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유리병 마개·PET 라벨 제거 어려워”
자원순환 과정 고려한 제품 생산 필요하다

 

입구 부분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음료수병 모습.  환경부는 분리배출의 핵심 중 하나가 '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병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입구 부분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음료수병 모습. 환경부는 분리배출의 핵심 중 하나가 '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병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7일 오후, 지인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지인은 기자가 그날 아침에 쓴 ‘헷갈리는 분리수거...재활용품, 어떻게 구분하나요?’ 기사를 읽었다고 했다.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연락 했다고 했다. 분리배출하는 방법을 거의 대부분 알고 있는데 그걸 실천하기 어렵다고 했다. 무슨 사연일까?

그 지인은 지난 주말 분리수거를 준비하다 손을 다칠 뻔 했다. 유리병에 달린 플라스틱 마개와 고리를 칼로 제거하는 과정에서다. 국내 유명 식품브랜드의 참기름 제품 마개를 제거하는데 강력하게 고정돼있어 잘 떨어지지 않았고, 칼로 잘라내다 손끝을 살짝 긁혔다는 얘기다. 지인의 배우자가 칼집을 더 내고도 한껏 힘을 주고 나서야 결국 마개가 제거됐다.

이들 부부는 기자에게 “내용물 비우고 깨끗이 씻어 재질별로 구분해 버려야 한다는 건 안다. 그런데 뚜껑을 제거하지 않으면 병을 헹굴 수도 없고 고무와 유리를 따로 버리기도 어려운데 마개 열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의 분리배출도 중요하지만, 내용물 보관이 잘 되면서 나중에 버리기도 쉬운 마개를 기업이 먼저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제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내용물이 새지 않게 하려면 단단히 고정된 마개가 필수겠지만, 버려진 이후의 과정도 기업이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몸체와 입구 다른 재질...이거, 재활용 되나요?

두 사람은 “주말에 분리수거를 준비하면서 3번 화가 났다”고 했다. 앞서 언급한 국내 식품기업 브랜드 참기름병 마개를 제거할 때 한번, 국내에 수입되는 글로벌 브랜드 오렌지주스 라벨을 제거하면서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국내 다른 식품브랜드 조미료 병을 버리면서도 화가 났다고 했다.

이들의 제보 내용은 이렇다. 주스병 입구 부분이 플라스틱이어서 PET병 몸체와 소재가 달라 재활용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생수나 음료수 등은 뚜껑이 대개 플라스틱이다. 그런데 이 제품은 뚜껑이 아니라 입 닿는 부분이 플라스틱이라고 했다. 기자가 확인해보니 정말 그랬다. 병 입구가 PET가 아니라 플라스틱이었다.

본지 기사에서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는데, 환경부는 PET병에 대해 “부착상표와 부속품 등 본체와 다른 재질은 제거해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하지만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 ‘비중 차이’로 쉽게 분리 가능하므로, 라벨지만 제거하고 압착해 뚜껑을 닫아 같이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비중 차이로 인한 분리는 페트병을 잘게 부순 다음 액체에 담가 뜨는 것과 가라앉는 것으로 분리한다는 의미다. 부숴진 조각을 액체에 두면 뚜껑 재질은 뜨고 페트는 가라앉는다. 하지만 재활용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로 최선이 아니라 차선책”이라고 지적한다. 병 본체와 입구가 서로 다른 재질이라는 점은 이런 면에서 아쉽다. 심지어, 일부 브랜드에서는 최근 라벨지가 없는 PET 제품도 출시하는 추세다.

환경부는 유리병을 버릴때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헹궈 버리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단단한 마개로 꽉 잠겨 있어 잘 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사진을 찍은 독자는 참기름병 마개를 열기 위해 칼을 사용해야 했다.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는 유리병을 버릴때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헹궈 버리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단단한 마개로 꽉 잠겨 있어 잘 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사진을 찍은 독자는 참기름병 마개를 열기 위해 칼을 사용해야 했다.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찰싹 달라붙은 라벨...떼고 또 떼도 흔적은 남는다

두 사람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또 다른 국내 브랜드 조미료병을 버리려는데 이 제품은 본체 대부분을 스티커가 덮고 있어 라벨을 제대로 뗄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라벨지를 떼어내느라 칼집을 여러 군데 내서 일일이 손톱으로 뜯고 스티커 제거제를 바른 다음 물티슈를 여러 장 사용했다고 했다.

기자 집에서도 사용하는 브랜드였다. 확인해보니 병목 부분을 제외하면 아래쪽으로는 모두 스티커였다. 제품성분 표기 등이 필요하므로 라벨은 필수겠지만 환경적인 시선으로는 과하게 보였다. 이곳저곳 열심히 긁어봐도 라벨은 잘 떼어지지 않았다. 찰싹 달라붙은 스티커는 아무리 떼고 또 떼도 여기저기 흔적과 자국이 남았다. (환경부는 유리병류에 대해 “접착제로 부착되지 아니하여 상표제거가 가능한 경우 상표를 제거한 후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환경부는 소비자들에게 “분리배출의 핵심 중 하나는 섞지 않는 것”이라고 안내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이 함께 만든 <내손안의 분리배출> 앱에도 이 내용이 나온다. 종이는 종이대로, PET는 PET끼리, 플라스틱은 같은 플라스틱과 함께 모아 배출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기들이 서로 다른 소재로 만들어지거나, 라벨과 뚜껑 등이 깔끔하게 제거되지 않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 소비자들의 실천에 앞서 기업의 변화가 먼저 요구되는 지점이다.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자원순환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들 부부는 아래와 같이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분리배출 잘 하는 건 중요하다. 우리도 평소에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편이다. 그런데 다 쓴 병 3개 깨끗하게 만드는데 15분 가까이 걸렸다. 이게 우리 탓인가?”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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