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대체육’ 주목... 밥상 바꾸는 가치소비
비건·업사이클링에 무게 둔 ‘에코 패션’
동물 성분 배제·친환경 패키지 제작 ‘클린 뷰티’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그린슈머를 잡기 위해 유통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세이브더덕 그린뱃지컬렉션.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그린슈머를 잡기 위해 유통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세이브더덕 그린뱃지컬렉션.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필환경 트렌드를 주도하며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그린슈머(Greensumer)를 잡기 위해 유통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린슈머는 환경보호를 뜻하는 ‘그린(Green)’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를 합친 신조어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소비자들은 부자재를 줄인 식품기업에서 내놓은 음식을 먹고, 패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을 입고, 동물 학대나 착취 없이 만들어진 화장품을 바른다. 제품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자원순환과 환경에 기여할 수 있길 바라는 그린슈머의 ‘책임 소비’에 따라 식음료, 패션, 뷰티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덩달아 제품의 기획단계부터 판매까지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

◇ 식품·외식업계 ‘대체육’ 주목... 밥상 바꾸는 가치소비

식품 및 음료 업계에서는 비건 음식을 선보이거나 포장재를 줄이는 등 그린슈머를 의식한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음식을 담는 포장재를 줄이거나 재활용에 적합한 모습으로 바꿈으로써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말 35년 만에 ‘칠성사이다’ 패트병을 리뉴얼했다. 전 제품을 기존 초록색에서 재활용이 용이한 단일 재질의 무색 패트병으로 바꿨다. 정부가 재활용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유색 패트병 사용을 금지하고 재활용 난이도 등급에 따라 최대 30%의 환경부담금을 가산하는 등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한 것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동원그룹 동원홈푸드의 HMR 온라인몰 ‘더반찬’은 지난해 말부터 신선포장에 사용하던 아이스팩을 ‘동원샘물’로 교체했다. 아이스팩에 들어있는 아이스젤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성분으로 버릴 때도 번거로움이 따라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더반찬에서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동원샘물 제품을 얼려 대신 사용함으로써 1석2조의 효과를 노렸다.

동물권을 지키고 탄소 배출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대체육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약 22조원 규모였던 세계 대체육 시장은 2030년 116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채식주의자는 물론, 지속가능한 먹거리와 건강을 중시하는 일반 소비자도 대체육을 찾으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롯데푸드는 전국 이마트 21개 점포의 ‘채식주의존’에서 식물성 대체육류 브랜드 ‘제로미트’의 문을 열었다. 제로미트는 식물 유래 단백질과 원료로 만든 베지테리언 푸드로 제로미트 베지 함박 오리지널, 제로미트 베지 함박 매쉬드 포테이토, 제로미트 베지 너겟 등 3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써브웨이는 대체육 메뉴 ‘얼터밋 썹’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대체육 샌드위치다. 얼터밋 썹은 밀과 대두 단백질을 최적의 배율로 조합한 식물성 단백에 퀴노아, 렌틸콩, 병아리콩 등 슈퍼푸드 곡물을 더해 영양을 강화한 제품이다. 써브웨이에 따르면 얼터밋 썹에 들어가는 대체육은 실제 소고기와 단백질 함량은 비슷하면서도 포화지방은 절반인 수준이다.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 없어 가볍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패션업계, 비건·업사이클링에 무게 둔 ‘에코 패션’

패션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가죽, 모피, 울 등 동물 학대나 착취를 통해 얻은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과 재활용품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패션’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의류가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윤리적 다운 인증(RDS) 충전재를 사용한 겨울 제품 출시가 크게 증가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아레나는 동물의 털을 사용하는 대신 패트병을 100% 재활용해 충전재로 사용한 ‘비건 패딩’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쓰레기 매립량을 줄이고 석유 자원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패션에 반영한 것이다. 

노스페이스도 1080개 패트병을 재활용한 ‘에코 플리스 컬렉션’으로 친환경 패션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제품이자 국민 패딩으로 불리는 ‘눕시 재킷’에 리사이클링 소재를 적용해 친환경 ‘에코 눕시 재킷’ 신제품으로 제안했다. 

한 벌로 두 벌 효과를 내는 양면 옷도 친환경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한쪽은 플리스, 한쪽은 나일론 소재로 제작된 ‘리버시블(Reversible, 뒤집어입는)' 제품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양면소재는 스타일링과 실용성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충족시켜주는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의 쇼핑 자회사 카카오머스의 주문생산 플랫폼인 ‘카카오메이커스’는 자체상표 브랜드 ‘메이커스 프라임’을 친환경 브랜드로 리뉴얼하며 이슈가 됐다.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과정을 거친 제품 생산으로 소비자들의 가치소비를 돕겠다는 방침이다. 나이론 부산물을 재활용한 ‘에코 나일론 팬츠’,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소로나 원사로 제작한 ‘바이오 슬렉스’ 등 폐플라스틱병, 재생 나일론 등을 이용한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 비건 브랜드를 유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탈리안 비건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자사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세이브더덕은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100% 애니멀 프리를 실천하기 위해 세워진 브랜드로 오리를 살린다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제품에 동물 유래 소재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 동물 성분 배제·친환경 패키지 제작... 뷰티업계 ‘클린 뷰티’

화장품 업계에서는 동물 성분을 배제하고 용기나 패키지 제작 시 환경을 고려하는 등 비건 뷰티와 그린 뷰티를 더한 ‘클린 뷰티’ 제품을 통해 그린슈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화장품 용기에 메탈 제로(Metal Zero) 펌프를 도입하고 100% 재생 플라스틱 용기를 활용하는 등 친환경 제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2022년까지 약 700톤의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감축하고 재활용성을 높이는 ‘레스 플라스틱’ 실천의 일환이다. 

메탈 제로 펌프를 적용한 제품은 아모레퍼시픽의 바디케어 브랜드 해피바스의 ‘자몽에센스 바디워시’로 사용 후 별도의 분리 작업 없이 그대로 분리 배출이 가능하다. 용기를 100% 재생 플라스틱으로 제작하고 겉면 포장재인 수축 필름에 절취선을 넣어 재활용을 쉽게 한 점도 특징이다. 이밖에 지난 10월에는 실용주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를 출범시켜 모든 제품을 비건 프렌들리로 라인업하기도 했다. 

이니스프리는 자원 순환의 가치를 실천하는 ‘리스테이’ 라인를 출시했다. 오직 리필 상품으로만 구성돼 있으며 건축가, 조향사, 상품 디렉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용 후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각도로 고민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코코넛 껍질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전용 친환경 디스펜서를 별도로 구입해 리필팩의 내용물을 채워서 사용할 수 있다.

코스메틱 브랜드 언리시아는 비건 글리터 전문 브랜드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 PETA 인증을 받은 틴트를 선보였다. 비건과 크루얼티 프리 글리터 코스메틱 아이템으로 주목 받았다. 

이엔에스코리아의 화장품 브랜드 ‘화미사’는 친환경 택배 패키지를 도입해 화제가 됐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화미사는 썩지 않는 에어탭, 스티로폼, 비닐테이프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완충재와 테이프를 사용함으로써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기업들은 유통 관련 법규제가 친환경 방향으로 가고 있는 데다 환경을 지키는 소비자의 가치소비가 대세로 자리집아가는 만큼,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를 더해나가는 게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지속가능한 삶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관으로 무장한 가치소비가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라며 “내 몸에 직접 닿는 옷이나 화장품 등 생활용품이 유해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자원순환 의무까지 이행하는지 꼼꼼히 따지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말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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