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버렸으니까...누군가 치울테니까?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스물 세번째 사진은 쓰레기로 읽어보는 ‘깨진 유리창 법칙’입니다. [편집자 주]

'남들도 버렸으니까, 정돈되지 않은 곳이니까 나도 여기 쓰레기를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생각조차 없는 사람들은 유치원을 다녔을까? (이한 기자 2020.10.13)/그린포스트코리아
'남들도 버렸으니까, 정돈되지 않은 곳이니까 나도 여기 쓰레기를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생각조차 없는 사람들은 유치원을 다녔을까? (이한 기자 2020.10.1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남의 집 유리를 함부로 깨트리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유리가 깨진 채 방치된 집이 있다면 왠지 ‘옆에 있는 유리창을 깨트려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도덕적인 해이 상태에 빠진다. 정말로 그럴까?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말하는 ‘깨진 유리창 법칙’이다. 잘 보이는 곳의 깨끗한 벽에는 낙서를 하지 않지만, 골목길 후미진 곳에 온갖 낙서가 되어있는 벽이라면 왠지 내가 낙서를 해도 될 것 같다는 심리다.

여기 철거 공사를 앞둔 건물이 있다. 살던 이들이 모두 떠난 건물에는 그들이 버리고 간 흔적일부만 쓰레기로 남았다. 그런데 건물 앞에 버려진 쓰레기의 양은 계속 늘어났다. 철거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며칠의 공백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길을 오가던 사람들이 사람 키만한 펜스 너머로 이것저것 던지기 시작해서다. 보다 못한 공사 관계자가 며칠만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적어놓았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금지한다’라니 이 얼마나 이상한 얘기인가. 무단 투기는 굳이 누가 나서서 금지하지 않아도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다. 남들도 버렸으니까, 내가 버려도 티가 안 나니까, 어차피 공사하는 사람들이 치울테니까 저기다 쓰레기를 버린걸까? 만약 그런 마음이라면 정말 못 났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말이 있다. 철거될 건물 앞에 쓰레기를 던진 사람은 유치원을 다닌걸까?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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