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 석유기업 쉘 상대 소송 제기
“기업에 기후변화 책임 묻는 법적 교두보 마련할 것”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이 글로벌 석유회사 로열더치쉘(이하 쉘)을 상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장을 전달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이 글로벌 석유회사 로열더치쉘(이하 쉘)을 상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장을 전달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국제 환경단체가 글로벌 석유기업을 상대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업 방침 변경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기업에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아니라 탄소배출을 줄이라는 파리협정에 맞는 사업방침을 요구하는 소송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이 글로벌 석유회사 로열더치쉘(이하 쉘)을 상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장을 전달했다.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이들은 12월 1~17일 사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공청회를 갖고 법정에 선다.

환경운동연합이 뉴스레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쉘은 세계 2위 규모의 석유회사다. 영국-네덜란드 합작 기업으로 본사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쉘은 20세기 초반부터 유럽계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원유 채굴과 정제, 유통을 아우르는 최초의 통합석유회사로 성장했다.

석유 산업을 둘러싼 환경적 지적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쉘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 영국 소재 비영리기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는 2017년 보고서를 통해 쉘을 ‘세계 10대 기후 오염자’ 중 하나로 선정했다. CDP는 전 세계 주요 상장기업의 환경 경영을 평가하는 기관이다.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해당 연구 결과를 근거로, ‘쉘이 1854년에서 2010년 사이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에 약 2%가량 책임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문제와 더불어 원유유출이나 가스폭발 등의 사고와 환경적인 문제 등도 지적된 바 있다.

이 단체는 지난 2018년 4월, 쉘을 향해 사업방침을 파리협정에 맞추고, 석유·가스 투자를 줄이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8주 안에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집단 소송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해 5월, 쉘은 자신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면서 ‘귀 단체 요구에 상세히 답하지는 않겠다’고 밝혀왔다. 그로부터 1년 후, 지구의 벗 네덜란드가 쉘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장을 전달했고, 올해 12월 1일과 3일, 15일, 그리고 17일 헤이그에서 공청회를 갖고 법정에 선다

카린 난센 지구의 벗 국제본부 의장은 “반드시 승소해 기후변화에 책임 있는 여러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묻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뉴스레터에서 이 소송에 대해 “기업에 보상을 청구하는 기존 사례들과 달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구체적인 사업 방침 변경을 요구하는 첫 번째 소송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이번 소송에서 지구의 벗이 승소하면 쉘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 다만 소송에서 환경단체가 승소할지,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 모두 법적으로 인정 받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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