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인 제품에 관심 많은 녹색 소비자
가성비에만 몰두하지 않고 가치소비에도 관심
생산과 유통 과정 전반에 걸친 환경 영향 고려
소비자 82.2% “지속가능한 용품 구매 의향 있다”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열 여섯 번째 순서는 환경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소비하려는 ‘그린슈머’입니다. [편집자 주]

마린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제품. (SK이노베이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의 가성비만 따지는 게 아니라 소재나 유통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마린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제품. (SK이노베이션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그린슈머는 녹색(Gree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녹색소비자’로 흔히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가성비만 따지는 게 아니라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소비한다는 의미다. 제품의 용도뿐만 아니라 사용된 소재, 생산과 유통과정 등을 꼼꼼하게 따져 소비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포털사이트 지식백과에서는 그린슈머에 대해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시사상식사전)’라고 정의하거나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의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자(두산백과)’라고 정의한다. 지식백과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에서 그런 경향이 생겼고, 이런 관심이 의류와 생활용품 등 여러 산업으로 옮겨가면서 친환경 산업이 세계적 추세가 되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환경부 환경용어사전에 ‘그린슈머’라는 단어가 따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다. 대신 환경부는 녹색소비자운동(그린 컨슈머리즘)을 소개하면서 이 단어를 인용한다. 환경부는 이 운동을 “기업이 환경을 고려한 상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한 소비, 투자, 홍보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녹색소비자(그린 컨슈머)들은 환경문제에 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소비행위를 통해 환경보전을 추구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이들은 제조, 판매, 유통, 소비의 각 분야에서 환경적 시각에서 일일이 점검 한다”고 설명한다. 녹색소비자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은 기업과 소비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가성비에 집중하던 소비자, 가치소비에 눈 뜨기 시작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건 가격이다. ‘얼마나 저렴하냐’ 우선순위인 경우가 많고 가장 중시하는 가치 중 하나도 바로 가성비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다 그런 건 아니다.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구매하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다.

식물성고기 언리미트를 판매하는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는 지난해 기자에게 “가격을 뛰어넘는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제품이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면 소비자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공감한다”면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폐기 처리되는 음식물이 줄어든다거나 여러 가지 사회적 가치를 담으면 소비자가 더욱 공감한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민 대표는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이 어떤 시도를 했는지도 중요하게 본다”라고 말하면서 “소비자에게 이 제품이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답도 줘야 한다. 그런 부분을 충분히 납득하면 소비자도 가치 소비에 대한 충성도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포장재를 줄이는 게 좋겠다고 건의하면서 제품을 개별포장하지 말고 묶어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혹시 식물성고기라는 제품의 특성상 환경에 관심 많은 별난 소비자들이 모인걸까. 그렇지 않다. 이런 경향은 다른 제품에서도 관찰된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 말고 환경적이나 사회적인 가치에 주목한 사례는 이미 많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월 화제가 됐던 매일유업 빨대다. 한 소비자가 매일유업에 편지와 함께 자신이 마신 음료에 붙어있던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돌려보냈다. 일회용 빨대가 없어도 된다는 메시지였다.

당시 매일유업 임원이 자필로 답장을 보낸 사실이 온라인 등에서 화제가 됐다. 매일유업은 친필 편지에서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음용하기 편리한 구조의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포장재 개발과 함께 빨대 제공에 대한 합리적인 방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일유업은 내부 검토를 거쳐 '엔요100'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6월부터 빨대 없이 생산하고 있다. 액상발효유 중 유일하게 개별 빨대를 부착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제품이어서 의미 있는 행보다. 언론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면, 매일유업은 '엔요100' 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함으로써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44톤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불편하다’는 의견도 접수됐지만, 한편에서는 소비자의 환경적인 요구에 기업이 응답한 사례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생산과 유통 과정 전반에 걸쳐 환경적인 영향 고려

환경 관련 트렌드가 소비와 마케팅 분야에서 주목 받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이 새활용을 뜻하는 업사이클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졌고 쓰레기를 줄이자는 목소리는 제로웨이스트라는 트렌드와 연결됐다. 최근에는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이 트렌드라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필(必)환경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등이 집필한 저서 <트렌드코리아 2019>에 등장한 개념이다. 책은 ‘필환경 시대’ 카테고리를 통해 “그동안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하면 좋은 것 혹은 자신의 개념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2019년을 강타했던 키워드로서 필환경 개념을 설명하면서, 배송 서비스의 새로운 강자 마켓컬리 사례를 예로 들었다. 2018년 기준 마켓컬리는 직원 급여로 74억원을 지출했는데 포장비 지출은 177억원에 달했다.

당시 책에서는 “이는 단순한 비용 구조의 문제만은 아니었다”라고 지적하면서 “제품을 신선하게 배송하기 위한 포장재, 완충재, 냉매 등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마켓컬리는 소포장과 테이프 등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로 바꾸고 껏을 다음 배송때 회수해 재활용하는 올 페이퍼 챌린지 계획을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트렌드 코리아는 이 변화가 과거 소비자들은 배송이 얼마나 신선하게 이뤄졌는지를 중요하게 여겼을 뿐, 환경 영향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경향에 변화가 생겼다고 짚었다. 가성비와 꿀팁만 추구하는 컨슈머가 아니라 사용하는 제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 전반에 걸쳐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하는 ‘그린슈머’의 영향력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폐기되는 자동차 시트가죽 업사이클링한 친환경 의상 제작.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폐기되는 자동차 시트가죽 업사이클링한 친환경 의상 (현대자동차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소비자 82.2% “지속가능한 용품 구매 의향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 소비자들은 얼마나 그린슈머일까. 지난 6월 한국피앤지와 자원순환사회연대가 국내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 행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95% 이상이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5.5%가 “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81.6%의 응답자는 “환경문제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추구하는 생활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답했다. 당시 한국피앤지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더 이상 실천하면 좋은 행동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린슈머가 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전체 응답자의 82.2%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다만, 이들 중 실제로 지난 3개월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한 응답자는 25.5%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응답자의 73.3%는 “제품을 구입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편의성을 포기하더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답했으나, 실제 포장이 간소하거나 제조에서 폐기까지 자원이 절약되는 농축 제품을 의식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인원은 10.9%정도였다.

당시 조사결과를 두고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환경은 소비자의 실천, 기업의 자발적 노력, 그리고 정부의 정책 정비 이 세 측면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균형 잡힌 참여가 동반돼야 한다”라며, “특히 미래 세대를 위해 불필요한 생활 폐기물을 줄이는 재포장 금지와 같은 규칙은 제조, 유통 및 판매 업체와 정부, 시민사회가 적극 참여해서 이루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케팅 트렌드는 소비 시장을 이끄는 면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환경 관련 이슈가 기업들에게서 자꾸 등장하는건 그 내용이 소비자의 마음을 자극한다는 걸 기업들도 이미 알고 있다는 의미다. 윤리적인 소비와 가치 소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2020년대 소비자들이 이제는 환경으로 그 관심을 옮기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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