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하나만 쓰면...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요리 가능할까
조리도구 적게 사용하면서 물과 세제 사용량도 줄여
비용·시간 효율화 꾀하면서 환경적으로 이익일 수 있다면...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170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와 방탄소년단 단어로 총 66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929만건의 기사가 검색(10월 12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스물 여덟번째는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물과 식재료 사용도 줄이는 ‘원팬요리’입니다. [편집자 주]

 
하나의 팬만 사용해 음식을 만들면 조리 과정이나 설거지가 간단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적은 자원을 가지고 효율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물이나 세제 사용이 줄어들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하나의 팬만 사용해 음식을 만들면 조리 과정이나 설거지가 간단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적은 자원을 가지고 효율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물이나 세제 사용이 줄어들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간이 소비하면서 쓰고 먹고 입는 모든 과정은 결국 쓰레기와 연결된다. 사람이 가는 곳은 늘 쓰레기가 따라가고 인간이 구매한 것들의 대부분은 언젠가 한번은 버려져 쓰레기가 된다. 트렌드 키워드의 환경 영향을 짚어보는 이 연재도, 소비와 환경의 관계를 따져보기 위해 기획됐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를 편리하게 해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라고 알려져 있다). 불편한 과정을 대신하게 하는 과정에서 1회용 물건이 사용되거나, 없어도 괜찮았던 것들을 잠깐 사용하고 버리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먹는 것에서 특히 이런 경우가 자주 관찰된다. 예를 들어 가정간편식이나 편의점 도시락 같은 음식은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 포장재를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 커피를 일회용잔에 테이크아웃하면 컵과 뚜껑, 빨대와 비닐 포장지, 그리고 플라스틱 스틱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카레라이스를 먹으려고 감자와 양파를 산다고 가정하자. 감자와 양파를 각각 10개씩 한꺼번에 사면 커다란 비닐포장과 양파망 하나씩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감자나 양파가 하나씩 손질돼 필요한 양만큼만 들어있는 밀키트를 10개 사면 작은 포장 10개가 필요하다. 쓰레기의 양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적은 양으로 여러 번 사면 포장재 쓰레기는 계속 늘어난다.

◇ 그릇 하나만 쓰면...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요리 가능할까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식습관이 바뀌는 것도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KBS가 지난 2019년 4월 ‘1인 가구가 부른 쓰레기의 비극’이라는 보도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KBS는 환경부가 집계한 ‘4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4인 가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1인당 하루 평균 103g이고 3인 가구에서는 135g, 2인 가구에서는 145g까지 늘어난다. 그런데 1인 가구에서는 평균 207g이다. 가구 숫자가 적을수록 쓰레기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간편한 식사를 추구하는 것’이 쓰레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런데 한가지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대용량 제품을 사서 그걸 다 먹으면 포장재 쓰레기를 아끼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많이 사서 다 먹지 못하고 썩어서 버리면 비닐 쓰레기를 일부 줄이더라도 음식 쓰레기는 늘어난다. 그래서 밀키트나 간편식이 무조건 환경에 나쁘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큰 틀에서, ‘버려지는 것을 줄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만한 할 트렌드가 있다. ‘원팬요리’다. 원팬요리는 딱 하나의 팬이나 냄비만 가지고 하는 요리를 뜻한다. 과거 해외 요리연구가가 ‘원팬파스타를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원래 파스타는 냄비에 면을 삶고 삶아진 면을 다른 팬에서 재료와 함께 볶는 게 일반적인 조리법인데, 원팬파스타는 면과 각종 재료를 한 그릇에 조리한다. 그릇을 하나만 사용해 요리법이 단순하다는 이유로 자취생이나 싱글족 등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면과 재료를 함께 넣어 익을 때까지 끓이고 마지막에 향신료 등을 넣어 향이나 간을 맞추는 방식이다. 쉽게 생각하면 라면 조리법과 같다. 냄비를 하나만 사용하므로 만들기가 쉽고, 설거지도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파스타가 아닌 다른 요리도 가능하다. (도마 등을 사용해야 할 수 있지만) 흔히 먹는 볶음밥이나 스테이크 등 기타 여러 요리도 원팬요리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서도 원팬레시피가 다수 검색된다. 그런데, 팬을 하나만 쓰는 게 환경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편리함’은 대개 ‘친환경’과 상극인 키워드로 받아들여 진다. 실제로도 그렇다. 소비자를 편리하게 하는 과정에서 환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많다. 환경적인 소비는 일반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팬을 하나만 쓰는 건 불편함을 줄이면서 환경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편리함’은 대개 ‘친환경’과 상극인 키워드로 받아들여 진다. 실제로도 그렇다. 소비자를 편리하게 하는 과정에서 환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많다. 환경적인 소비는 일반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팬을 하나만 쓰는 건 불편함을 줄이면서 환경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조리도구 적게 사용하고 물과 세제 사용량도 줄인다

원팬요리가 주목받은 곳 중 하나는 캠핑이다. 올해 2월 방영된 MBC 예능 <나혼자 산다>에서 배우 이장우와 웹툰작가 기안84가 함께 캠핑에 나선 모습이 방영됐는데 거기서도 원팬요리가 나왔다. 당시 이장우는 적당한 크기의 팬에 한우불고기를 만들고 그 팬에 다시 한우짜장라면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방송 이후 이장우는 ‘원팬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캠핑장에서 팬 하나로 요리 하는 이유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도구가 충분하지 않고 물 수급도 평소보다 불편하며 설거지를 하는 것도 공간의 제약 등으로 귀찮으니 도구를 적게 사용하게 된다. 시간을 절약하고 설거지 개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쉽게 말하면, 팬을 하나만 써서 요리하면 조리도구가 적어도 되고 물과 세제 사용량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물론, 하나의 팬만 사용하는 요리를 소비자들이 환경적인 시선에서 굳이 접근하는 건 아니다. 최근 화두가 된 원팬 레시피도 대개 자취생이나 1인가구가 편리하게 식사를 챙길 수 있다는 취지로 공유된다. 블로그나 뉴스사이트 등에서 화제가 되는 원팬요리도 대개 ‘설거지가 편해진다’는 이유로 호응을 얻는다. 데일리팝이라는 매체에서는 최근 ‘자취레시피’ 카테고리로 ‘설거지옥 없는 원팬요리’를 소개한 바 있다. 설거지옥은 설거지와 지옥을 합친 신조어다.

주목할만한 점이 있다. ‘편리함’은 대개 ‘친환경’과 상극인 키워드로 받아들여 진다. 실제로도 그렇다. 소비자를 편리하게 하는 과정에서 환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많다. 환경적인 소비는 일반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팬을 하나만 쓰는 건 불편함을 줄이면서 환경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도 효율화를 추구하면서 그 과정이 환경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 비용·시간 효율화 꾀하면서 환경적으로 이익일 수 있다면...

차이가 클까? 요리에 익숙한 사람들은 팬을 하나만 사용하면 여러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9년차 주부 김모씨는 “기름 묻은 그릇을 닦으려면 적잖은 세제와 따듯한 물이 필요한데 팬을 하나만 쓰면 그 과정이 확실히 줄어든다”면서 “설거지하는 시간을 생각해도, 사용하는 물이나 세제 양을 생각해도 확실히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시간을 줄여주는 제품은 대개 쓰레기를 많이 만드는데, 원팬 레시피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리과정에서도 불필요한 것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대학생 시절부터 시작해 올해로 14년째 자취하면서 주로 집밥을 먹는다는 직장인 지모씨는 “2~3가지 이상 요리를 하려면 아무리 간단한 레시피라도 저마다의 양념이나 향신료가 필요한데 팬 하나에 볶는 요리는 전체적으로 맛과 향을 한 번에 잡을 수 있어 조미료 사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씨는 “환경적으로 눈에 띄게 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용을 줄인다는 취지에서는 유리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베테랑 주부의 의견은 어떨까. 1977년에 결혼해 올해로 44년차 전업주부인 유모씨는 ‘요리과정이 효율적이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더 적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씨는 “요리가 익숙하지 않을 때는 이것저것 많이 꺼내놓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잡채 같은 요리도 커다란 프라이팬 하나면 만들 수 있다”면서, “요리가 손에 익으면 아무래도 꼭 필요한 재료 위주로 낭비 없이, 설거지거리를 줄이면서 만들 수 있으니까 환경적인 효율 면에서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환경을 생각해서 애써 팬 하나만 쓰는 건 아니지만, 하나만 쓰면 환경에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0년대 초반 미국 등 해외에서 ‘빅 보울(Big Bowl)’ 요리가 주목받은 적 있다. 우리나라 ‘양푼비빔밥’처럼 커다란 그릇 하나에 다양한 채소 등을 모두 담아 함께 먹는 요리다. 이 요리들은 칼로리와 기름기를 줄인 건강식으로 주목받았다. 그릇 하나로 편리함을 추구하되, 그 과정에서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하느라 불필요한 것은 빼내고 중요한 재료만 골라 넣은 덕이다. 원팬 요리가 가진 의외의 환경적인 영향도 바로 이와 비슷한 지점에 있다.

기자도 지난 9월, ‘줄여야 산다 음식물쓰레기’ 연재 취재를 위해 원팬레시피와 보울푸드에 일주일간 도전해봤다. 이틀에 한번 원팬레시피로 저녁을 먹고 일주일에 두 번 보울푸드로 식사하는 방식이다. 그릇에 제한을 두었더니 재료준비나 요리과정 전체에 걸쳐 꼼꼼한 시뮬레이션과 준비가 필요했다. 그 결과 꼭 필요한 재료 위주로만 조리하거나 식사 후 설거지 과정에서 물이나 세제를 덜 쓰게 됐다. 다만, 앞서 베테랑 주부 유씨가 지적한 것처럼 요리가 서툰 기자는 팬 하나만 가지고 효율화를 꾀하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커다란 팬이나 그릇이 결과적으로는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재료를 구매할 때 부터 그런 과정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그저 ‘냉장고 파먹기’나 ‘설거지 줄이기’로 접근하면 식재료 순환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결국 중요한 건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생활 전반에 걸쳐 ‘버려지는 것을 줄이는’ 습관을 구축하는 일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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