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 6명 발표
6개 대륙 풀뿌리 환경운동가 1명씩 선정
슬로바키아 첫 여성 대통령 배출한 ‘환경노벨상’
아시아지역 수상자, 국내서 ‘그린아시아포럼’ 활동

 

에콰도르 와오라니족 지도자이자 4살 딸을 둔 엄마가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골드먼 수상자들 중 일부는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모인다는데, 이 상은 어떤 상일까? 사진은 올해 골드먼 환경상 홈페이지 첫 화면에 게재된 수상자 네몬테 넨키모의 모습. (www.goldmanprize.org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에콰도르 와오라니족 지도자이자 4살 딸을 둔 엄마가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골드먼 수상자들 중 일부는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모인다는데, 이 상은 어떤 상일까? 사진은 올해 골드먼 환경상 홈페이지 첫 화면에 게재된 수상자 네몬테 넨키모의 모습. (www.goldmanprize.org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에콰도르 와오라니족 지도자이자 4살 딸을 둔 엄마가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마존 열대우림 석유 채굴권을 판매하려는 에콰도르 정부와 맞서 숲 보호 활동을 진행한 공로를 인정받았단다. 골드먼 수상자들 중 일부는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모인다는데, 아마존 숲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고, 골드먼 환경상은 뭘까?

연합뉴스는 지난 12월 2일 “에콰도르 와오라니족 지도자 네몬테 넨키모(33)를 비롯한 6명이 올해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넨키모는 아마존 열대우림 석유 채굴권을 판매하려는 에콰도르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캠페인과 법적 공방을 벌였다.

배경은 이렇다. 2018년 에콰도르 정부는 다국적 에너지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 16개 지역 석유 채굴권을 경매에 부친다고 발표했다. 원주민 거주지역 다수도 경매 대상에 포함됐다.

넨키모는 “우리 숲은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온라인 캠페인을 벌였다. 세계 각국에서 37만여 명이 동의하는 의미의 서명을 했다. 아울러 원주민 동의 없이 채굴권 판매를 결정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에콰도르 법원은 지난해 넨키모의 손을 들어줬고 정부는 채굴권 경매 작업을 중단했다.

◇ 대륙별 풀뿌리 환경운동가 1명 뽑는 골드먼 환경상

골드먼 환경상은 풀뿌리 환경운동가를 대상으로 매해 6개 대륙(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기타 도서국가)에서 각 한 명씩 뽑아 수여하는 상이다. 최근의 환경 이슈에 대해 세운 공적을 바탕으로 시상하며 수상자의 평생 공적에 대한 시상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5년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이 상을 받았다.

골드먼 환경상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수상자는 글로벌 환경단체 및 개인 그룹이 제출한 비밀 후보 중에서 국제 심사위원단이 정한다”고 밝혔다. 수상자는 1년에 한번 시상하는데, 선정된 사람들은 상금과 함께 청동으로 된 조각상을 받는다. 이 조각상은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을 표현했다. 자연의 재생 능력을 상징하는 의미다.

심사위원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전 대표, 왕가리 마타이 재단 회장, 코스타리카 전 환경부 장관, 인도네시아 생활환경포럼 설립자, 그리고 골드먼 재단 이사들이다. 참고로 왕가리 마타이는 케냐의 환경운동가이자 200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마타이 역시 1991년 골드먼 환경상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골드먼 수상자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생태계와 종을 보호하고, 파괴적인 개발 프로젝트와 싸우며,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환경 정책에 영향을 미치며, 환경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들은 홈페이지에서 “수상자는 종종 외딴 마을이나 저개발 도시의 국민으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큰 개인적 위험을 감수한다”라고 밝혔다.

골드먼 재단은 홈페이지 올해의 수상자 소개 페이지에서 네몬테 넨키모에 대해 “원주민 캠페인과 법적 소송을 주도해 500,000 에이커의 아마존 열대우림과 와오라니 영토를 석유 추출로부터 보호하는 법원 판결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넨키모의 리더십과 소송은 에콰도르 원주민 권리에 대한 법적 선례를 세웠으며 다른 부족들은 석유 추출로부터 열대 우림의 추가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행보를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또 다른 수상자들은 석탄 발전소 건설을 막은 가나의 에스겔, 일회용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수저·스티로폼 용기 등을 금지하도록 정부를 설득한 바하마의 앰브로스, 유전자 변형 대두 재배를 금지시킨 멕시코의 페치, 현지 3대 은행에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 자금 조달 중단 압력을 가한 프랑스의 핀슨, 그리고 카렌 원주민 고향 지대에 평화공원을 세워 생물 다양성 활동 확대에 나선 미얀마의 트와 등이 선정됐다.

골드먼 환경상 홈페이지에 게재된 수상자 6명의 모습. (www.goldmanprize.org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골드먼 환경상 홈페이지에 게재된 수상자 6명의 모습. (www.goldmanprize.org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슬로바키아 첫 여성대통령도 배출한 ‘환경노벨상’

골드먼 환경상에 대한 세상의 인식은 어떨까. 환경운동연합이 홈페이지 ‘국제연대 활동소식’난 등을 통해 소개한 바에 따르면, 이 상은 환경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 수여되며 ‘녹색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환경재단도 지난 12월 1일 블로그에 주요 환경 뉴스를 소개하면서 ‘환경 노벨상’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멸종위기 동물 전문매체 뉴스펭귄도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환경상 중 권위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상’이라고 소개했다.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의 면면은 과거에도 화려했다. 지난해 슬로바키아에서 첫 여성대통령이 당선됐다. 환경운동가 출신 변호사 주사나 카푸토바다. 카푸토바는 과거 불법 폐기물 매립 문제를 공론화하며 환경 관련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으로부터 매립 불허 판결을 받아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골드먼 환경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남아공 환경운동가 두 사람이 이 상을 받았다. 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러시아와의 거래를 통해 원자력발전소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저지했다. 이 둘은 에너지와 기후 관련 정책 결정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설립한 환경단체 ‘어스라이프’에서 2009년 처음 만났다. 수상자 중 한 명인 마코마 레칼라칼라는 해당 단체 활동을 시작할 때 유일한 흑인 여성 회원으로 유명했다.

환경상 수상자를 둘러싸고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다. 2018년 3월에 골드먼 수상자인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가 사망했는데, 밤에 집에 들이닥친 총격범에게 피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세레스는 온두라스의 유명 환경운동가인데, 남미 지역에서는 개발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이 범죄의 표적이 된 사례가 다수 있었다. 당시 한겨레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카세레스도 개발에 찬성하는 지역 지주 등에게 위협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 아시아지역 수상자, 국내서 ‘그린아시아포럼’ 활동 진행 중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들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다. 지난 2012년, 아시아 지역 골드먼 수상자 8명이 한국에 모여 기후재난에 공동 대응하는 ‘그린아시아포럼’을 만들었다. 한국 환경운동 30주년을 맞은 모임이다.

이들은 지난 2018년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아시아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당시 포럼에서는 “대기오염 사망자 700만명 중 500만명이 아시아인으로 그 비율이 70%에 달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2012년 골드먼 수상자였던 에드윈 가리궤즈는 포럼 연사로 나서 “끊임없는 자연 착취를 통한 영리추구, 성장 추구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포럼은 매년 개최된다. 아시아지역의 골드먼 수상자들이 모여 시작한 포럼이고 여전히 수상자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지만 수상자가 아닌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진행하지 못했다.

정태용 환경재단 사무처장은 “온라인 개최 여부를 검토했으나 아시아권 여러 나라가 온라인으로 모두 참여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내년 이후에는 다시 새로운 환경 주제를 가지고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재단에 따르면, 최열 이사장이 국내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골드먼 수상자다.

환경에 대한 인식과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풀뿌리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세계 곳곳의 민간 환경 운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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