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감정 기대 매출 반등했지만 평판은 ‘악화’
소비자 불만사항 해결 없이 세일만 반복
소비자 “1+1 덫 놓고 소비자 우롱”

신성통상 탑텐이 1+1 행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탑텐몰은 12일부터 닷새간 ‘블랙 팸세일’ 이벤트에 돌입했다. 연이은 세일 속에서 고객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신성통상 탑텐이 1+1 행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탑텐몰은 12일부터 닷새간 ‘블랙 팸세일’ 이벤트에 돌입했다. 연이은 세일 속에서 고객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신성통상 탑텐이 1+1 행사인 ‘텐텐데이’가 끝나기 무섭게 ‘탑텐 행복제’ 1, 2탄을 이어나가고 있다. 역시 1+1 행사의 형태다. 

탑텐몰에서는 여기에 더해 12일부터 닷새간 ‘블랙 팸세일’ 이벤트에 돌입했다. 들여다보면 거의 쉬는 기간 없이 이름만 바꿔 할인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탑텐몰은 할인 행사 때마다 배송 문제와 1+1 기획상품 부분 발송 및 환불 문제로 소비자의 원성이 자자했다. 연이은 세일 속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제대로 반영되고 있을까?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쪽에 힘이 들어간다. 아직 지난달에 진행한 텐텐데이 행사 상품에 대한 환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몇 차례나 불만사항을 제기했음에도 개선은커녕 또다른 세일만 이어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탑텐몰은 이와 관련해 일단 소비자 불만사항을 파악해 반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탑텐몰 관계자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고 환불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등 소통에 있어서 소비자 불만이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관련해 환불 문의가 가능하도록 12일부터 1:1 문의 게시판을 다시 오픈해 접수를 받고 있으며 원활한 처리를 위해 전문 인력을 따로 충원해 빠르면 다음주 초 정도면 미처리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기대 매출 반등

탑텐몰이 대책 마련 없이 세일 행사만 숨가쁘게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탑텐이 SPA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 말, 일본발 무역 보복 규제에 대한 반발로 국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NO JAPAN)’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소비자들은 유니클로, 아사히 맥주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제품들을 불매하며 단합했다.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으로 맥없이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신성통상의 탑텐이 한국형 SPA로 새롭게 주목받았다.

실제 탑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성통상은 지난해 매출이 크게 오르면서 올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패션기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 속에서 의기양양하게 1조원 클럽에 입성한 것이다. 

6월 결산법인인 신성통상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조272억원, 영업이익 398억원, 순이익 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 8.5% 증가, 영업이익 2.5% 감소, 순이익 40% 증가한 수치다. 이는 2019년 7월 1일부터 2020연 6월 30일까지의 2019 회계연도 기준으로 반일운동에 따른 반사이익이 그대로 반영된 수치다.

신성통상은 해당 사업보고서를 통해 “매출 1조272억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다소 감소했지만 전년도 해외법인 부실 정리 등으로 오히려 당기 순이익은 전년대비 40% 증가한 73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신성통상은 90년대 초부터 패션부문에 진출해 현재 올젠, 지오지아, 앤드지, 에디션앤드지, 탑텐 등 패션 브랜드를 영위하고 있다. 탑텐은 신성통상이 2012년 5월 ‘초저가’를 내세운 한국형 SPA로 론칭한 브랜드로 올해 6월 기준 367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번 1조 매출 견인에 큰 힘을 보탠 브랜드는 단연 탑텐으로 꼽힌다. 신성통상에 확인 결과, 신성통상 전체 매출에서 탑텐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하고 그 가운데에서 탑텐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이른다. 

토종브랜드 탑텐이 내수시장에서 선전하는 동안 유니클로는 매출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클로는 서울 강남점을 비롯해 매장 20여개가 철수하고 순이익이 반토막났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기업 패스트 리테일링은 지난 10월 16일 실적 공개를 통해 2019년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연결 제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2.3% 감소한 2조88억엔(약 21조8732억원), 순이익은 44.4% 줄어든 903억엔(약 98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실적으로 매출액과 순이익이 모두 줄어든 것은 17년 만이다. 

특히 해외사업부문에서 매출액이 전년 대비 17.7% 감소한 8439억엔(약 9조1900억원), 영업이익이 63.8% 감소한 502억엔(약 5466억원)을 기록하면서 큰 하락세를 보였다.

패스트 리테일링이 직접 불매운동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큰 폭으로 매출이 줄고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힘으로써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여파가 있었음을 전했다. 

◇ 어부지리로 수해 봤지만 평판은 날로 ‘악화’

탑텐은 반일 정서에 기대 수해를 본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탑텐이 어부지리 격으로 매출 반등은 이뤘지만 스파 브랜드의 하향 평준화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객 서비스 면에서 탑텐몰의 평판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매운동으로 국산 제품에 눈을 돌렸던 소비자들은 탑텐몰의 늦장 대응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 앞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이런 응대는 처음”,  “1+1 덫 놓고 소비자 우롱하는 것”, “70년대도 아니고 옷 교환이 이렇게 어렵다니”, “환불 받으려면 본사로 찾아가야 하나”, “품절 확인에 10일씩 걸리다니 앞으로는 이용 못할 듯”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소비자 우롱하는 악덕기업은 망하게 되어 있다”, “유니클로 덕 보더니 불매운동 절차를 밟고 있다”, “탑텐은 앞으로 유니클로와 함께 불매할 것” 등 아예 보이콧을 선언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겉으로는 돛을 달고 순항하는 듯한 모양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탑텐몰은 파악된 몇몇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를테면 ‘상품준비중’ 상태임에도 취소가 불가능해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 시스템을 개선해 중간에 취소 단계를 추가해 차주 중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1 상품에서 제품 품절 후 재고가 다시 올라오는 것은 “반품 상품이나 발송 전 취소 건이 재고로 살아난 경우가 많고 자체적으로 부족한 재고를 추가로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논란이 많은 1+1 상품의 ‘부분 발송’ 방침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탑텐몰 관계자는 “두 장을 사야 적용되는 가격이지만 한 장이라도 할인가를 적용해 보내드리겠다는 의도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선발송 개념으로 접근했던 것인데 불편을 느끼는 고객이 많아 사전 고지를 고려하는 등 더 좋은 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쇼핑몰도 1+1 기획에서 상품 하나가 누락되면 고객에게 먼저 알리고 환불 및 취소 처리를 안내하는 것이 순서인데 국내 대표 SPA 브랜드로서 기준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소비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면 빠르게 돌아선다. 깜짝 프로모션으로 잠시 사람들의 발길을 끌 수는 있겠지만 관리 부실이 이어지면 발길이 아예 끊길 수도 있다. 소비자의 입에서 ‘탑텐 불매’와 같은 선언이 나오는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업계에서는 탑텐이 반사이익을 통해 반짝 특수를 노리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소비자 불편과 불만 해소를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바라본다. 기업에 고객이 없다면 장기전도 없기 때문이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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