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젠바이오텍이 개발한 코로나19-인플루엔자 동시진단 시약이 국내 정식 허가됐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의 위기를 뚫고 기회를 돌파한 업종이 있다. K-방역의 일등공신으로 불리는 진단키트.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코로나19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해 11월부터 진단키트를 개발을 시작하고 전 세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코로나19의 위기를 뚫고 기회를 돌파한 업종이 있다. K-방역의 일등공신으로 불리는 진단키트.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코로나19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해 11월부터 진단키트를 개발을 시작하고 전 세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가격경쟁력과 제품력으로 이름을 알린 감염병 진단기업들은 최근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고, 스마트폰이나 서버 등과의 네트워킹이 자유로운 진단키트를 속속 개발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한국이 제안한 코로나19 등 유전자 증폭(RT-PCR) 감염병 진단법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으로 제정되면서 한국 감염병 진단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높아지면서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수출액 11월에만 5억 달러…누적 22억7000만 달러 기록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가 지난달까지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수출실적을 내면서,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에 따르면 수출용 코로나19 진단시약은 221개 제품이다. 유전자 105개, 항원 44개, 항체 72개 제품이 수출용으로 허가돼 전 세계 170여개국가로 수출됐다. 수출액은 지난달 말까지 2조5000억원(22억7000만 달러), 규모로는 4억9679만명분이다. 

진단키트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출되기 시작해, 7월 이후 확진자 급증에 따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0월과 11월에는 월 기준 수출 최고치 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다. 11월 수출액은 5950억원에 이른다. 수출국별로는 인도 15.6%, 독일 13.2%, 네덜란드 9.6%, 이탈리아 7.8%, 미국 5.2% 등이다.

식약처는 “코로나19 진단시약은 올해 새롭게 창출된 수출성과로, 국제적으로 코로나19 대응 모범으로 인정받은 K 방역에 대한 인식과 국내 제품의 우수성이 함께 작용한 것”이라며 “국내 진단시약의 국제 신뢰도가 한층 향상되고 국산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해외 시장 확대에도 추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글로벌 유통망 구축한 대형 제약사와 협업

최근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코로나19 진단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대형 제약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마케팅 경험과 유통망을 구축한 대형 제약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해외 진출의 발판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형 제약사들도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윈윈(win-win)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와 지노믹트리가 각각 개발한 유전자 증폭(PCR) 진단키트를 해외에 판매하기로 했다. 대웅제약은 현재 개발 중인 ‘DWRX2003’과 ‘호이스타정’ 등 코로나19 치료제와 진단 장비를 동시에 갖춰 코로나19 진단-치료로 이어지는 통합 솔루션을 갖출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국내 진단키트 업체 비비비(BBB)와 코로나19 항원 진단키트 ‘샘피뉴트’를, 휴마시스와는 항체 진단키트 ‘디아트러스트’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셀트리온은 이 두 제품을 지난 8월 미국에 출시했다. 샘피뉴트에 대해서는 지난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았다. 항체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셀트리온은 진단키트 업체들과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동 개발해 수출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쳤다.

휴온스와 관계사인 휴메딕스는 젠큐릭스, 바이오노트와 손을 잡고 코로나19 진단키트(유전자증폭방식, 항체진단, 항원진단) 라인업을 모두 확보했다. 나라별로 필요한 키트와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진 않지만, 최근 20여 개국 정부 및 현지 파트너사와 인허가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분자 진단은 더욱 보편화될 것”

품질이 좋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국내 진단키트 제품들이 황금기를 맞고 있다고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 이슈로 코로나19 상황이 점차 종식되면서 수출 호조가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가 끝난 이후 오히려 진단키트 시장이 보편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커지는 의료비용 증가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분자진단 토탈 솔루션 공급 기업 바이오니아는 진단 검사에 필요한 핵산추출장비와 핵산추출시약, 유전자를 증폭하는 실시간 PCR 장비와 진단키트를 자체 개발해 전 세계로 공급하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혁신적인 분자진단 플랫폼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전자기술의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질병 진단과 치료, 예방을 아우르는 정밀의료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코로나19 외에도 에이즈, B형·C형간염, 성병, 결핵 등 다양한 진단키트에 대해 자동으로 검사를 수행하는 솔루션을 갖고 있다.

수젠텍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 후에도 백신의 효능과 백신 투여 여부를 판단하는 용도로 쓰일 중화항체 검사키트를 구축했다. 향후 백신 접종 기관 등 연구소와 백신 개발 기업 등과의 제휴를 통한 공급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검사자 본인이 직접 자신의 호르몬 변화량을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진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수젠텍은 올 하반기 자회사인 모도리씨를 통해 여성호르몬 5종의 변화량을 소변으로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개인이 직접 진단키트를 사용하는 홈테스트 시장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솔젠트는 코로나19 진단키트로 구축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PCR기술과 진단키트 생산플랫폼을 해외 현지화를 통해 진단시약과 기술을 각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솔젠트는 현지 생산 플랜트에 코로나19 진단키트 이외에도 결핵, 성병, 폐렴, 호흡기 바이러스 등 다양한 진단키트를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핵심재료인 중합 효소와 원부자재들을 지속해서 납품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체외진단 분야 시장만 약 792억 ~ 782억 달러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최대 8% 성장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히기도 했다”며 “감염병 대유행으로 병원에서 시행하는 진단검사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면서 종식 이후에도 대규모 진단검사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