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독감백신은 지난 6월에 발표한 수치보다 131만 명이 늘어 약 2천 7백만 명분이 국가출하승인 될 전망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약사들은 백신이 승인받을 때까지 기다린 후 원료를 구입하고 제조라인을 구축해 백신 선적을 위한 공급망을 설치한다. 하지만 물량 확보를 위해 백신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공급망을 미리 확보하게 되면서 수년 전부터 수탁생산(CMO) 사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온 한국 기업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이 부족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우수한 생산시설을 갖춘 국내 기업들의 CMO 사업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장기 성장세가 예상된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중 임상 3상을 거치고 있는 백신 후보는 바이러스 벡터, 불활화, 핵산(RNA, DNA), 단백질 재조합 등 크게 네 가지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들 플랫폼에서 개발되는 백신들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내 기업들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생산은 우리 국민에 투여할 물량 확보로도 이어진다. 지난 3일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을 맡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기업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수탁생산 수주 금액만 2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런 수주는 대규모 설비와 높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SK바이오사이언스, 과감한 선제적 투자로 글로벌 제약사 백신 수주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상용화를 앞두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먼저 생산할 업체로 꼽히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월과 8월 각각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CMO, CDMO(위탁개발생산) 계약을 연달아 체결했다. 이로 인해 최근 백신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1억5000만 도즈(병)에서 약 5억 도즈 규모로 늘리면서 생산시설을 풀 가동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선제적 투자로 업력이 10여 년밖에 안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진입 장벽이 높고, 몇몇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글로벌 백신 시장을 뚫었기 때문이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상용화를 앞둔 백신들의 생산 설비를 모두 갖고 있어, 향후 다양한 종류의 백신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 또한 자체적으로 단백질 재조합 방식에 기반한 합성 항원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NBP2001’은 지난달 23일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지원자를 모집 중이다. 또 지난 5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비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중 식약처에 임상 1상을 신청하고 연내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GBP510은 합성 항원이 아닌 또 다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전체 CMO 규모의 30% 차지...세계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라이릴리와 지난 5월 코로나19 치료제의 대규모 CMO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대규모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켰다. 영국의 GSK(4394억원), 아스트라제네카(3850억원) 등 올해만 공시 기준 수주 계약 규모가 1조9255억원에 달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이전 기간을 약 3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기술·품질·글로벌 승인 획득과 관련, 양사 전문가들이 지속해서 긴밀히 소통한 게 주효했다. 실제로 일라이릴리와 계약 체결 5개월 만에 미국 품질 관리 기준(GMP)에 부합하는 초기 물량을 생산하고, 지난달 추가로 장기 생산 계약을 맺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 공장들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 생산 수주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코로나 치료제를 비롯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주문이 몰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월 중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조7400억원을 들여 송도에 25만6000리터 규모의 제4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18만리터의 3공장에 추가로 4공장이 가동에 돌입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62만 리터의 생산 규모를 보유하게 되면서 글로벌 전체 CMO 생산 규모의 약 30%를 차지해 세계 1위 바이오 생산기업에 오른다.

◇ 복제약 넘어 자체 개발 나선 셀트리온

셀트리온은 기존 핵심 사업인 바이오 시밀러와 제네릭 생산을 넘어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일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의 글로벌 임상2상 시험에 참여한 327명에게 투약을 완료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임상 1상을 거쳐 지난달에는 327명의 대상자를 모집해 임상 2상을 완료했다. 셀트리온은 임상 2상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달 중 곧바로 식약처에 조건부 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공정검증배치 생산을 시작하는 등 대량공급 준비를 마친 상황으로, 이미 국내에 공급할 10만명 분량의 치료제를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면 150만~200만명분을 우선 확보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 개발이 마무리되면 국내에 먼저 공급하고, 남는 물량을 해외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은 후 미국, 유럽에서도 긴급승인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셀트리온은 아직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CMO를 체결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개발 중인 단백질 재조합 백신을 생산할 수 있어 향후 백신 수주에도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 GC녹십자, 백신 위탁생산 위해 CEPI와 손 잡아

치료목적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GC5131A’을 개발 중인 GC녹십자도 해외 제약사에서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로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합의했다. 

CEPI는 전염병 위험에 대비해 백신 사전개발 및 비축을 위한 연합체 형태로 설립된 기구로, 특정 국가의 독점적인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막고 모든 국가에서 보장하기 위해 WHO 및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함께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도 운영 중이다.

최근 CEPI는 GC녹십자, 스페인 바이오파브리와 10억 도즈(10억 명분)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합의를 체결했다. GC녹십자는 내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CEPI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맡는다. GC녹십자가 맡은 분량은 5억 도즈 이상이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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