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가 환경에 미치는 뜻밖의 영향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을테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여덟 번째 도전입니다. 쓸모 없어진 물건들을 다른사람에게 팔거나 그 사람 것과 바꿨습니다. [편집자 주]

당근마켓 제공
중고거래는 뜻밖의 환경적인 영향이 있다. 제품의 수명을 늘리고 생산과 유통과정을 줄이며, 그 과정에서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어서다. 사진은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의 환경보호 캠페인 모습. (당근마켓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집 근처 초등학교 정문, 그리고 동네 지하철역 출구 앞이 요즘 핫플레이스다. 가장 뜨거운 시간은 저녁 6시에서 8시 사이다. 휴대전화 화면을 유심히 보고 있거나 아니면 전화를 하던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본 다음 이내 무언가를 주고받는다. 만남이 불과 몇 초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스마트폰으로 플래시를 켜고 주고받은 물건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기도 한다. 이 사람이 타고 왔던 자전거를 저 사람이 타고 가는 경우도 있다. 당근마켓 직거래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싼 값에 팔면 어떨까?’ 이건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고전적인 가치다. 여기에 ‘필요한 물건이 있는데 새것을 사기에는 부담스럽네’라는 생각이 더해져 중고거래 시장이 생겼다. 2020년 만의 이슈가 아니다. 20여년 전 IMF시절에도 ‘아나바다’운동이 유행했으니까.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쓰자’던 4가지 원칙은 사실 친환경이나 에코 관련 개념으로 출발한 운동은 아니다. 필요한 물건을 싼값에 얻자는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출발이었다. 일찌감치 형성된 중고차 시장도, 우리 아버지 세대부터 존재하던 헌책방도 말하자면 그런 취지의 플랫폼이다.

그런데, ‘중고거래’가 가지고 있는 의외의 환경적인 영향이 있다. 제품의 수명을 늘리고 생산과 유통과정을 줄이며, 그 과정에서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어서다. 버려질 위기에 처한 물건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고 적당한 돈까지 생기니 판매자 입장에서도 일석이조다. ‘당근마켓’의 성장이 그 흐름을 탔다. 회원수가 1,851만명을 넘는 온라인 카페 ‘중고나라’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 새 주인 찾는 물건...버려지는 것들을 줄여라

기자는 버려지는 것을 줄이는 관점에서 중고거래에 참여해봤다. 십여년 가까이 사 모았던 여러 분야 책들을 알라딘 중고서점에 모두 내다 팔았다. ‘폐지’가 될 운명에 놓였던 먼지 쌓인 책들이 30만원 가까운 돈으로 바뀌었다. 양장본 제본 상태가 불량해진 책, 발행부수가 많아서인지 알라딘에서 많은 재고를 보유한 책을 제외하면 대부분 팔렸다. 1만 6800원짜리 책을 6100원에 되팔았고, 매장에서 확인해보니 그 책을 다른 소비자가 8900원에 사갔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1만 6800원짜리 책을 두권 파는게 이익일 수 있다. 하지만 탄소발자국 측면에서 보면 분명한 이익이다. 두 권 분량의 종이를 생산하고 책 두권을 인쇄, 제본해 각각 배송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절반의 자원을 가지고 두 사람이 모두 책을 볼 수 있게 됐으니까 말이다.

부팅 한번 하려면 3~4분은 훌쩍 걸리던 오래된 노트북을 4만원 주고 고쳐 13만원에 팔았다. 소형가전을 버리려면 번거로운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고, 제품에 사용된 소재와 부품들이 버려지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터인데 그 과정을 늦췄다. 46만원짜리 자전거를 20만원에 지인에게 넘긴 것도 같은 맥락에서 ‘환경적’이라고 느꼈다.

필요한 물건도 샀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굿즈 제품인데 판매자는 그 제품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며 거의 공짜수준의 가격에 넘기겠다고 했다. “그냥 버리느니 간식비나 벌겠다”라고도 말했다. 적은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얻을 수 있었고, 재활용 여부도 불투명한 플라스틱 굿즈가 버려지지 않다는 것도 마음에 끌렸다.

물건이 버려지지 않고 새 주인을 만나는 건 정말로 환경적인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고 답하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최근 성남시는 대형폐기물 모바일 수거 서비스 운영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민들이 대형 중고물품을 앱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손성립 성남시 환경보건국장은 “아직 사용할 수 있지만, 그냥 버려지던 품목들이 ‘중고매입’을 통해 재활용되고, 지역에서의 자원 재순환, 재활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유명한 당근마켓도 공식 블로그에서 환경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중고 휴대전화와 태양전지를 활용해 열대우림 불법벌목 감지장치를 만든 가디언 사례, 중고 의류나 캠핑용 텐트 등을 재활용해 옷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래코드 사례 등을 소개했다. 당근마켓은 해당 포스팅에서 “동네 이웃들과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포장에 필요한 포장재 사용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환경에 기여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따지고, 버릴 때는 자원순환을 고려해 제대로 된 방법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버리는 걸 줄이는거다. 나누고 바꾸고 다시쓰는 것의 환경적인 가치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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