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 한전 그린본드 비판
“해외 석탄 투자 지속하면 한전 그린본드 신뢰 어려워”
한국전력 “2050년까지 모든 해외 석탄발전 사업 철수”

한국전력이 발행한 글로벌 그린본드에 모집액의 10배가 넘는 돈이 몰렸지만, ESG 투자를 이끄는 주요 기관들의 참여는 기대보다 적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전이 그린본드를 발행한 지 몇 주 뒤 해외 석탄사업 투자를 승인하는 등 '그린워싱'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전력이 발행한 글로벌 그린본드에 모집액의 10배가 넘는 돈이 몰렸지만, ESG 투자를 이끄는 주요 기관들의 참여는 기대보다 적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전이 그린본드를 발행한 지 몇 주 뒤 해외 석탄사업 투자를 승인하는 등 '그린워싱'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한국전력이 발행한 글로벌 그린본드에 모집액의 10배가 넘는 돈이 몰렸지만, ESG 투자를 이끄는 주요 기관들의 참여는 기대보다 적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전이 그린본드를 발행한 지 몇 주 뒤 해외 석탄사업 투자를 승인하는 등 '그린워싱'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ESG 경영을 위해 한국전력이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이를 두고 ‘모집액이 많이 몰렸지만 지속가능 투자를 중시하는 세계 주요 ESG 투자자의 신뢰는 얻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연구 브리핑에 언급된 주장이다.

그린본드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채권'의 일종이다. 여기서 조달된 자금은 환경개선과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등 친환경 사업 등에 사용해야 한다.

에너지 및 환경 관련 금융 이슈를 분석하는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최근 ‘한전 그린본드, ESG 시장 기대에 못 미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전 그린본드를 분석했다. 연구소는 “한전 그린본드에는 모집액(5억 달러)의 10배가 넘는 돈이 몰렸지만, ESG 투자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주요 기관들의 참여는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연구 내용은 기후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직인 기후미디어허브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 IEEFA, “해외 석탄투자 지속시 그린본드 신뢰 어렵다”

해당 연구소의 크리스티나 엔지 이해관계자 협력팀장은 “알 만한 주요 ESG 투자자들은 단순히 수익률과 투자 등급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전반적 전략과 거버넌스, 후속 조치를 면밀히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위와 같이 주장했다.

한전은 해외 석탄사업에 투자 관련 문제로 그간 세계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압박을 받아 왔다. 2020년 5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영국성공회 재무위원회 등 한전의 주요 해외 주주들은 한전에 공개적으로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면서, 보다 명확한 전략 노선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기후미디어허브에 따르면, 한전은 그린본드를 발행하고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은 지난 6월 30일 인도네시아의 자와 9, 10호기 투자를 확정했다. 지난 10월 5일에는 베트남의 붕앙 2호기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도 투자를 확정했다.

엔지 협력팀장은 이에 대해 “ESG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전이 해외 석탄 투자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한전이 발행한 그린본드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투자자들은 한쪽에서 신규 석탄사업을 추진하면서, 다른 쪽에서 ‘그린 프로젝트’를 내세우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 “주요 ESG 투자자, 여전히 한전 그린본드 외면”

해외 석탄 투자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한전은 지난 10월 28일 베트남 붕앙 2호기를 끝으로 해외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2050년까지 모든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또한 추진 중이던 석탄발전 사업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하거나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IEEFA 이에 대해 “석탄에 비해 탄소집약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는 해도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화석연료”라고 지적했다.

한전의 ‘그린본드 프레임워크(Green Bond Framework)’에 따르면, 한전은 “온실가스 저감 노력의 일환으로, 깨끗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생태계를 만드는 데 한전이 가진 자원을 집중”하는 것을 새로운 전략에 포함시켰다. 한국 정부는 최근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한전이 내세운 위 전략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약속과 맥을 같이 한다.

크리스티나 엔지 이해관계자 협력팀장도 “한전의 그린본드 발행은 얼핏 긍정적인 발걸음으로 보이고, 실제 채권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도 매우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는 ESG 투자가 급성장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고, IEEFA의 연구에 따르면 주요 ESG 투자자들은 여전히 한전의 그린본드를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지 협력팀장은 “은행, 보험사,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전통적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나 위험 관리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혹은 사업상의 필요에 의해 그린본드에 투자하는 것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는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그린본드의 수익률 등이 투자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에 반해 ESG를 중시하는 주요 투자자의 경우, 채권의 실사 과정에 대단히 엄격하며, 환경에 유해한 요소를 지닌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철저히 배제한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전력이 국내 에너지 기업 최초로 2년 연속 2000억원 규모의 원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출처 한국전력 블로그)/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전력은 저탄소·친환경 관련 행보를 꾸준히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11월 8일,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저탄소·친환경 중심으로 해외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한국전력 블로그 캡쳐,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한전, 투명성 확보 장치 마련해야”

그는 “친환경 투자자들은 ESG 투자에 있어 다양한 접근방식을 취하는데, ESG 기준을 진지하게 여기는 투자자는 기존 채권에 비해 다소 위험이 크거나 수익률이 낮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ESG 채권 발행 기업에 투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전을 비롯해, 보다 친환경적인 사업 모델을 추구하기로 결정한 기업들은 ESG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주장과 관련,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국장은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조달된 지금은 그린본드 발행목적에 맞게 쓰여야 하고, 이에 대한 3자 검증 등이 필요한데, 그린본드를 발행한 동종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한전의 그린본드는 투명성, 명확성이나, 모인 자금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검증 절차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한전이 그간 해외 석탄발전에 투자해온 만큼, 해외 ESG 투자자나 여러 기관 등에서는 그린본드 발행이 ‘그린워싱’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닐지 우려를 표명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전이 그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제3자 검증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친환경 행보를 실제로는 보이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환경 관련 내용을 홍보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 한국전력 “석탄발전소 조기 폐지, LNG 전환 등 발전인프라 개선”

한국전력은 저탄소·친환경 관련 행보를 꾸준히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11월 8일,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저탄소·친환경 중심으로 해외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당시 김종갑 한국전력 대표이사 사장은 보고서에서 “전력그룹사의 힘을 하나로 모아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친환경 기술개발을 위한 R&D에 더욱 집중하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투자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아가 에너지전환 추진에도 힘을 더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시 보고서에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력 전력그룹사는 국가 전환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58백만 톤 감축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전력그룹사 2030 온실가스 감축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30년 BAU 대비 47백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보고서는 “석탄발전소 조기 폐지, LNG 전환 등 발전 인프라 개선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제고, 봄철 가동 정지 등 친환경 발전믹스 강화를 통해 18백만 톤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추가 감축량 29백만 톤은 노후 석탄발전소 추가 폐지 등 자체 감축수단 확대(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 예정)와 국내 외부사업, 해외 CDM 사업 등을 통해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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