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환경’은 누구의 숙제인가
[기자수첩] ‘친환경’은 누구의 숙제인가
  • 이한 기자
  • 승인 2020.11.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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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기업?...친환경은 누가, 어떻게 실천하는가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다음주면 그린포스트에 입사한지 300일이 된다. 환경기자가 된지 300일이 됐다는 의미다. 매일 1건 이상씩 환경과 경제 관련 기획기사를 쓰면서 어느새 10개월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사이 라디오 방송국과 패션 매거진, 기업 사보제작팀에서 출연 요청 또는 원고 청탁을 받았다. 출판사 세 곳에서 환경 책을 써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왔고 최근에는 한 국제고 학생들이 환경 관련 탐구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연락해왔다.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관심 자체가 불편한 게 아니라 ‘나는 이제 겨우 300일차에 불과한데’ 하는 마음이다.

나는 환경 전문가가 아니다. 플라스틱 소재가 어떤 구조로 이뤄졌는지 모르고, 유기물이 공기 중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분해되는지도 모른다. 국내 자원순환 제도와 법규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떻게 다른지 모르고, 빙하가 녹아내린다는 남극이나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섬을 이뤘다는 태평양 한가운데 가본 적도 없다. 북극곰의 좁아진 터전도, 허리케인이나 극심한 가뭄이 기승을 부린다는 지역에도 직접 가보지 못했다.

다만, 환경에 관한 국내 여러 소식과 목소리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흥미롭게 전달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말하자면, 기자는 ‘초보 환경러’다. 그래서, 세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매우 적다. 거대 담론을 이끌거나 근본적인 혁신을 불러올 힘이 내게는 없다.

내 기사의 가치가 유난히 훌륭해서 환경 관련 콘텐츠 요청을 꾸준히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환경 관련 내용을 많이 다루는 건 그게 요즘 트렌드여서다. MZ세대의 윤리소비, 필환경 경향, 제로웨이스트와 동물권,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줄이기 등이 모두 요즘 유행처럼 인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기자가 자주 읽는 ‘다음카페 인기글’에서도 환경 관련 콘텐츠를 자주 볼 수 있다. 몇 년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진 추세다. 물론, 이런 유행 바람이라면 몇 번이고 불어도 좋다.

짚어볼 부분이 있다. 환경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실제로 환경이 좋아진 건 아니다. 사실 기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도 이 부분과 맞닿아 있다. 환경 문제를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적고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니 아직 초보자에 불과한 기자에게도 많은 요청이 쏟아지는 것 같다는 불편함이다.

실제로 1회용품 사용은 늘었고 플라스틱 쓰레기와 탄소배출은 줄지 않고 있다. 탄소 제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 쏟아지지만 어디까지나 ‘계획’에 불과하고 세부적인 액션 플랜이 구체적이지도 않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구야 미안해’라는 참회가 줄을 잇지만, 동네 골목 구석구석 여전히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가 나뒹군다. 문제가 뭘까? 소비자들이 인터넷 게시판에서만 짐짓 환경적인 척 하고 뒤로는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고 다녀서 그런걸까.

물론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더 환경적이어야 한다. 아무렇게나 버리지 말고 정해진 곳에, 깨끗이 닦고 잘 나눠서 버려야 한다. 중요한 얘기다. 그런데, 기자는 다른 곳에서 더 중요한 문제를 본다.

기자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속가능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그 내용을 가지고 기사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저마다 환경 관련 부서를 설치하고 탄소저감을 위해 노력하며 정부의 환경 관련 규제와 지침을 잘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종종, 보고서 제목과 이름을 지우고 보면 여러 기업 내용이 모두 천편일률적이라는 기분도 든다. 게다가, 환경 관련 규제와 지침을 지키는 건 ‘잘하는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 아닌가?

알고 있다. 기업들도 환경 관련 행보를 과거보다 넓히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발굴에 나서고 폐기물을 줄이고 산업부나 중기부가 아닌 환경부와 업무협약을 적극적으로 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행보가 여전히 부족하고 앞으로 더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와 산업계의 여러 업무협약 등에 대해 “자발적 협약은 규제 도입 전 기업의 적응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이행 수단으로 활용되어야지, 근본적인 대책이 되면 곤란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실제 자발적 협약을 알리는 행사가 언론에 노출된 이후 협약 이행 실적 및 제도 도입 여부 등을 확인해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러면 뭐가 필요할까.

환경운동가이자 파타고니아 설립자 이본 쉬나드는 자신의 저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경적인 면에서는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일만을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들을 향해 “환경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기존 법규를 교묘하게 피하도록 술수를 부리고 법들의 일부는 애초부터 기업이 제정에 관여했으며, 설상가상으로 법 규정을 완화시키기 위해 그들은 계속 노력한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그가 세운 회사의 본사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다. 하지만 저 얘기가 미국에만 적용될까?

이본 쉬나드는 “우리는 더 깊이 생각하고 나쁜 고리를 끊을 제품, 비슷하거나 동등한 물건으로 무한히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수명을 다한 제품에게 일어나는 일을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건 MZ세대 소비자나 플라스틱을 덜 버리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개인들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일회용품을 제대로 분리해 잘 씻어서 배출해야겠지만, 그 사람들이 사는 물건이 환경적이어야 한다. 기업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자신의 저서 <생명의 미래>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이 자연 최후의 보루”라고 밝혔다. 그는 인류가 스스로 만든 위기와 난관에 부딪혔다면서 21세기는 환경의 세기가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이 하나의 유행이 된 요즘 얘기일까?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런데, 15년 뒤에는 좀 나아질까?

국내 한 마케팅 컨설턴트는 최근 기자에게 “친환경이라고 말하면 다들 마음이 너그러워지는데, 실제로 누가 어떻게 친환경을 하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출판사 한 관계자는 “기업의 에코 마케팅에 사실 소비자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려는 소비자의 노력도 훌륭하지만, 기업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소비자들이 관심을 둬야 한다는 얘기로 기자는 이해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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