (자료 : 환경부 '파리협정 길라잡이')/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는 파리협약과 교토의정서와의 차이에 대해 “인류 생존을 위한 목표 온도에 합의하고,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며 국가들이 감축 목표를 스스로 결정하되 모든 나라가 의무적으로 감축한다”라고 설명한다. (참고 : 환경부 '파리협정 길라잡이')/그린포스트코리아

◇ 美대선, 우리 정부도 꾸준한 관심...세상 정말 바꿀까?

파리협약은 지난 미국 대선 기간에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당 협약은 미국에게 불공평하다’며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1월 4일 파리협약에서 1년 뒤 탈퇴한다고 통보했고 지난달 초 협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당선인은 ‘임기 첫날 미국이 다시 파리협약에 가입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비룻한 정부 곳곳에서 ‘2050 탄소중립’에 대한 계획이 발표되는 것도 파리협약과 깊은 관계가 있다.

지금 지구의 상황은 어떨까. 한겨레가 기후정책 평가 기구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CAT)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기구는 “중국과 다른 여러 국가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기후공약과 미국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의 공약이 지켜지면 21세기 말 전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1도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는 지난 2009년 당시 “세기말까지 3.5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JT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EU는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기로 했다. ‘1990년대 대비 40% 감축’이라는 기존 목표에서 ‘55%감축’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지난 2일, 위와 같은 결정 내용에 대한 브리핑이 열린 바 있다. 10여년 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면, 파리협약을 잘 지키면 지구가 안전해질까?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한편에서는 파리기후협약보다 더 강력한 실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페테리 탈라스 WMO(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최근 각국 정부들이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환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 상태로는 우리가 약속한 목표에 도달할 수 없어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 기후특사로 지명한 존 케리 전 국무장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는 것이 옳으며 파리협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내일(12일)은 파리협약 5주년을 맞는다. 내달 1일부터는 협약 내용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인류는, 정말로 지구의 온도 상승폭을 낮출 수 있을까?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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