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이상 거래건수 올해 1월 46건에서 10월 204건 ‘껑충’
‘10억 클럽’ 진입 목전 아파트도 줄줄이 포진

최근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중 10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중 10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과거 서울 일부 지역과 대형 면적에 국한됐던 고가 아파트가 이제는 지역, 면적과 관계없이 범위가 넓어지는 모양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 아파트가 10억원 이상에 속속 거래되면서 전국이 ‘억 소리’ 나는 시대에 도래했다.

고가 아파트란 일반적으로 9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의미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 등 자금 여력이 부족한 수요층에 인기가 많았던 서남부(금천·관악·구로)와 동북권(노원·도봉·강북)이 10억원 아파트 시대를 맞이했다. 이들 6개 지역은 2016년 10억원 이상 거래비중이 0%였으나 올해에는 거래가격이 10억원인 아파트가 동시에 출현해 서울의 ‘억 소리’ 나는 시대를 방증했다. 즉, 과거처럼 9억원 이상 아파트가 고가 아파트라는 공식은 이미 서울에선 무너진 셈이다.

◇ 非서울 전용 84㎡ 아파트 10억원 이상 거래건수 급증…1월 46건→10월 204건

이러한 현상은 서울뿐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을 제외한 경기와 부산, 대구, 울산, 세종 등에서 전용 84㎡ 아파트가 10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10억원을 넘어 15억원을 돌파한 아파트도 더러 볼 수 있을 정도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거래된 10억 이상 전용 84㎡ 아파트 거래건수는 총 46건이었다. 구체적으로 △경기 43건 △부산 1건 △대구 2건 등이었다. 하지만 올해 10월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10억원 이상에 거래된 아파트 건수는 총 204건으로 급증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118건으로 75건이 증가했고 이어 △부산 64건(63건↑) △대구 15건(13건↑) △대전 3건(3건↑) △울산 3건(3건↑) △세종 1건(1건↑) 순이었다.

해당 현상은 전국의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 같은 통계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10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월 123.4에서 지난달 132.4로 9p 상승했다. 7월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멈추고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보면 후자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수도권은 9월 123.7에서 지난달 129.9로 6.2p 오른 반면, 비수도권은 9월 122.9에서 지난달 135.0으로 집계돼 무려 전월 대비 12.1p가 올랐다.

非서울 1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건수. (그래픽 최진모 기자, 출처 리얼투데이)/그린포스트코리아
非서울 1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건수. (그래픽 최진모 기자, 출처 리얼투데이)/그린포스트코리아

◇ 非서울, 아파트 10억 클럽 진입 줄줄이 대기 

非서울 국민주택 규모 전용 84㎡ 중 10억원 이상에 거래된 아파트가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과 근접한 경기도를 제외하고 부산과 대구가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올해 10월 아파트가 10억원 이상에 거래된 곳 중에는 ‘15억 클럽’을 향해가거나 ‘10억 클럽’ 진입을 목전에 둔 아파트들도 다수 포진해 있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부산의 전용 84㎡ 규모 아파트 중 가장 비싼 곳은 ‘삼익비치타운’으로 나타났는데, 해당 아파트는 지난달 15억원을 돌파했고 이달 15억2700만원으로 거래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 10억원을 돌파한 후 1년도 안 돼 52.7% 상승한 것이다. 1979년 입주한 삼익비치타운은 총 3060가구로 부산 최대 규모의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조건부 재건축 승인이 이뤄졌으며 바다 바로 앞에 있어 이른바 ‘오션뷰’를 확보한 단지인 만큼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해운대구 아파트 단지들도 속속 10억원을 돌파,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억원을 돌파한 ‘해운대자이2차’는 지난달 13억5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해운대자이1단지'는 이달 13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7월 10억원을 돌파한 ‘대우마리나1차’도 10월 1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대구의 경우 ‘대구의 대치동’이라 일컬어지는 수성구 범어동의 아파트들이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전용 84㎡ 규모 중 1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는 모두 16곳인데 이중 명문학군이 밀집된 범어동 아파트가 무려 12곳을 차지했다. 

대구의 84㎡ 아파트 중 가장 비싼 곳은 ‘빌리브범어’로 지난달 15억35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 경신은 물론, 8월 15억원 돌파 후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동에 있는 ‘범어센트레빌’은 9월 14억6500만원을 기록해 15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범어효성해링턴플레이스’ 13억9500만원(10월) △'범어라온프라이빗2차' 12억8000만원(9월) △'범어롯데캐슬' 12억1000만원(9월)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전국 시·도 가운데 아파트값 상승률 1위를 차지했던 세종시 역시 11억에 거래된 아파트가 또다시 등장했다. 올해 7월 ‘새뜸11단지 더샵 힐스테이트’가 11억원에 거래된 데 이어 이달 ‘새뜸13단지 트리쉐이드’도 같은 가격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세종시 다정동에 있는 ‘더하이스트(가온마을10단지)’는 지난달 10억1000만원에 최고가 경신과 함께 10억 클럽에 입성했으며 △‘새뜸3단지 캐슬앤파밀리에’ △‘새뜸5단지 아이파크메이저시티’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 △‘수루배3단지 리슈빌 수자인’ 등이 9억원을 상회하는 가격에 거래돼 10억원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非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이 어느 정도 당연한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 아니라 10억원 이상으로 거래된 지역은 저마다 해당 지역의 핵심요지이자 부동산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시장 흐름이 더해져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리얼투데이 최신영 본부장은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많아진 가운데, 여러 주택을 모두 보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선호다 보니 가격이 많이 상승한 부분도 있다”며 “지방에서도 미래가치가 높은 단지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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