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유예된 부실여신 규모 파악했어야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고했다. (픽사베이 제공) 2018.6.8/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통계가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은행권의 부실채권 착시효과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대출 증가에도 부실채권이 하락했다는 통계를 발표했지만 데이터에 부실 여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만큼 잠재된 위험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감독원이 전날 발표한 ‘9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잠정]’에 따르면 9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65%로 전분기말 대비 0.06%p하락했다. 부실채권은 14조1천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9천억원 줄었다.

당국이 발표한 통계로는 코로나19發 대출 증가에도 연체리스크 방어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해당 데이터에 실제 부실여신이 반영되지 않아 일시적인 ‘착시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3월까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적용하는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 와 내년 6월까지 개인채무자에 적용하는 원금 상환 유예 프로그램 ‘프리워크아웃’ 실행으로 실제 부실여신으로 분류돼야 할 채권들이 정상여신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7일부터 8월 28일까지 시중은행에서 집행한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출 실적은 54조7천억원이다. 지난 9월말이 만기였으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 3월 말로 만기 연장되거나 6월말로 유예됐다.

요주의여신이나,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될 일부 부실여신이 정상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당 여신이 통상적으로 대출 상환여력이 하락한 차주에게 실행됐다면 내년 3월과 6월 이후 만기연장이 끝나면 은행의 건전성지표가 급격히 악화 되고 충당금도 늘어날 수 있다.

만일 이에 따른 연체증가로 충당금이 전년도 순이익의 50%까지 확대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국민은행 1.7% △신한은행 1.8% △하나은행 1.6% △우리은행 1.5% 까지 상승하게 된다.

특히, 만기 연장 또는 상환 유예 조치된 여신들 중 부실여신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만기연장 등의 지원프로그램을 요구하면서 ‘정상 여신으로 분류된 잠재적 부실 여신’은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 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유예 조치 등은 해주더라도 한 번은 부실여신 등을 확인하고 넘어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박사는 “대출 증가율이 높아서 결국 대출이 분모가 되고 연체가 분자가 되는데 유예한 대출 채권에 대해 건전성 분류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어, 건전성 분류상 정상 여신으로 분류되고 있다”면서 “인위적인 착시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착시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줄곧 제기돼왔다. 지난달 나이스신용평가 또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통해 부실여신이 정상여신으로 분류되면서 발생하는 착시효과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총여신규모는 확대되는데 반해 부실여신 성장은 숫자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만일 만기연장 된 금융지원 대출 55조원이 모두 요주의여신으로 분류될 경우 시중은행의 평균 요주의여신 비율은 0.9%에서 1.4%로 상승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은행에서는 프리워크아웃 제도의 경우 이자유예가 아닌 원금 상환 유예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자유예는 한계기업이라 우려가 되지만 원금유예의 경우 기존에도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어 괜찮다”면서 “은행에선 부담일 수 있지만 기업이 살아야 은행도 유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은행 내부에선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대비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내년 3월과 6월이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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