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물건에서 새로운 쓸모를 찾는다면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스물 여덟번째 사진은 버려지지 않고 새롭게 쓸모를 찾은 폐타이어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버려지는 물건이 새로운 쓸모와 자리를 찾으면 환경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한 기자 2020.11.20)/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지는 물건이 새로운 쓸모와 자리를 찾으면 환경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한 기자 2020.11.2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류가 처한 환경문제는 딱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자연을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해서 문제다. 기자가 직접 만든 문장은 아니고, 신경림 시인이 시집 <낙타>에 게재한 시 ‘공룡, 호모사피엔스, 그리고...’에서 쓴 문구다. 인류는 자연을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하면서 수많은 쓰레기를 만들었고 그 쓰레기가 다시 자연을 파괴한다. 버려지는 걸 줄이는 방법이 없을까?

여기, 버려질 물건의 쓸모를 찾은 사람이 있다. 낡은 타이어를 화분 받침으로 썼다. 어울리는 그림은 아니지만, 덕분에 이 화분은 바람에 날려 쓰러지거나 사람이 실수로 밀어 넘어뜨리를 위험이 크게 줄었다. 주차중인 차가 거리 계산을 잘못해 화분을 밀어도, 차에는 기스가 남지 않으리라. 화분 주인이 친환경적인 사람이냐고 물으면 기자도 모른다. 하지만 버려질 위기에 처한 물건에 새로운 쓸모와 의미를 부여한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겠다.

<쓸모인류>의 저자 강승민은 자신의 저서에서 ‘물건의 쓸모’에 대한 발언을 소개한 바 있다. 해당 부분을 옮기면 이렇다. “물론 물건은 많지. 그런데 내 쓸모에 딱 맞는 것들은 아니잖아. 내 삶에 필요한 것들을 애써 만들면서 나만의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거야. 내 삶에 의미 있는 일이고, 주변에 기여할 수도 있을테니까.”

물론 작가가 책에 저 발언을 소개한 의도와 사진 속 장면에서 기자가 느낀 감정 사이에는 거리감이 좀 있다. 하지만 공통분모는 있다. 쓸모를 찾아 주변에 기여한다는 관점이다. 버려질 위기에 처한 것들에게 새로운 쓸모를 줘보자. 같은 물건이어도,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니까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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