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리두기 단계별 1회용품 사용규제 적용방안 마련
일회용 대신 다회용 권하고 플라스틱 줄이기 나선 기업들
“포장재 줄여라”...버려지는 물건에 신경 쓰는 유통업계
대체 어려운 소재는 직접 개발...LG화학의 환경 혁신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여덟 번째 시리즈는 한번 쓰고 버리는, 깨끗하고 편리하지만 환경에는 부담을 주는 일회용품 입니다. [편집자 주]

LG화학 연구원들이 고흡습성 수지와 관련된 실험을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들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소재 줄이기 활동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연구원들이 고흡습성 수지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LG화학 제공,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정부와 기업도 관련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에 따른 일회용품 사용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제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버리는 것들을 줄이거나 소재를 대체하는 등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꾸준히 늘어나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규제 적용방안을 마련해 내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2.5단계까지도 다회용기 사용이 원칙이다.

환경부가 지난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거리두기 단계별 1회용품 사용규제 적용방안’을 보고했다. 중대본에서 논의한 바에 따르면, 환경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에 따라 각 단계별로 지자체가 적용할 1회용품 사용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달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거리두기 1단계에서는 개인컵·다회용컵 등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1회용품은 사용규제를 유지한다. 거리두기 1.5~2.5단계까지도 다회용기 사용이 원칙이다. 다만 소비자가 요구할 경우에는 1회용품 제공을 허용한다. 3단계로 격상되면 지자체장이 판단해 소비자 요구시 1회용품 제공을 허용하거나 1회용품 사용규제를 제외하는 등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지난 2월 23일,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식품접객업소 내 1회용품 사용규제를 지자체별 실정에 맞게 운용하도록 조치했. 이후 전국 지자체가 일률적으로 1회용품 사용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1회용 컵 사용이 크게 늘었다.

환경부는 “코로나 상황을 이유로 무조건 1회용품을 사용하기보다는 충분히 세척·소독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손 소독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1회용품 사용을 줄여달라”고 밝혔다.

◇ 일회용 대신 다회용품, 플라스틱 줄이기 나선 기업들

일회용품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식음료 업계와 유통기업 등은 일회용 제품과 포장재를 줄이고 IT기업과 제약바이오 업계 등에서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하거나 일회용품을 줄이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최근 사례부터 보자. 스타벅스는 환경재단과 함께 다회용품 사용 실천을 공유하는 ‘친환경 다짐 챌린지’를 진행했다. 지난 10월 8일부터 10월 20일까지 진행한 이 캠페인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품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나 4월 환경재단과 함께 일회용품을 환경적 가치가 높은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새활용 프로젝트도 진행한 바 있다.

스타벅스는 종이빨대를 도입하고 비닐포장을 친환경소재 PLA재질로 바꾸는 등 다양한 환경 관련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소모품이나 플라스틱 텀블러 등에 관해서도 지속적으로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장 내 사용되는 다양한 소모품 역시 편의성과 안전성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적합한 대체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 9월 24일, ‘플라스틱 제로(Plastic-Zero)’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내카페 플라스틱 제로, 사내 플라스틱 제로, 생활 속 플라스틱 제로 3단계로 나눠 순차적으로 실시된다.

사내 카페에서 사용중인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개인용 머그컵 및 텀블러 사용을 의무화한다. 캠페인을 통해 지난해 사내카페에서 사용된 45만개 가량의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내에서는 개인별 쓰레기통 사용을 금지하고 종이컵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한다. 이와 더불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원순환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한종현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은 당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나가 동아쏘시오그룹에 친환경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자발적 협약’을 통해 동아제약 제품 179개 중 89.4%에 해당하는 160개 제품의 포장재·재질구조를 개선하고 2019년 유색 페트병 출고량은 2018년 대비 약 95% 줄였다. 지난 7월부터는 약국에 공급하던 비닐봉투를 친환경 종이봉투로 바꿨다.

스타벅스와 환경재단이 다회용품 사용 실천을 공유하는 ‘친환경 다짐 챌린지’를 진행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품 사용을 권장한다는 취지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스타벅스는 환경재단과 함께 다회용품 사용 실천을 공유하는 ‘친환경 다짐 챌린지’를 진행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포장재 줄여라”...버려지는 물건에 신경 쓰는 유통업계

유통업계에서도 포장재를 줄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지에서도 관련 내용을 모아 한 차례 소개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은 식품 전문 온라인몰 ‘투홈’에서 포장재 사용을 줄인 ‘투홈 박스’ 서비스를 진행했다. 상온·냉장·냉동 상품 모두를 재생 종이 박스 하나에 포장하는 ‘원박스 포장’을 통해 포장재를 줄였다. 종이봉투와 종이박스, 종이테이프, 에어파우치 얼린 생수 등을 활용해 재활용 가능성을 높인 것도 주목할 만 하다.

SSG닷컴은 새벽배송에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보랭 가방 ‘알비백’을 도입했다. 알비백의 재사용률은 지난 7월 기준 95% 달했다. 주문 고객 10명 중 9명 이상이 다음 주문 때 기존 가방을 문 앞에 내놓았다는 의미다. SSG닷컴은 회수 1건당 500원의 적립금도 제공했다. SSG닷컴은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알비백을 통해 일회용품 1080만 개를 절감했다.

마켓컬리는 오는 2021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샛별배송 냉동 제품 포장 스티로폼 박스도 친환경 종이박스로 바꿨다. 마켓컬리는 이를 통해 750톤의 비닐과 2130톤의 스티로폼의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쿠팡도 재활용되는 보냉백 ‘로켓프레시 에코’를 도입하는 등 포장재 관련 폐기물 줄이기에 나섰다.

홈쇼핑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현대홈쇼핑과 CJ오쇼핑은 배송 상자에서 테이프를 없앴고 롯데홈쇼핑은 식물성 원료로 만든 친환경 비닐 포장재를 도입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해당 포장재는 석유를 주요 원료로 사용한 기존 합성수지 재질보다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이 적다.

◇ 대체 어려운 소재는 직접 개발...LG화학의 환경 혁신

소재를 단순히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개발에 나선 사례도 있다. LG화학은 지난 10월 “세계 최초로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 구현이 가능한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LG화학이 개발한 신소재는 옥수수 성분 포도당 및 폐글리세롤을 활용한 바이오 함량 100% 생분해성 소재다. LG화학은 “단일 소재로는 PP(폴리프로필렌) 등의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과 투명성을 구현할 수 있는 전세계 유일한 소재”라고 밝혔다.

LG화학에 따르면 기존 생분해성 소재의 경우 물성 및 유연성 강화를 위해 다른 플라스틱 소재나 첨가제를 섞어야 해 공급 업체별로 물성과 가격이 달라지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 생분해성 신소재는 단일 소재로 고객이 원하는 품질과 용도별 물성을 갖출 수 있다.

기존 생분해성 수지의 경우 혼합 소재의 특성상 불투명한 포장재 제품 등으로 활용돼 왔다. 최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생분해성 소재 수요가 늘고있는 비닐봉투, 에어캡 완충재, 일회용 컵, 발포 제품 및 마스크 부직포 등의 다양한 분야로도 확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시 LG화학 CTO 노기수 사장은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00%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독자기술로 생분해성 원천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소재 분야에 연구개발을 집중해 자원 선순환 및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정부와 기업들도 버려지는 것들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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