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달걀 안전 핵심은 번호 아닌 품질과 위생”
동물자유연대 “안전 문제와 동물복지 문제는 달라”
스마트팜이지만 사육면적 A4용지보다 좁은 건 변하지 않아

마켓컬리 스마트팜 내부. (마켓컬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마켓컬리 스마트팜 내부. (마켓컬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친환경을 표방해온 마켓컬리가 지난해부터 비좁은 케이지에서 사육된 ‘4번 달걀’을 판매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복지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마켓컬리는 “달걀을 평가할 때 단순히 사육환경번호로 구분하기보다 실제 닭이 자라는 환경과 달걀의 위생, 품질 등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정부가 지난해 2월부터 계란생산정보 표기를 의무화하면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달걀 껍질에는 총 10자리의 숫자가 들어간다. 순서대로 산란일자 4자리, 생산자고유번호 5자리, 사육환경번호 1자리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마지막에 들어가는 사육환경번호다. 

사육환경번호는 사육방식에 따라서 1~4번으로 구성된다. 1번은 닭을 방목장에서 자유롭게 풀어서 키우는 방사, 2번은 케이지와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는 평사, 3번은 비교적 개선된 케이지로 마리당 면적이 0.075m2, 4번은 기존 케이지로 마리당 면적이 0.05m2를 뜻한다. 

A4용지 한 장이 0.062m2이니, A4용지보다도 좁은 공간인 4번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은 날개 한 번 뻗어보지 못하고 키워지는 셈이다. 통상 4번 케이지를 생각하면 비위생적이고 비좁은 닭장,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닭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마켓컬리는 케이지도 케이지 나름이라는 입장이다. 닭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에는 단순히 면적뿐 아니라 지내는 환경, 위생, 먹이 등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데 마켓컬리는 이를 개선했다는 것이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자사에서 판매하는 4번 달걀은 사육 면적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비위생적인 환경이 아니라 닭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환경에서 생산됐다. 내부 온도, 일조량, 습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농도 등을 체계적으로 조절해 과학적으로 설계한 스마트팜이 그 근거다. 덕분에 달걀 품질도 등급 중 최고 등급인 1+를 받았다는 것.  

마켓컬리는 측은 “1, 2번 동물복지 농장달걀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유통과정 등에서 쉽게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스마트팜의 달걀은 균일한 품질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4번 달걀이라 위험한 게 아니고 1, 2번 달걀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히려 자연방사 계란의 경우 외부 환경에 쉽게 노출되고 개체별 관리가 쉽지 않아 꼼꼼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질병 등에 취약할 수 있다”면서 “지난 2017년 살충제 달걀 사건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농가에 자연방목형 농가도 포함된 바 있다”는 점을 되짚었다. 

마켓컬리 스마트팜 내부. (마켓컬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마켓컬리 스마트팜 내부. (마켓컬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동물자유연대 “안전 문제와 동물복지 문제는 달라”

이와 관련해 그동안 마켓컬리 측에 ‘4번 달걀‘ 문제를 제기해 온 동물자유연대의 입장은 달랐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동물복지 농장에서는 닭이 모래목욕을 하며서 진드기를 털어내는데 밀집사육에서는 그러지 못해 살충제를 사용하는 등 안전성에서 더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서 “감염병 역시 밀집사육에서 짧은 시간 내 삽시간에 퍼지고 닭들의 면역력도 동물복지 농가보다 낮아서 항생제를 투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동물자유연대는 처음부터 4번 달걀의 품질이나 안전성을 문제삼은 게 아니라 닭의 복지적 관점에서 사육환경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마켓컬리가 관점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자사에서 판매하는 4번 달걀의 사육환경이 스마트팜이기 때문에 위생적이고 닭에게도 쾌적한 것처럼 소개하고 있는데 면적 자체가 좁은 건 그대로 아닌가”라고 지적하며 “좁은 면적이 동물복지를 해치는 것은 사실이며 4번 케이지가 스마트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라고 일침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마켓컬리가 안전이라는 말로 동물학대 요소를 덮으려는 것처럼 보여지고 ‘안전하니까 괜찮다’는 잘못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마켓컬리에서 판매 중인 달걀의 75%는 동물복지 제품이다. 마켓컬리는 동물복지 달걀 제품의 비중을 높여 판매하려 하고 있지만 생산 농장이 많지 않다 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다고 전했다. 

마켓컬리 측은 “위생적이면서도 저렴한 달걀을 찾는 고객 니즈가 있었고 이에 스마트팜에서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첨가하지 않고 식물성 단백질로 영양성분을 구성한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이 낳은 4번 달걀을 지난해 10월부터 판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케이지 프리, 즉 동물복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마켓컬리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달걀 상품 뿐만 아니라 각종 식품에 들어가는 달걀까지 개선하는 진정한 의미의 동물복지를 위해 향후 10년간 단계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은 소비자 선택이 될 수 없으므로 4번 달걀을 모두 케이지 프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마켓컬리가 애매하게 노력하겠다는 말 대신 구체적인 계획이 포함된 진정성 있는 선언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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