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판결 발표 예정
수세에 몰린 SK이노…ITC 최종판결 변수는 있어
LG에너지솔루션 ‘홀로서기’ 대외적 변수 줄이고 안정적 성장 필요

지난해 4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나올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4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판결이 나올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前 LG화학 전지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이고 있는 ‘배터리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앞서 두 차례나 연기된 이번 소송이 이달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ITC는 10일(현지 시간) LG화학이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최종판결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소송은 지난 1일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이 물적분할 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맡고 있다.

우선 유리한 고지를 점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앞서 2월 ITC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소송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내렸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의 광범위한 증거인멸과 ITC의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 모독 행위를 했다는 LG화학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불복해 재검토를 요청했고 ITC는 이를 진행 중이다.

◇ SK이노에게 불리한 형국…다만, ITC 최종판결에 따른 변수 존재

결론적으로 ‘배터리 소송’에서 수세에 몰린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하지만 이번 최종판결에 따라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몇 가지 있는 만큼 변수 역시 존재한다.

먼저, ITC가 앞서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그대로 이어가는 경우다. 1996년부터 2019년까지 ITC 통계에 따르면 영업비밀 관련 소송의 경우 ITC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 대부분이 최종결정으로 유지돼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이러면 SK이노베이션이 그간 공을 들여왔던 미국 조지아주 공장이 가동에 차질을 빚는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등 관련 제품이 미국 내 수입 금지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조지아주 공장은 포드의 전기트럭 F시리즈와 폭스바겐의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대부분을 조달하기로 예정돼 있다. 이번에 패소가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셈이다.

또 다른 경우의 수로는 ITC가 예비 판결인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결 결과를 인정하되 미국 주(州)와 시(市) 정부,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공청회 형식으로 의견을 수렴, 수입금지 조치를 완화하는 방향으로도 흘러갈 수 있다.

앞서 포드와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이 소송에 패소하더라도 배터리를 계속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ITC에 제출했다. 여기에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ITC에 이점을 피력했다. 반면, 오하이오주와 GM은 ITC ‘지적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주요 골자로 하는 탄원서를 보내 LG화학을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이 경우 공청회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아닌 양 집단 간의 이해득실이 걸려 있는 만큼 결과가 어느 회사에 유리하게 흘러갈지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또 다른 경우의 수로는 ITC의 수정(Remand)판결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겐 최악의 상황이지만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안을 강구하는 등 시간을 벌 수 있는 경우다. 수정판결이 나올 경우 이후 재검토 과정을 거쳐 ITC의 최종결정까지 6개월가량이 걸린다. 즉, 분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ITC가 앞선 시나리오 중 하나인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유지할 때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ITC의 최종판결이 나오면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 승인 또는 거부건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물론 1월 20일 취임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임기가 겹친다. 임기가 끝나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정치적 모험을 펼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이 또한 단정할 수 없다. 또한 결정권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대선 이후 미국이 혼란스러운 만큼 어떤 결정을 할지는 예측 불허다.

◇ 신설 법인 출범, 극적 합의 위한 또 다른 변수 될까

애초 10월 5일 예정된 ITC의 최종 판결이 두 차례 연기된 만큼 새로운 변수도 발생했다. 새롭게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일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예상 매출액은 13조원 수준이며 4년 후인 2024년까지 매출액 30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배터리 생산 능력도 올해 120GW(기가와트)에서 2023년까지 두 배 이상인 260GW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배터리 케어·리스·충전·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E-Platform’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을 위해선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한 IPO(기업공개)가 필수다. 회사 측은 IPO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내년 3분기나 늦어도 내년 말에 상장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안정성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성장해야 하는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소송이 장기화 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이번 ITC 최종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한다고 해도 연방법원에 항소할 경우 장기전으로 흘러갈 수 있다. 물론, 항소한다고 해도 수입금지 조치는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지돼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절체절명의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에게도 적잖은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물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미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신설 법인의 성장에 몰두해야 한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장기적인 측면에서 소송과 같은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2분기 전지사업부문(現 LG에너지솔루션)이 흑자 전환했지만 직전 6분기 내내 손실을 본 만큼, ‘홀로서기’를 위해선 인적·물적 자원을 소송에 쏟아붓기보단 안정을 토대로 한 성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출범으로 양사 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SK이노베이션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맞으나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연이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와 신설 법인의 IPO가 예정된 만큼 양사가 최종판결 이전에 원만한 합의를 보는 게 양 사의 출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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