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코로나19 백신 낙관주의를 경고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증가하면서 코로나 블루(blue)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정확한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로 인한 감염의 불안과 공포, 멈춘 일상과 거리두기 및 경제적 타격에 따른 우울감 등으로 지속해서 나쁜 소식을 접하면서 오는 우울감 등을 말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는 소식에 일상으로 돌아갈 희망을 품은 것도 잠시. 잠잠해지던 확산세가 연일 거세지고, 사흘 연속 300명대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3차 유행’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증가하면서 코로나 블루(blue)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정확한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로 인한 감염의 불안과 공포, 멈춘 일상과 거리두기 및 경제적 타격에 따른 우울감 등으로 지속해서 나쁜 소식을 접하면서 오는 우울감 등을 말한다.

◇ 코로나 겪으면서 항우울제 처방량 급증

식약처가 ‘졸피뎀’과 ‘프로포폴’의 안전한 사용과 오남용 방지를 위해 지난달 31일 개최한 제2차 ‘마약류안전관리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안전사용기준을 마련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항불안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작년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올해 항불안제 처방환자는 월평균 89만 명으로 지난해 71만 명보다 월평균 18만 명이나 늘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 블루의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국 익스프레스 스크립트(Express Scripts)의 보고서에 따르면, 불안 증세로 인한 항우울제 처방은 2월 중순에서 3월 중순 사이에 34.1% 증가했다. 이는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는 자택 대피령이 시작된 시기와 겹친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항불안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작년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올해 항불안제 처방환자는 월평균 89만 명으로 지난해 71만 명보다 월평균 18만 명이나 늘었다. 2018년 월평균 74만 명과 비교했을 때도 급증한 수치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항불안제를 처방받은 사람은 총 1980만 명에 달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불안 장애 상담 건수는 작년 상반기보다 44.8%나 늘어났다. 서울시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서울시민 10명 중 4명이 정신적인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블루가 곧바로 우울증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울감을 느끼는 기간이 오래 지속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울증은 생명과 직결될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우울증을 겪으면서도 치료를 받는 비율은 매우 적다. 항우울제를 비롯해 우울증 치료율이 낮은 것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약 15.3%로 미국이나 뉴질랜드가 약 40%인 것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게다가 국내에서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는 환자는 전체에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은 OECD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 OECD 기준인구로 치환한 표준화 자살률을 보면, OECD 평균 자살률인 11.3명보다 2배 이상 높은 24.6명을 기록했다. 한국은 2003년부터 2019년까지 2017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OECD 국가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6개월간 하루 평균 37.8명이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간 총 1만3799명이 자살했고, 자살률(10만 명당 자살 사망자)은 26.9명이었다. 우울증은 초기 치료 시 완치율이 2개월 이내에 70~80%에 달하지만, 우울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치료 시기를 놓쳐 자살로 될 때까지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 항우울제, 어떤 약일까?

뇌
우울증은 뇌의 신경섬유 사이(시냅스)를 연결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세로토닌·도파민 등이 부족하면 나타나는 엄연한 질병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되는 우울증. 하지만 우리 사회는 우울증을 하나의 질병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자살 사고나 충동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며, 우울증을 잘 조절한다면 자살률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울증은 뇌의 신경섬유 사이(시냅스)를 연결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세로토닌·도파민 등이 부족하면 나타나는 엄연한 질병이다.

항우울제는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이 뇌의 신경섬유로 재흡수돼 감소하는 것을 막는다. 즉,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조절해 우울증을 완화하는 기전이다. 

항우울제는 작용기전에 따라 삼환계항우울제(TCAs), 모노아민산화효소저해제(MAOIs),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s),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SNRIs) 등이 있다. 이 중 TCA, MAOI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SSRI는 세로토닌, SNRIs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활성을 증가시킨다. 

항우울제는 우울증 치료 시 약 2~3주간 최소 유효용량을 유지한 다음, 환자의 치료반응인 내약성에 기반해 용량을 서서히 증가시킨다. SSRI 등 1차 선택 약제로 치료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확률은 약 50%다. 만약 6주간 항우울제를 투여해도 효과가 미미하면 약물을 추가하거나, 변경하기도 한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급성기 이후 평균 6~9개월 이상 지속해서 복용해야 한다. 재발 우려가 높은 환자는 1~2년 이상의 유지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항우울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에 증상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선 안 된다. 최소한 투약 후 1주일 이상 대개 2∼4주가 지나야 항우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갑자기 복용을 중단하면 우울증 재발이나 금단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항우울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체중이 급작스레 느는 것이다. 2012년 대한 조현병 학회지에 실린 ‘만성 조현병 환자에서 12주 체중 관리 프로그램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항정신병 약물이 체중 증가에 미치는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식욕 증가나 구갈 감소를 위해 섭취한 고칼로리 음료, 과프로락틴혈증에 의한 인슐린 감수성의 변화, 성샘과 부신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불균형 등이 비만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FDA는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우울증 악화나 자살행동에 대한 신호가 있는지 모니터할 것을 권고하고 이후 소아·청소년에서 우울증 악화나 자살 행동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따라서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환자 주위 사람들은 주의 깊게 관찰하고, 특히 치료 초기 단계 또는 용량을 변경하였을 때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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