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오남용 대국민인식조사 결과 국민 상당수가 아편계(마약성) 진통제, 식욕억제제 등 중독(의존) 위험성과 대처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하지만 최근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구충제의 숨겨진 효과’에 대한 내용이 올라오고, 암까지 치료한다는 일명 ‘기적의 항암제’로 여겨지면서 인체용은 물론, 동물용 구충제의 판매 및 생산액이 크게 늘어났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과거에는 제철 과일에 대한 수요도 높고, 농작물 재배에 인분 비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질병 발생률이 높았다. 그러나 농약이 개발되고, 위생 상태가 나아지면서 기생충 감염률은 크게 줄었고, 구충제도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구충제의 숨겨진 효과’에 대한 내용이 올라오고, 암까지 치료한다는 일명 ‘기적의 항암제’로 여겨지면서 인체용은 물론, 동물용 구충제의 판매 및 생산액이 크게 늘어났다. 그렇다면, 과연 구충제는 어떤 성분을 가진 약이고, 언제 먹어야 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다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 구충제 왜 먹어야 할까? 

영국 정부가 지난 2016년 발간한 '항균 내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보고서에서는,&nbsp;인류가 항생제를 계속 남용한다면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해&nbsp;3초당 1명꼴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br>
기생충에 감염이 되면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요충은 식욕부진이나 불면증을 일으키고, 편충은 설사, 구역질, 식욕부진, 빈혈이 나타난다. 회충은 고열과 호흡곤란, 십이지장충은 붉은 반점, 현기증, 빈혈 등의 증상이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위생 상태가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1년에 1~2번 정도는 구충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뭘까?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 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기술 발달로 회나 생간 등을 싱싱하게 섭취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오히려 기생충에 쉽게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또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의 경우 반려동물을 통해 기생충에 감염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기생충에 감염이 되면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요충은 식욕부진이나 불면증을 일으키고, 편충은 설사, 구역질, 식욕부진, 빈혈이 나타난다. 회충은 고열과 호흡곤란, 십이지장충은 붉은 반점, 현기증, 빈혈 등의 증상이 있다. 

따라서 구충제를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복용해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우리가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구충제는 알벤다졸과 플루벤다졸이다. 익히지 않은 채소에 있는 회충이나 요충, 십이지장충 등의 선충류에 감염됐을 때 이를 사용한다. 알벤다졸과 플루벤다졸은 기생충의 미세 단백질에 결합해서 기생충 내로 포도당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한다. 즉, 기생충을 굶겨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장에서는 거의 흡수되지 않아 혈중 포도당 농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알벤다졸은 공복에 1정을 복용하면 되고, 24개월 이상부터 먹을 수 있다. 공복에 복용하는 이유는 식사와 함께 복용했을 때 지방으로 인한 흡수율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경우 1정을 복용한 후, 일주일 정도 지나 추가로 1정을 복용하기도 한다. 플루벤다졸은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1회 1정을 복용하면 된다. 또 12개월 이상 된 유아도 복용이 가능하다. 임산부나 수유부는 되도록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덜 익힌 육류, 어패류에 의한 흡충과 조충 감염은 알벤다졸과 플루벤다졸로 치료할 수 없다. 만약 흡충과 조충 등에 감염됐다면, 병원에서 검사 후 프라지콴델을 처방받게 된다. 프라지콴텔의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생충의 수축을 유도해 기생충을 마비시킨다. 마비된 기생충이 체순환 계를 떠돌거나, 면역반응에 의해 파괴된다. 

그렇다면 구충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까? ​알벤다졸은 매우 흔하게 두통, 간 효소 수치 상승을 유발할 수 있고, 흔하게 두개내압 상승, 어지러움, 원형탈모, 복통, 오심, 구토, 발열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플루벤다졸은 드물지만, 발진, 두드러기, 혈관부종과 같은 과민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  대량 감염되었거나 기생충이 배출될 때 일과성 구역, 복통, 설사가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프라지콴텔은 드물게 출혈성 설사, 구역감, 복부 불쾌감, 권태감, 두통, 어지러움, 서맥, 부정맥, 가려움증, 두드러기, 체온상승, 혈구 수의 변화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 구충제 성분의 국산 코로나 치료제도 개발된다던데?

대웅제약은 현재 구충제 성분 중 하나인 ‘니클로사마이드’를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조충 감염에 사용되는 알약인데, 이를 서방형 주사제로 개발한 것이다. 이는 경구투여의 낮은 흡수율을 극복하고 1회 투여만으로 바이러스 질환 치료가 가능한 농도가 유지돼 치료 편의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경구 투여 시 발생할 수 있는 소화기계 부작용(오심, 구토 등)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 암 치료에 효과있다던데...왜 항암제로 개발되지 않을까?

하지만 최근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구충제의 숨겨진 효과’에 대한 내용이 올라오고, 암까지 치료한다는 일명 ‘기적의 항암제’로 여겨지면서 인체용은 물론, 동물용 구충제의 판매 및 생산액이 크게 늘어났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 말기 암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3개월간 복용한 뒤 암세포가 모두 사라졌다는 내용의 영상이 퍼지면서 구충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 말기 암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3개월간 복용한 뒤 암세포가 모두 사라졌다는 내용의 영상이 퍼지면서 구충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게다가 폐암 말기의 개그맨 김철민이 이를 복용했다고 알려지면서, 그 파급 효과는 더욱 커졌다. 

일부 학자들은 펜벤다졸이 펜벤다졸이라는 개 구충제 성분이 미세소관과 당 대사를 억제하며 다제약제내성을 회피하는 분자 성능을 가지고 있어 항암제로서 매우 이상적인 구조라고 밝히기도 했다. 몇몇 연구에서도 펜벤다졸이 '항암제로서 전망이 좋다'고 재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이를 통한 임상을 진행하기 있지는 않다. 왜일까?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부 암 환자들은 의약품을 허가하는 기관인 식약처가 시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약의 임상을 거치는 기관이 아닐뿐더러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정부 기관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식약처에 관련 임상을 의뢰한 기업도 없다. 펜벤다졸은 개발된 지 40년이 지나, 특허가 만료됐고, 어느 제약사나 이를 만들 수 있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펜벤다졸에 대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면서 이를 항암제로 개발하기에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상품 가치도 낮다. 펜벤다졸이 임상을 통해 항암제의 효과가 입증되면 기존 항암제 대비 싼값으로 암 치료가 가능하다. 이해타산에 맞지 않는 것이다.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기존 항암제 시장이 자칫 잘못하다가는 펜벤다졸에 밀릴 수 있어 제약 및 의료계에서 일부러 발 빨리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간 종양을 촉진하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가 있는데, 특정 약물이 다른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을 동반한다면 이는 효과 있는 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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