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스물 여섯번째 사진은 잘못의 우열을 가리기 애매한, 버려진 일회용컵 사진들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 송파구의 한 지하철역 출구 앞에 버려진 쓰레기의 모습. (이한 기자 2020.11.24)/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송파구의 한 지하철역 출구 앞에 버려진 쓰레기의 모습. (이한 기자 2020.11.2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저녁, 서울의 한 지하철역 출구 앞이다. 반쯤 먹다 남긴 테이크아웃용 일회용컵과 빵봉지, 라벨을 제거하지 않은 PET병과 분리수거가 되지 않는 (내부가 코팅된) 종이컵이 출구 앞 횡단보도 옆에 가지런히 올라가 있다. 저걸 버린 사람은 몇 명일까. 한 사람이 쓰레기를 올려놓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마치 ‘깨진 유리창 법칙’처럼 그 위에 쓰레기를 놓아둔걸까. 커피를 먹다 버린 사람이면 최소한 ‘초딩’은 아닐텐데, 쓰레기 하나에 양심까지 내다 버렸단 말인가. 에라이, 나쁜 인간아.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은 자기 부모 앞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아니면 자녀 앞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또는, 혹시 ‘썸’을 타고 있다면 썸남이나 썸녀 앞에서도 아무데나 쓰레기를 흘리고 다닐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뻔뻔함과 무지의 극치요, 그럴 수 없는데 혼자 있을 때만 저런다면 부끄러움을 알면서도 부끄러움을 직접 행하는 비겁자다.

여기, 놀라운 사진 하나를 더 공개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담장에 일회용컵을 누군가 꼭 끼워뒀다. 바닥에 버리는 건 양심에 꺼려진걸까? 아니면 바닥에 버리려고 허리를 굽히는 것 조차 귀찮아서 자기 손높이에 맞게 끼워둔걸까. 저렇게 딱 맞춰 끼워 둘 정신으로 집에 가져가서 깨끗이 씻어 분리배출할 마음은 없었을까? 물론 없으니까 저렇게 버렸겠지만 그래도 좀 너무했다.

저 쓰레기의 원래 주인들은 보아라. 함부로 버려져 나뒹구는 저 폐기물이 바로 당신의 자아이자 인격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하긴, 알면 애초에 안 그랬겠지만 말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 꽂힌 쓰레기의 모습. (이한 기자 2020.11.27)/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 꽂힌 쓰레기의 모습. (이한 기자 2020.11.27)/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