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위기의식 저조…선제적 대응책 마련 필요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고했다. (픽사베이 제공) 2018.6.8/그린포스트코리아
신흥국 경제위기에 따른 은행의 해외사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에 아세안지역과 중남미지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은행의 해외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신흥국이란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공업화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실현한 개발 도상국을 가리키지만 전문가들은 신흥국 경제위기 대상으로 아세안지역과 중남미지역, 아프리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신흥국은 보건과 경제가 나란히 취약해 단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주변 국가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세안 6개 국가(인도네이사·말레이이사·태국·필리핀·베트남·인도)는 국내 은행이 다수 진출해 있는 만큼 은행들의 해외사업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아세안지역과 멕시코 등에 주로 진출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3분기 해외법인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 30.8% 감소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지난27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은행들이 아세안 지역의 대내외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 아세안 지역의 은행산업 건전성이 자산운용(민간대출, NPL 수준)과 자금조달(예대비율, 대외의존도, 자본적정성) 부문 모두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건전성이 가장 취약했고, 인도의 3개월 이상 부실채권(NPL) 비율과 대외차입 규모도 우려 대상이다. 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의 민간신용 규모는 올해 GDP대비 각각 166.1%, 143%, 121.2%에 달했다. 인도의 NPL비율은 10.4%이며 필리핀과 베트남도 각각 5.5%, 5.2%로 기준치인 5%를 상회했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은 대출 규모 대비 예금규모도 저조했으며 외화비중 등의 대외의존도 또한 높았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잠재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그간 아세안 국가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해외 자국민 송금 및 가공무역 수출 수익 등이 코로나19 여파로 줄어들면서 민간대출 부실 우려가 증가했고, 아세안 중앙은행들의 큰 폭 금리인하로 대외금리차가 줄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자금유출도 늘었다. 

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등은 수출실적 감소로 지역 은행들의 영업도 위축 될 수 있으며 현지에 진출해있는 국내 은행들의 고금리 운용 혜택도 큰 폭으로 축소될 소지가 있다.

국내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경우 아세안 지역과 멕시코,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진행 중인 만큼 선제적인 대응책이 요구되고 있다.

은행별 신흥국 등의 해외법인 현황은 국민은행 △개인과 기업고객 대상 'KB캄보디아은행' △기업금융 지점 '국민은행 중국 유한공사' △ 소액민간대출 ' KB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법인' △예금수취·소액대출 캄보디아 'PRASAC Microfinance' △MSME·Retail 고객 대상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이슬람대출 인도네이사 'PT Bank Syariah Bukopin' △인도네시아 할부금융 및 부코핀은행 협력 기관 'PT Bukopin Finance'이 있다.

신한은행 △신한캄보디아은행 △신한카자흐스탄은행 △신한은행 중국 유한공사 △신한베트남은행 △멕시코신한은행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이 있으며 △신한인도파이낸스 △유한회사파이낸스 △미얀마 신한파이크로파이낸스 △SHINHAN SECURITIES VIETNAM(신한증권베트남)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법인 △신한자산운용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해있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캄보디아' WB파이낸스' 저축은행 △소액대출업 '우리파이낸스미얀마' △'우리웰스뱅크필리핀' 저축은행 △베트남우리은행이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은행 중국 유한공사 △멕시코 KEB하나은행 △심천 하나지분투자관리 유한공사 등이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신흥국 경제위기 타격이 비교적 저조한 캄보디아, 중국 등에 포진해 있어 해외법인 순익에 타격이 나타나지 않았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아세안지역에 집중돼있어 손실폭이 커졌다.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손익 감소에는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의 실적 감소가 견인차 역할을 했고, 우리은행도 미국과 홍콩,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실적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아세안지역을 포함한 신흥국 경제 리스크를 꾸준히 경고해왔다. 지난달 11일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건과 재정, 외화건전성이 취약한 이들 국가에 대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장과 송두한 NH투자증권연구소장도 “만일 신흥국에서 위기가 증폭되면 세계 국가로 전염되는 결과 초래”한다면서 “국내경제의 리스크를 미리 준비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 5월 8일 현대경제연구원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신흥국 경제리스크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도 모니터링 강화와 대비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우리은행에선 지역 특성에 따른 '2-Way 성장전략'을 추친해 신흥시장인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미얀마지역과 선진시장인 미국·영국·일본·홍콩·싱가폴·독일지역에서 각각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또 리스크 감소를 위해 우량기업과 리테일고객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IB역량 강화를 통해 우량 신디케이티드론 취급도 확대했다. 더불어 현지에 최적화된 디지털 플랫폼을 강화하고 비대면 상품도 늘리고 있다.

신한은행에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 환경 위축(외부요인)과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등 불가피한 내부 사유로 인해 영업 동력이 일부 위축되었고 전년 동기 대비 성과 미진으로 이어졌다"면서 "국가별 차별화 된 글로벌 전략을 고도화 할하고 점포별로 핵심 Biz 및 주력상품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현장 중심의 글로벌 경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Regional Head제도를 확대 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대다수 은행에선 여전히 외국은행 대비 신흥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아 높은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송두한 소장은 "이미 외국의 은행들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충당금을 10배 가까이 쌓아서 다가올 부실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그렇지 않은 금융기관들이 많다"면서 "아직은 지표상으로 어떤 NPL비율 등이 높지 않아 위기가 심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인데 핵심은 민간, 가계의 부실채권발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연체도 연장해주고 만기도 연장해주지만 부실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수준에 직면해 매우 높은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에 비해 우리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사전적인 관리차원에선 위험을 조기에 인식하고 대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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