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경제부 기자
박은경 경제부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불법 사채로부터 서민들을 구해냈던 대부업법 제정 이후 18년이 지났지만 ‘쩐의 전쟁’이 재현되면서 대부업계는 새로운 구원투수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02년 연 최고 66% 이상의 살인적 금리로 서민을 옥죄던 ‘악당’ 불법 사채를 근절하기 위한 쩐의 전쟁을 통해 지금의 대부업이 조성됐다. 무법지대였던 사채 시장에 대부업법이라는 규제를 도입하고, 법정 최고금리를 조정해 서민의 부담을 경감시켰다. 

법정최고금리는 낮아졌지만 서민들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신용도가 소위 7등급 이하로 내려가거나 연체가 발생하면 은행은 물론, 2금융에서도 손을 벌릴 수가 없다. 대부업을 두드려봤지만 신규영업을 안한단다. 대부업체가 해주고 싶어도 마진이 안 남으니 회사가 영업을 접는 수순에 있다. 결국 갈 곳은 지인 혹은 미등록 불법 업체뿐이다. 18년 만에 쩐의 전쟁 이전으로 쇠퇴한 것이다.

운영자금 마련도 규제에 막혀있다. 은행은 물론, 2금융에서도 조달하기 힘든 조달규제까지 더해 운영자금을 마련하기도 벅찬 지경에 놓였다. 내년 3월에 시행될 금융소비자보호법과 내년 통과를 앞둔 독촉을 7회 미만으로 금지하는 소비자신용법 제정, 1개의 금융사만 중개하는 일사전속 규제까지 사방이 막혔다. 

업계는 불만이 가득 찼지만 목소리를 대변해줄 리더가 부재하다. 건전한 대부업을 영위하기 위해 협회를 만들고 관리를 받고 있지만, 지난 18년 편견 속에 제정된 비실용적인 규제들 앞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지금의 대부금융협회장이 협회를 이끈지 5년, 전무이사 시절까지 10년이 넘어가지만 그 동안 규제는 늘어만 갔지만 목소리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내년에는 법정 최고금리가 20%까지 인하가 확정됐고, 정부의 기조대로 소비자신용법도 실행되면 독촉도 불가해진다. 

현재 대부분 업체는 신규영업을 접었고, 그나마 영업 중인 상위권 대부업체 마저도 3곳이나 올해 이후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업을 진행하는 극소수의 업체도 신규대출을 거의 안한다. 업계관계자는 관련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영업을 접는다는 소식의 앓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라고 토로했다.

대출 중개 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개의 금융사와만 제휴하는 일사전속에 막혀있다. 일사전속은 무분별한 신용조회와 대출중개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던 규제인 만큼 완화에 따른 부작용도 있어 쉽지 않다. 

현장에선 이미 업계가 통으로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존폐기로에 마주지면서 의견은 양분화 되고 있다. 내년 3월 도래할 협회장 선거에서 새로운 구원투수가 필요하다는 것과, 누군가 새로 온다고 달라질 것이 있냐는 의견이다.

수장이 바뀐다고 업황이 변하진 않는다. 다만, 시도하는 것과 시도하지 않는 건 차이가 있다. 지금도 업계에선 당국을 설득하러 발품을 팔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업계가 통으로 실종된다는 건, 강 건너 남의 집 일로 끝나지 않는다. 신용 9등급 이하의 차주 104만명을 불법 시장으로 몰아주는 꼴이다. 결국 사회문제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P2P대출이나 대안이 등장할 수 있지만 불투명하며 같은 수고를 두 번하고 예산도 두 배 투입하는 꼴이다. 

사실 법정최고금리 인하는 단골 선거용 정책이다. 법정최고금리가 기존 24%로 인하된 2016년에도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서민부담 낮추는 선순환의 기능도 존재하지만 부작용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연구원과 평가기관 및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문제를 숱하게 지적해왔다.

존폐기로에 선 대부업계는 이미 새로운 구원투수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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