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 많고 헷갈리는 종이와 플라스틱, 중요한 건 소재
복잡하고 다양한 재활용품, 쓰레기와 안 섞이는 게 중요

쓰레기는 불에 타는 것과, 불에 타지 않는 것, 재활용품, 음식물쓰레기로 나눠서 버려야 한다. 효율적인 자원순환구조를 갖추는 건 정부와 지자체의 숙제지만 그걸 직접 실천할 사람은 쓰레기를 버리는 소비자다. 아이들이 쓰레기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야 하는 이유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깡통햄 캔이랑 철사나 못, 냄비는 모두 같은 ‘철’일까? 종이컵과 우유팩, 택배 상자와 영수증은 같은 ‘종이’일까? 열심히 나눠 버려도 커다란 트럭이 한꺼번에 가져가던데, 재활용이 잘 될까? 헷갈리고 궁금한 분리배출 노하우를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종이나 플라스틱은 ‘쓰레기’가 아니다. 음식물쓰레기는 따로 버리고 가구를 버릴 때는 돈을 내야 한다. 옷은 의류수거함에 넣는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안다. 그런데, 깡통햄 캔이랑 철사나 못, 냄비는 모두 같은 ‘철’일까? 종이컵과 우유팩, 택배 상자와 영수증은 같은 ‘종이’일까? 열심히 나눠 버려도 커다란 트럭이 한꺼번에 가져가던데, 재활용이 잘 될까? 헷갈리고 궁금한 분리배출 노하우를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등이 함께 만든 <내손안의 분리배출> 앱에 따르면, 분리배출의 핵심은 4가지다. 비우고, 헹구고, 분리한 다음 섞지 않는 것. 용기 안에 담긴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재활용품에 묻은 이물질이나 음식물 등은 깨끗하게 닦고 헹궈야 한다. PET병 라벨 등 재질이 다른 부분은 제거하고, 종류별·재질별로 구분해 배출해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재활용되는 품목과 쓰레기로 버리는 걸 구분하는 게 분리배출의 핵심이고, 재활용하는 쓰레기는 깨끗하게 버려야 된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2가지 원칙이 느슨해지면서 재활용 품질이 나빠졌고 재활용 시스템 체질이 전반적으로 약해졌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 어떻게 구분해서 버려야 할까. <내손안의 분리배출> 앱 내용과 최근 본지 취재내용 등을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 종류 많고 헷갈리는 종이와 플라스틱, 중요한 건 소재

신문지와 상자, 우유팩과 종이컵은 모두 ‘종이’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종이라고 다 같은 종이는 아니다. 영수증이나 벽지, 부직포나 코팅된 광고지도 ‘종이’지만 버릴 때는 종이가 아니다. 동물들이 삼켜서 문제라는 플라스틱도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아무리 씻어서 버려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도 있다. 하나씩 정리해보자.

Q 신문지와 상자는 종이니까 섞어서 버려도 되나

아니다. 따로 버리는 게 원칙이다. 다만 종류별로 수거함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각각 구분해서 버리는 게 좋다. 신문지는 물기에 젖지 않게 반듯하게 펴서 차곡차곡 쌓아 배출한다. 비닐 코팅된 광고지나 비닐류, 기타 오물이 섞이지 않아야 한다. 골판지 상자 등도 비닐코팅 부분과 상자에 붙은 테이프, 철핀 등을 제거한 후 모두 펴서 차곡차곡 모은 다음 배출한다. 앱에서는 신문지나 상자 등은 따로 묶어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참고로, 광고 전단 등 코팅된 종이는 일반쓰레기다.

Q 우유팩이나 종이컵도 종이인데, 이것도 따로 모아야 하나

재활용 측면에서는 종이팩과 종이류를 구분한다. 종이팩은 일반 종이류와 섞이지 않게 종이팩 전용수거함에 배출한다. 살균팩과 멸균팩 등은 빨대나 비닐 등 다른 재질을 제거한 다음 배출하되, 전용수거함이 없는 경우 종이류와 구분할 수 있게 가급적 끈 등으로 묶어 종이류 수거함으로 배출한다. 종이컵도 일반 종이류와 다르다.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한번 헹군 다음 봉투에 넣거나 한데 묶어 배출한다. 종류별로, 재질별로 구분하라는 의미다.

Q 종이처럼 보이지만 재활용이 안 되는 일반쓰레기는 또 뭐가 있나

영수증처럼 다른 재질과 혼합된 종이, 금박지나 은박지, 다른 재질이 혼합된 벽지, 부직포, 그리고 기름이나 음식물로 오염된 종이는 모두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호떡이나 붕어빵을 담아온 종이봉투라면 재활용이 아니라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Q 플라스틱도 여러 종류가 있다던데, 어떻게 나눠 버려야 하나

큰 틀에서는 플라스틱과 PET병 두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생각하면 된다. 플라스틱의 경우, 제품에 HDPE, PP 등 재질이 적혀있는데 종류별로 나눠 버리면 된다. PET병은 라벨지 등을 제거해 따로 버리면 된다. 다른 재질로 만들어진 뚜껑과 고리는 모두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개인이 뚜껑 고리까지 제거하는 게 쉽지 않고 페트병 재활용 과정에서 분리가 가능하므로 현재 서울시 등에서는 ‘뚜껑을 닫아 압착해서 버리라’고 권하고 있다.

Q 즉석밥 용기를 씻어서 버려도 재활용이 안 된다던데 사실인가

맞다. 즉석밥 용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얇은 한 겹이지만 사용된 재료를 보면 서로 다른 소재가 섞여 있다. 단일물질로 이뤄진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해야 품질이 높아지므로 즉석밥 용기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Q 플라스틱 종류가 많은건가. HDPE·PP·PS·PVS·OTHER...이런 게 도대체 다 뭔가

제품 재질의 영문 역자다. PE는 폴리에틸렌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플라스틱 소재를 생각하면 된다. HDPE가 고밀도폴리에틸렌, LDPE는 저밀도다. PP는 빨대나 일회용컵 등에 많이 쓰는 폴리프로플렌, PETE는 주변에서 자주 보는 PET병, PVC는 폴리염화비닐, PS가 폴리스티렌이다. 재질에 따라 식품 포장에는 사용이 금지되는 것도 있고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OTHER는 소재가 섞여 있거나 위 구분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다. 즉석밥 용기도 여기 포함된다.

소비자들은 그냥 '플라스틱'이라고 뭉뜽그려 부르지만 제품마다 재질과 소재가 제각각이다. 재활용 마크와 재질 표시를 확인해 종류별로 나눠 버리는 게 좋다. (내손안의 분리배출 앱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소비자들은 그냥 '플라스틱'이라고 뭉뜽그려 부르지만 제품마다 재질과 소재가 제각각이다. 재활용 마크와 재질 표시를 확인해 종류별로 나눠 버리는 게 좋다. (내손안의 분리배출 앱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복잡하고 다양한 재활용품...‘쓰레기’와 안 섞이는 게 중요

올해 국내 유명 깡통햄 브랜드를 두고, 소비자들이 플라스틱으로 된 노란뚜껑을 반납하는 운동을 진행한 적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분리배출 측면에서 보면 캔과 플라스틱만의 문제가 아니다. 캔이나 고철도 종류가 많다. 유리도 다 같이 모으는 게 아니다. 스티로품은 합성수지지만 플라스틱과는 다르다. 그러면, 이렇게 다양한 재활용품이 커다란 트럭 한 대에 모두 담겨도 될까?

Q 깡통햄이 담겨있던 캔과 다 쓴 못은 같은 고철인가

아니다. 그 둘은 각각 금속캔과 고철류로 따로 구분한다. 철캔과 알루미늄 캔 등 금속캔은 이물질을 제거하고 플라스틱 뚜껑 등 다른 재질을 제거한 다음 배출한다. 못이나 철사 등은 고철류다. 이물질이 섞이지 않게 봉투에 넣거나 끈으로 묶어 배출하는 게 좋다. 스텐류 등의 냄비나 프라이팬 같은 비철금속도 고철류에 속한다.

Q 유리잔이나 유리뚜껑을 음료수병이랑 같이 버려도 되나

아니다. 유리가 아니라 병을 따로 모은다고 생각하면 된다. 크리스탈 유리제품, 유리뚜껑, 거울이나 전구, 깨진 유리 등은 유리병이 아니다. 음료수병이나 기타병류, 보증금병만 유리병류다. 보증금병은 소매점 등으로 반납해 환급 받고 음료수병이나 기타병류는 (접착제로 붙어있지 않은 경우) 상표를 제거해 (색상별 용기가 설치된 경우) 색깔별로 분리해 배출하면 된다. 유리 그릇이나 전구 등은 불연성 마대 등 특수규격봉투에 버려야 한다.

Q 유리병을 버릴 때 주의해야 할 건 뭔가

담배꽁초 등 이물질을 절대 넣지 말고 배출해야 한다.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깨끗이 헹구는 등 이물질을 제거해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깨진 유리는 재활용품이 아니므로 깨지지 않도록 주의해 배출해야 한다.

Q 스티로폼은 ‘발포합성수지’라고 하던데, 그러면 플라스틱인가

아니다. 스티로폼은 플라스틱이나 비닐과 구분해 별도로 배출한다. 스티로폼 완충재는 부착상표 등 스티로폼과 다른 재질을 모두 제거한 후 배출한다. 앱에서는 “TV 등 전자제품 구입 시 완충재로 사용되는 발포합성수지 포장재는 가급척 구입처로 반납하라”고 안내한다. 참고로, 건축자재용 스티로폼은 산업폐기물이다.

Q 복잡하게 나눠서 버려도, 커다란 트럭이 한꺼번에 싣고 가면 의미 없는 것 아닌가

괜찮다. 쓰레기와 섞지 않고, 재활용 되는 것들만 정확하게 내놓으면 선별장에서 종류별로 나눌 수 있다. 한꺼번에 싣고 간다고 재활용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선별하기 쉬우라고 품목별로 모두 따로 싣고 운반하려면 비용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

Q 쓰레기 양이 너무 많아 선별업체에서 꼼꼼하게 나누기 어렵다는데

그러니까 재활용되지 않는 것들을 섞어 내놓지 말라는 얘기다. 업체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잔뜩 밀려오는 폐기물을 일일이 손으로 구분해야 한다. 그런데 쓰레기가 재활용품과 섞여 있으면 작업이 어렵다. 재활용품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안 된다는 인식은 높은데, 반대로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가 분리배출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느슨한 경우가 많다.

Q 품목별 배출 가이드라인이 많아 복잡하다. 재활용 잘 되는 제품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결국 문제 해결의 근본은 생산단계에서의 변화다. 재활용 잘 되는 제품을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소비자의 행동이 중요하다. 쓰레기를 덜 버리려는 노력도 좋지만, 기업에게 이런 목소리를 계속 전달해야 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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