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2.4% 문전수거 방식 채택
문전수거 방식으로 불법투기 및 쓰레기 혼재 등 문제 발생하기도
전문가들, 거점수거 방식 대안 될 수 없어…‘주민참여 활성화’ 중요

서울 시내에서 문전배출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시내에서 문전배출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미국 작가 에드워드 흄즈가 지은 ‘102톤의 물음’에서는 인류 최초의 쓰레기 위기가 등장한다. 뭔가 독특하고 대단한 사건일 것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쓰레기 무단 투기’가 그 발단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국가이자 최초의 민주주의 국가, 그리고 철학의 도시에서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다는 게 조금 의아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시민들이 창문이나 문으로 내던진 쓰레기는 골목, 인도 등을 점령하면서 인류 최초의 도시 쓰레기장이 생겨난다. 지금으로 따지면 최초의 ‘거점수거’ 방식일지도 모른다. 이와 함께 도시 경계 1.6㎢ 반경 내 쓰레기 투기를 금지하는 조치도 시행됐다.

그런데 2500여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고대 아테네인들이 겪었던 고민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채택 중인 ‘내 집 앞·내 점포 앞’ 쓰레기 배출, 즉 문전수거 방식에 따른 불법투기와 이와 관련된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 전국 82.4% 문전수거 방식 채택…제주 유일 거점수거 방식 100% 활용

환경부가 발표한 ‘2018년 쓰레기 종량제 현황’ 중 쓰레기 수거방법 및 주기를 살펴보면 생활폐기물 수거방식은 ‘문전수거’가 82.4%에 달했다. 생활폐기물을 문전수거로 수거하는 경우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2016년 1704만5000여가구(80.1%) △2017년 1772만5000여가구(82%) △2018년 1815만5000여가구(82.4%)로 증가했다. 반면, '거점수거'는 △2016년 423만1000여가구(19.9%) △2017년 389만1000여가구 △2018년 387만4000여가구(17.6%)로 감소했다.

광역자치단체별로 살펴보면 서울시의 경우 금천구 일부를 제외한 전체 가구 중 99.82%를 문전수거 방식으로 생활폐기물을 수집한다. 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세종은 모든 생활폐기물 수거에 문전수거를 채택했다. 이 밖에 △인천 94.47% △충북 89.75% △경기 86.58% △경남 78.76% △전북 60.86% △경북 51.29% △강원 43.67% △전남 41.64% △충남 34.80% 등으로 문건수거를 활용했으며, 유일하게 제주도만 100% 거점수거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문전수거 방식은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을 지정된 날짜에 대문 앞에 배출하면 이를 수거·운반하는 방법이다. 주로 단독 또는 다세대 주택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주민들이 쓰레기를 지정된 장소로 운반하거나 분리수거함 등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배출의 편의성이 높다. 또한 거주자 즉, 주민이 생활폐기물 배출자로 책임소재가 명확해 쓰레기 혼합 배출이나 종량제 봉투 미사용 등 위법사례 적발에 쉽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지자체에서 대부분 활용하는 문전수거 방식으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쓰레기 불법 투기나 주민들이 대로변 전봇대나 가로수처럼 암묵적 거점수거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재활용품의 경우 비닐 봉투나 박스를 이용해 버릴 경우 행인들이 종량제에 넣어 버려야할 쓰레기를 무단 투기해 쓰레기 종류가 혼합되는 경우가 잦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쓰레기 배출·처리에 관한 민원이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 거점수거 방식 택한다 해도 또 다른 문제 발생…주민참여 중요

대다수 자치구에서 문전수거 방식을 택한 서울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단독 또는 다세대 주택에 사는 이들은 문전배출 방식에서 파생된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직장인 A(32)씨는 퇴근 후 집으로 향하다가 어이없는 상황을 경험했다. 오후 7시경 한 여성이 종량제 봉투를 들고 골목을 빠져나와 자신의 집 앞에 놓고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심지어 이날은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도 아니었다.

#한 주택에 살고 있는 주부 B(35)씨는 쓰레기를 버리다 집주인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평소 쓰레기는 ‘내 집 앞’에 버렸지만 이를 발견한 집주인이 쓰레기는 대로변에 내놓아야 한다고 핀잔을 준 것이다. 그곳은 관례상 동네 주민 모두가 쓰레기를 버리는 전봇대였다. B씨는 찝찝함을 느끼며 그곳에 쓰레기를 버려야만 했다.

앞서 본 사례와 같이 단독 또는 다세대 주택은 종류별로 세분화된 쓰레기 공동수거함과 경비원이 상주해 있는 아파트와 달리 쓰레기 불법 투기, 암묵적 거점수거 문제가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점수거 방식을 채택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생활폐기물 수거 방법의 하나인 거점수거 방식은 일정 지역에 폐기물을 배출하는 형태다. 동네 빈 공간을 활용, 분리보관함(용기)을 설치하면 주민들이 수시로 생활폐기물을 배출하고 정기적으로 날짜에 수거해가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문전 수거보다 상대적으로 수거지점이 적어 수거·운반 작업이 용이하고 이른바 쓰레기 차량의 동선이 짧아져 효율적이다. 여기에 지정된 장소에 분리 배출함을 설치하다 보니 재활용품 분리 배출을 적절하게 유도할 수 있어 재활용률 제고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문전수거 방식이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배출장소 선정 문제다. 분리수거함 설치장소 및 쓰레기 배출장소를 지정하는 데 있어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으로 다수의 골목길과 주택이 밀집한 대도시의 경우 실현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각 지역별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가령 100% 거점수거 방식을 채택한 제주도(클린하우스)처럼 모든 지역에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수십 년 째 해결되지 않았던 문전배출 방식에 따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문전배출이든 거점수거이든 그 방식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문전배출이란 제도상의 허점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시민의식’의 부재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현재 쓰레기 불법투기나 암묵적 거점수거 형태가 발생하는 것은 문전배출 방식의 제도상 허점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현행 수거 시스템은 지자체가 쓰레기를 관리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제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점수거 방식이 잘 활용되는 제주도 같은 지역과 서울을 비교하긴 어렵다며”며 “서울은 거점수거를 하려 해도 공간이 없고 설치 시 주민들의 반대도 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이사장은 ‘시민의식’과 ‘주민참여 활성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각 지자체마다 관련 공무원이 1명 정도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관할지역 모두를 관리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며 “옴부즈맨 운용방식을 통해 주민들이 참여해서 그 주변을 관리하고 홍보·교육을 하는 역할을 줘 감시가 아닌 계도를 통한 주민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s032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